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4-120]

도연명은 끝 연으로 이어지면서 “아서라! 이 몸 세상에 얼마나 머물 수 있으랴. 가고 머물음이 내 뜻대로 되지 아닐진대,  무얼 위해 어디로 가려는가?” 라고 하면서 “사는 동안 자연을 따르다가 돌아가면 되는 것, 천명을 즐겼으면 그만이지 다시 무엇이 미심쩍어 하면서 근심할 수 있으랴”라고 되뇌었다. 시인은 귀래도에서 이 처사는 이 절개가 홀로 높아서 어찌하며, 당시에는 조정에 호준들도 북적거려 들끓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보았다.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歸來圖(귀래도)[4] / 완역재 강석덕
이 처사 이 절개 홀로 높아 어쩌나
그 당시 조정에 호준들도 많았는데
내 이제 거듭 탄식에 귀밑머리 날리네.
何如處士節獨高    當時廊廟多俊髦
하여처사절독고    당시랑묘다준모
余今撫圖重嘆息    清風颯颯吹鬢毛
여금무도중탄식    청풍삽삽취빈모

내 귀래도를 만지면서 거듭 탄식을 하는 바이니(歸來圖4)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완역재(玩易齋) 강석덕(姜碩德:1395∼1459)이다. 원문을 의역하면 [이 처사는 절개가 홀로 높아 어찌하며 / 당시 조정에 호준들도 북적거려 들끓었다네 // 내 귀래도를 만지면서 거듭 탄식을 하는 바이니 / 청풍 삽삽하게 불어 귀밑머리 날리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귀래도를 보면서4]로 번역된다. 연명귀래도淵明歸來圖 10수 40구가 되는 장문의 시다. 이와 같은 시상을 4수 16구로 다 포괄하여 요약하거나 시상을 엮기는 아무래도 부족했겠지만, 시상의 냇물이 풍부하고 시심의 웅장함이 비범했기에 불편함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품의 끝구에서 절창이나 부르는 듯이 시인의 비장함까지 보인다.

시인은 홀로 높은 절개를 부여안고 커다란 감탄과 절개를 높이 사고 있음을 보인다. 이 분의 처사께서는 높은 절개 홀로 높았으니 어찌하겠는가라는 한 마디를 실토하고 당시 조정에 호준들도 많았음을 떠올린다. 역시 황홀했던 옛날의 일을 떠올리는 과거지향형임을 알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화자의 기발함은 다시 자연의 풍요를 마지막에 장식하는 시적 멋과 맛을 담아낸다. 내 이제 그림 만지작거리며 거듭 탄식하노니 청풍이 삽삽하게 불어 귀밑머리를 날린다 했다. 바람과 바람소리 그리고 떠오르는 한 줌 시상의 멋은 감미로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리니. 감미로움 모두 떠안고 자연으로 돌린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절개 홀로 어찌 높아 호준들도 북적거려. 거듭 탄식 하다 보니 귀밑머리 청풍 삽삽’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완역재(玩易齋) 강석덕(姜碩德:1395∼1459)으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1439년에 사헌부 집의가 되어 내직으로 들어왔고 이듬해 지형조사(知刑曹事)를 겸하였던 인물이다. 1447년 개성부유수가 되었으며, 뒤에 지돈령부사에 이르렀던 강직한 인물로 알려진다.

【한자와 어구】
何如: 어찌하여. 處士: 처사. 節獨高: 절개가 홀로 높다. 當時: 당시에. 廊廟: 조정. 多俊髦: 호준들이 많다. // 余今: 내가 지금. 撫圖: 귀래도를 매만지다. 귀래도를 유심하게 보다. 重嘆息: 거듭 탄식을 하다. 清風: 청풍. 颯颯: 삽삽하다. 청풍이 분다는 뜻. 吹鬢毛: 귀밑머리를 남기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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