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4-112]

선현들은 벼슬을 버리고 귀향이나 귀촌을 할 때 어촌이나 강촌을 더 선호했다.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했다. 뒤는 산을 등지고 앞은 강이나 바다를 임하면서 안일한 삶을 살겠다는 뜻을 담는다. 시인도 그랬음을 시제에서부터 느끼게 된다. 전원으로 돌아와 시간이 되는대로 투망을 손질하여 고기를 잡겠다는 깊은 의지가 보인다. 절기상으로 한식과 곡우가 가까워지는데, 뺨을 부비며 물고기 떼가 여울로 올라온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歸田結網(귀전결망) / 신익성
절기상 한식과 곡우 물고기가 올라오고
좋은 때 만났다고 싹쓸이 내 뜻 아닌데
일부러 그물코 성글게 만들라고 말하네.
寒食風前穀雨餘    磨腮魚隊上灘初
한식풍전곡우여    마시어대상탄초
乘時盡物非吾意    故敎兒童結網疎
승시진물비오의    고교아동결망소

작가는 낙전당(樂全堂) 신익성(申翊聖:1588~1644)이다.  원문을 의역하면 [절기상 한식과 곡우가 가까워진데 / 뺨 부비며 물고기 떼가 여울로 올라오네 // 좋은 때 만났다고 물건 싹쓸이는 내 뜻이 아닐 테니 / 일부러 아이 시켜 그물코 성글게 만들라 하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전원으로 물러나 그물을 만들며]로 번역된다. 공직에서 물러나거나 도심에서 살다가도 고향이나 시골 혹은 어촌을 찾아 마지막 여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각박한 도회지보다는 훨씬 더 낭만적이거나 활동의 폭이 자유롭다. 이와 같은 생활에 익숙하고자 함에서였던지 시인은 귀촌歸村했음을 보인다. 

어촌으로 귀향하여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어구를 준비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는 그림 한 폭을 본다. 계절이 절기상으로 한식과 곡우가 가까워지고 있는데 뺨을 부비며 물고기 떼 여울을 향해 올라온다 했다. 따스한 봄 우리나라 연근해로 산란하러 오는 물고기에 뺨을 부비며 올라온다는 표현의 기교는 좋은 비유를 썼다.

화자는 생업을 위해 고기를 잡으려는 목적이었겠지만, 물고기를 아끼는 정신이 스며있음이 후정에서 보인다. 고기 잡기 좋은 때를 만났다고 싹쓸이함은 내 뜻이 아닐 것이니 일부러 아이를 시켜 그물코를 성글게 만들라고 말했다는 느긋함을 보인다. 작은 고기는 잡지 말고 큰 고기만 잡혔으면 하는 시상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한식 곡우 가까운데 물고기 떼 여울 올라, 싹쓸이 내 뜻 아닌데 그물코를 성글게만’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낙전당(樂全堂) 신익성(申翊聖:1588~1644)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호는 낙전당(樂全堂), 동회거사(東淮居士)이다. 병자호란 때 척화오신의 한 사람이다. 부는 영의정 신흠이고 모는 병마절도사 이제신의 딸이다. 선조의 부마이며 정숙옹주와 혼인하여 동양위에 봉해졌던 인물이다.

【한자와 어구】
寒食: 한식. 風前: 바람 앞에. 穀雨餘: 곡우가 가깝다. 磨腮: 뺨을 부비다. 魚隊: 물고기 떼. 上灘初L 처음 여울로 올라오다. // 乘時: 좋은 때를 만나다. 盡物: 물건을 싹쓸이하다. 非吾意: 내 뜻이 아니다. 故: 일부러. 짐짓. 敎兒童: 아이로 하여금. 結網疎: 그물코를 성글게 하다(疎 = 疏 = 트이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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