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4-115]

시적 상관자의 임지任地가 북쪽이었던 모양이다. 남쪽에 있는 임에게 왔다가 북쪽 마루에서 임과 헤어지는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 밤새워 임과 이별하는 장면을 가만히 생각하면서 그 아픔은 클 수밖에 없었음을 상상한다. 그래도 아쉬워 부여잡고 이별하는 생생한 장면을 연출이라도 할 듯한 석별惜別의 심회는 컸을 것이니. 낙동강 위에서 처음으로 그대를 만났다가, 보제원의 곁에서 다시 그대와 이별을 하게 되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泣別北軒(읍별북헌) / 도화
낙동강 위에서 처음 그대 만났는데
보제원의 곁에서 그대를 이별하고
복사꽃 붉음 사라져 어찌 생각 안하리.
洛東江上初逢君    普濟院頭更別君
낙동강상초봉군    보제원두갱별군
桃花落地紅無迹    明月何時不憶君
도화락지홍무적    명월하시불억군

달 밝은 밤이 어느 땐들 그대 생각 않을 수 있으리(春風)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도화(桃花:?∼?)인 여류시인이다.  원문을 의역하면 [낙동강 위에서 처음으로 그대를 만났다가 / 보제원 곁에서 다시 그대와 이별을 하게 되었네 // 복사꽃이 땅에 떨어져 붉은 자취도 사라지고 없는데 / 달 밝은 밤이 어느 땐들 그대 생각 않을 수 있으리]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북헌에서 울며 이별한 임]으로 번역된다. 여류시인의 대체적인 시상은 임과 이별이 대종을 이룬다. 조선 여성의 대체적인 정서가 남편과 자식 그리고 얽히고설킨 가족관계라는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인보다는 후실이나 기방에서 만난 기녀가 많았던 점을 보면 남성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정은 짐작이 될 수 있겠다.

시인은 임과 맨 처음으로 만난 그 때를 먼저 상기시키고 있다. 낙동강 상류 부근에서 임을 처음 만났다가, 보제원普濟院 곁에서 다시 그대 이별하였다는 선경이란 사실적인 관계를 토해내는 시상이다. 국민들의 건강과 구제를 위한 보제원·이태원·홍제원 등에 진제장賑濟場을 설치했던 것을 알면서 그 지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화자는 임과 이별하는 그 시기가 복사꽃이 땅에 떨어져 남녀의 이별을 같이 슬퍼했을 것이다. 복사꽃 땅에 져서 이제는 붉은 자취까지도 사라지고 없는데, 달 밝은 밤 어느 때인들 그대 생각 않으리라는 절규에 찬 시상의 한 마디다. 어느 시인은 인간에게 이별이 없었다면 백일의 즐거움을 같이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시상을 기억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처음 만난 낙동강 위 보제원 곁 그대 이별, 복사꽃 자취 사라져 그대 생각 않으리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도화(桃花:?~?)인 여류시인으로 생몰연대와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읍별북헌(泣別北軒)](해동시선). [낙동강(洛東江)], [삼군시(三君詩)], [도화(桃花)] 등의 작품을 저술했던 것으로 전한다.

【한자와 어구】
洛東江: 낙동강. 上: 위. 初逢君: 처음으로 그대를 만나다. 普濟院: 보제원. 頭: 머리. 곧 곁에서. 更別君: 그대를 이별했다. // 桃花: 도화. 落地: 땅에 떨어지다. 紅無迹: 붉음은 흔적도 없다. 明月: 밝은 달. 何時: 어느 때. 不憶君: 생각하지 않다. 여기서는 앞의 의문사와 함께 생각하지 않겠는가.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