재치 넘치는 농담은 분위기를 반전시켜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도 슬쩍 옛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게 되면 학습 효과를 증대시키는 경우도 많다. 친지들과 대화를 할 때 분위기를 압도하려면 이야깃거리를 만들거나 농담반 진담반 구수한 한 마디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여서 좋다. 어느 관기가 손님을 모셔놓고 농(弄)삼아 던졌던 한마디에 재치 있게 받아 넘겨 웃음을 자아내도록 슬며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八能詩(팔능시) / 소파원산 사는 소파야 네가 잘한 게 무엇인지저는요 시며 노래며 춤이며 다 잘하는데
아마 시인은 무척이나 바빴던 모양이다. 시를 짓던 날 암행어사 마패를 차고 백성을 괴롭히는 고을 원님을 찾아가는 길을 바쁘게 서둘렀던 것 같다. 육언六言이야 의도적으로 했을 터지만 깜박 시제를 붙이지 못하고 괴나리봇짐을 짊어지고 태백산 준령을 넘으면서 세상사 뜬 구름과 같음을 연신 읊조렸을 것이다. 사람은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세상(世上=世相)사 모든 일이 뜬 구름만 같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世上事如浮雲(세상사여부운) / 기은 박문수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니인간 세상 모든 일이 뜬 구름 같
국화는 뿌리로 키우는 꽃이지만 늦은 봄에 꺾꽂이하면 꽃봉오리가 탐스럽고 크게 잘 자란다. 우리의 국화國花인 무궁화無窮花도 꺾꽂이를 통해 번식하고 잘 자란다. 꽃봉오리가 크고 진딧물이 잘 붙지 않는단다. 꽃의 특징에 따라서 크는 방식이나 번식의 정도에 많은 차이가 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인이 심으셨던 동쪽 울타리에서 피고 자란 국화를, 곱게 떠서 옮겨다가 돌담 옆에 심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移植洪元九菊花(이식홍원구국화) / 우암 송시열고인이 심어놓은 울타리 국화를옮기고 옮기어 돌담 옆에 심었는데마을에 술 익거들
두견은 우리 한시 속에 자주 등장한다. ‘…종소리 다할 때까지 우두커니 서 있다. 동쪽 숲 두견새 소리 듣네’라는 구절이 노수신盧守愼의 시에 등장한다. 또 촉왕 두우杜佑의 애달픈 전설 속에 등장해서 봄날의 슬픔·이별·그리움·안타까움·고적함 등의 정서를 대변한다. 단종의 시에도 보인다. ‘봄놀이 가자꾸나 지금 꽃도 지고 있는데, 두견은 사람을 쳐다보면서 어서들 돌아가라 한다’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杜鵑啼(두견제) / 곤륜 최창대봄놀이 가자 꽃도 지고 있는데두견이 사람보고 돌아가라 하네나그네 흰 구름만을 바라보고 있구나.春
마음이 답답할 때 바람을 쏘인다. 가슴이 막힐 때 강변이나 강둑을 거닐면 마음이 후련해진다. 물결의 다소곳한 정취에 마냥 취하면 들뜬 마음이 안정된다. 마음이 답답할 때 산에 오르는 심정도 마찬가지다. 노 젓는 즐거움이 마음을 흥분시켜 저 멀리서 은은한 노랫가락의 흥취를 더한다. 갈대 잎 조각조각 이슬에 가득 차고 있고, 봉옥에는 가을바람이 한밤 내내 일고 있다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江行(강행) / 농암 김창협갈대 잎 조각조각 이슬이 가득차고봉옥에 가을바람 한밤 내내 이는데맑은 강 노 젓는 소리 꿈속의 소리 같네.蒹葭片
봄은 여자의 계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한다. 봄바람이 스치면 잠자고 있던 마음이 부스스 눈을 뜨면서 설레는 것은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였으리라. 봄바람은 벌써 봄소식을 짊어지고 산을 넘고 등을 넘어 성큼 다가오는데 규방의 여심이 어찌 마음 편할 수 있었으리. 봄바람과 함께 봄에 머금은 꿈도 그랬던 모양이다. 수정 발 밖은 아직 날이 저물어 오는데, 늘어진 수양버들이 푸른 난간을 뒤덮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春夢(춘몽) / 지재당 강담운수정 발 밖에는 날이 저물어 가고늘어진 수양버들 난간 벽을 덮었는데꾀꼬리 방해를
매화는 주로 뜰에 심어 고결한 향을 으뜸으로 여겼다. 봄을 맨 먼저 알린다고 했으니 선비들이 즐겨 애송했던 시문을 수없이 만난다. 발을 동동 구르면서 눈을 밟고 피어 있어 더욱 사랑스러웠다. 뜰에 핀 매화에 욕심을 다 채우지 못해 화분에 심어 방안에 두는 선비들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게 한다. 백옥당엔 매화나무 한 그루가 외롭게 심어져 있는데, 예쁜 꽃 바라보니 갓 피어나 술잔을 들게 한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盆梅(분매) / 창계 임영백옥당 매화나무 한 그루 뿐이고예쁜 꽃 피어서 술잔을 들게 하는데하늘의 눈보라
학의 순결함과 고결함은 우리 민족의 상징처럼 여겼던 흰 옷과 아리랑에서 그 연유를 찾는다. 그래서 우리 민족을 흔히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 했다. 흰 옷을 즐겨 입었다는 뜻을 담는다. 흰색은 무색으로 순결과 평화를 상징한다. 그 속에는 차분함과 의연함을 내포하고 있어 우리 민족의 순결성을 엿보게 된다. 강변에 매화가 핀 뒤로 술이 처음 익어 가고 있는데, 산 위에 달 떠오르자 사람들은 잠들지 못한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鶴(학) / 수암 권상하강 매화 핀 뒤로 술이 처음 익어 가고산 위에 달 오르자 잠 못 들어 하는데그림
가을 새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그대로 화폭에 엮어 내면 진경眞景이다. 물에서 피어오르는 뽀얀 안개며, 안개를 뚫고 멀리 보인 전원 풍경은 장관이다. 아침 햇빛을 받아 안개가 자취를 감추는 장면은 용이 승천하기 위해 꼬리를 친다는 것이 연상된다는 어느 시인의 시적인 그림에 탄성을 자아낸 적이 있기에 그래서 추효秋曉다. 비교적 거센 바람에 여울 소리는 점점 커지기만 하고 / 쓸쓸한 강에는 낙엽이 흩날린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秋曉(추효) / 규창 이건(선조의 손자)거센 바람에 여울물 소리 커지고쓸쓸한 강가에 낙엽은 흩날
한국화 한 점은 진경眞景이 많다. 어디나 아름답고 어느 쪽이나 포근한 느낌을 주는 산수의 진경을 그린 겸재謙齋 정선鄭敾은 선비나 직업인 화가를 막론하고 크게 영향을 주어 이른바 겸재파화법謙齋派畫法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실경 산수화의 흐름이 19세기 초반까지 이어졌다. 우리네 농촌과 산수의 진경은 가히 한국적이겠다. 강물은 숲을 돌고 돌아 맑게도 흐르고 있고, 사면의 산들은 옥을 깎은 듯 아름답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絶景(절경) / 창해 허격강물은 숲을 돌아 맑게도 흘러가고사면의 높은 산은 옥층을 깎은 듯도복숭아 피지
도연명은 끝 연으로 이어지면서 “아서라! 이 몸 세상에 얼마나 머물 수 있으랴. 가고 머물음이 내 뜻대로 되지 아닐진대, 무얼 위해 어디로 가려는가?” 라고 하면서 “사는 동안 자연을 따르다가 돌아가면 되는 것, 천명을 즐겼으면 그만이지 다시 무엇이 미심쩍어 하면서 근심할 수 있으랴”라고 되뇌었다. 시인은 귀래도에서 이 처사는 이 절개가 홀로 높아서 어찌하며, 당시에는 조정에 호준들도 북적거려 들끓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보았다.歸來圖(귀래도)[4] / 완역재 강석덕이 처사 이 절개 홀로 높아 어쩌나그 당시 조정에 호준들
도연명이 남긴 귀거래사는 고시풍으로 4행, 5행, 6행, 7행 등 시적인 율律의 얼개는 잘 갖추었지만 탈정격의 틀에서 자유롭게 쓴 작품이다. 첫 연에서 “돌아가야지! 논밭이 묵어가는데 내 어찌 아니 돌아갈 수 있으랴! 이제껏 마음은 몸의 부림을 받았으니 어찌 홀로 근심할 수 있는가” 라고 했다. 시인은 귀래도에서 눈앞을 문득 바라보니 옮겨지는 산하가 있어, 진서의 갑자를 쓰는 마음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보았다.歸來圖(귀래도)[3] / 완역재 강석덕눈앞을 바라보니 산하는 옮겨지고진의갑자 쓰는 마음 괴로워
도연명은 중국 진나라 때 사람으로 41세인 405년경에 ‘내 어찌 쌀 다섯 말 때문에 허리를 굽힐 수 있으랴!(吾不能爲五斗米折腰!)라는 구호와 같은 글을 남기고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현령 자리에 부임한지 두 달 남짓 되던 때의 일이다.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을 벗 삼으며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읊었으니 ‘歸去來辭’다. 시인은 귀래도에서 다시 돌아오니 세 길은 다 거칠어졌는데, 마침 거문고와 술이 있어 웃고 즐기고 있었다며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보았다.귀래도:歸來圖(귀래도)[2] / 완역재 강석덕돌아오니 세 길은 모두가 거칠어지고거문
도연명의 귀거래사는 감동을 받는 시다. 10연 40행으로 된 작품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즐겨 읽으면서 감동해마지않았다. 귀거래사를 읽고 난 느낌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부연설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시문으로 곱디고운 귀래도라는 그림을 차곡차곡 그려가면서 감상시를 써갔던 것이 귀래도가 되었다. 시인은 귀래도에서 우연히 구름을 따라서 산 속에 나갔더니만, 향리의 어린애는 나의 무리 아니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보았다.歸來圖(귀래도)[1] / 완역재 강석덕선생은 세속 피한 늙은이가 아니옵고천재의 호걸임을 그 누가 알 것인
농촌의 한 안타까움을 그림으로 그리기 일쑤다. 흔히 볼 수 있는 전원의 풍경이다. 심술궂은 애들이 고추밭에 들어가 애써 가꿔놓은 농사를 망치는 수가 있다. 한두 달 있으면 보리를 수확해야 하는데 소牛 고삐가 풀려 이삭이 패서 올라온 보리농사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시인은 이런 점에 착안한 시적인 그림을 그려냈다. 해가 지도록 호미질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어린 아들이 문에서 나를 맞이하며 말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田家(전가) / 세한재 손필대호미질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어린 아들 문턱에서 맞이하며 말하는데고
시적 상관자의 임지任地가 북쪽이었던 모양이다. 남쪽에 있는 임에게 왔다가 북쪽 마루에서 임과 헤어지는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 밤새워 임과 이별하는 장면을 가만히 생각하면서 그 아픔은 클 수밖에 없었음을 상상한다. 그래도 아쉬워 부여잡고 이별하는 생생한 장면을 연출이라도 할 듯한 석별惜別의 심회는 컸을 것이니. 낙동강 위에서 처음으로 그대를 만났다가, 보제원의 곁에서 다시 그대와 이별을 하게 되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泣別北軒(읍별북헌) / 도화낙동강 위에서 처음 그대 만났는데보제원의 곁에서 그대를 이별하고복사꽃 붉음
시제의 의미는 ‘사냥 나간다’는 뜻이다. 사냥을 나가 즐거웠던 일로 시상을 일으키기 보다는 무언가를 등에 짊어지고 돌아오는 즐거움이 더 컸기에 시의 흐름은 귀가歸家 쪽에 무게를 싣는다. 굵직한 산짐승을 사냥했다면 이를테면 ‘월척越尺’을 했으니 이웃의 자랑거리다. 어깨라도 으쓱하려는 심회를 담고 있을 것이다. 활을 벽에 걸고 바로 술을 찾으려고 했더니만, 서둘러 말안장부터 풀어서 벽에다 걸어두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出獵(출엽) / 가주 이상질들판에 나섰더니 구름은 자욱하고집안에 돌아오니 안개가 누른다네말안장 먼저 걸
흔히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란 말을 쓴다. 가깝게 하지도 못하겠고, 멀리 하지도 못하겠다는 뜻이겠다. ‘무가무불가無可無不可’는 옳은 것도 없고, 옳지 않은 것도 없다는 뜻이다. 불편한 것도 없고, 불편하지 아니한 것도 없다는 뜻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좋겠다. 가장 중용인 것 같으면서 그렇지 않음을 생각한다. 이 일이나 이 마음도 다 이러한 이치일 것이니, 무엇이 옳으며 무엇이 옳지 않다 말하겠는가를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無可無不可吟(무가무불가음) / 미수 허목한 번 오고 한 번 가는 것 진리이라무에서 시작하고 무
선현들은 벼슬을 버리고 귀향이나 귀촌을 할 때 어촌이나 강촌을 더 선호했다.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했다. 뒤는 산을 등지고 앞은 강이나 바다를 임하면서 안일한 삶을 살겠다는 뜻을 담는다. 시인도 그랬음을 시제에서부터 느끼게 된다. 전원으로 돌아와 시간이 되는대로 투망을 손질하여 고기를 잡겠다는 깊은 의지가 보인다. 절기상으로 한식과 곡우가 가까워지는데, 뺨을 부비며 물고기 떼가 여울로 올라온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歸田結網(귀전결망) / 신익성절기상 한식과 곡우 물고기가 올라오고좋은 때 만났다고 싹쓸이 내 뜻 아닌데일부
음력 삼월 삼짇날이 되면 강남 갔던 제비가 다시 돌아온다. 구월 구일에 기러기와 한반도에서 바통 터치를 했던 제비가 다시 삼짇날을 기해서 바톤터치를 하는 것이다. 요즈음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제비들 터전이 사라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제비들 삶의 터전이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모든 일엔 느긋하게 ‘씩’ 한 번 웃고 흘려야지, 봄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초가집 방문 닫아걸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詠新燕(영신연) / 택당 이식모든 일 느긋이 한 번 웃고 흘려버려봄비는 추적추적 초가집을 걸어가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