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 [4-117]

도연명의 귀거래사는 감동을 받는 시다. 10연 40행으로 된 작품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즐겨 읽으면서 감동해마지않았다. 귀거래사를 읽고 난 느낌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부연설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시문으로 곱디고운 귀래도라는 그림을 차곡차곡 그려가면서 감상시를 써갔던 것이 귀래도가 되었다. 시인은 귀래도에서 우연히 구름을 따라서 산 속에 나갔더니만, 향리의 어린애는 나의 무리 아니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보았다.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삽화 : 인당 박민서 화가 제공
 

歸來圖(귀래도)[1] / 완역재 강석덕
선생은 세속 피한 늙은이가 아니옵고
천재의 호걸임을 그 누가 알 것인가
산 속에 향리 어린이 나의 무리 아니네.
先生初非避俗翁    誰知千載之英豪
선생초비피속옹    수지천재지영호
偶尒隨雲出林壑    鄕里小兒非吾曹
우이수운출림학    향리소아비오조

천재의 호걸이었음을 그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歸來圖1)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완역재(玩易齋) 강석덕(姜碩德:1395∼1459)이다. 원문을 의역하면 [선생께선 처음 세속을 피하는 늙은이가  아닌 / 천재의 호걸이었음을 그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 // 우연히 구름을 따라서 산 속에 나갔더니 / 향리의 어린애는 나의 무리가 아니었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연명 귀래도를 읽고서1]로 번역된다.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다음 같은 구절이 있다. “구름은 무심히 산에서 나오고, 새는 날기에 지쳐서 돌아온다[雲無心而出岫 鳥倦飛而知還].”라고 하였다. 시인은 구름처럼 무심히 나갔다가 지친 새처럼 돌아오는 비유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겠다.

시인의 시상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자제분 강희안, 강희맹의 훌륭한 업적과 시심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겠다. 도연명 선생이 세속을 피한 늙은이가 아니고 천재의 호걸임을 누가 알아줄까라는 추임새로 그의 시적 우수성과 감수성을 칭찬한다.

화자는 시적 상관자의 선경과 같은 인품과 시적 풍부성을 은근슬쩍 칭찬하더니 더 깊은 시심을 들여다본다. 우연히 구름 따라 산속에 나갔더니 향리 어린애는 시인의 무리가 아니었음을 가만히 떠올린다. 이어지는 둘째 연에서 위를 받아 [다시 돌아오니 세 길은 다 거칠어졌는데 / 마침 거문고와 술이 있어 웃고 즐기고 있었다. // 담장은 쓸쓸한데 집안 북창에 가만히 누웠더니 / 희황상인 듯이 흥만은 도도하더라] 했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귀거래도의 늙은이를 그 뉘가 알아줄까만, 구름 따라 산 속 갔던 향리 무리 아니었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완역재(玩易齋) 강석덕(姜碩德:1395∼1459)으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강회백의 아들이며 심온의 사위이고 강희안, 강희맹의 아버지이다. 시호는 대민(戴敏)으로 일생 동안 학문에 힘쓰고 청렴 강개하였으며, 효우가 지극하여 명망이 높았다. 시와 문장을 잘하고 지조가 높은 청백리였다.

【한자와 어구】
先生: 선생. 도연명을 지칭함. 初非: 처음은 ~아니었다. 避俗翁: 세속을 피하는 늙은이. 誰知: 누가 알리. 千載: 천년. 之: ‘~의’란 소유격. 英豪: 영웅호걸. // 偶: 우연히. 尒: 너 이. 隨雲: 구름을 따라서. 出林壑: 살림과 구름을 나오다. 鄕里: 고향. 小兒: 어린이들. 非吾曹: 나의 무리가 아니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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