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평1리, 2리 통틀어 가게도 하나, 식당도 하나다.
  예전에는 주막이며 국밥집 색시집이 즐비했다는데 광산도 문을 닫고 화전정리 사업이 박차를 가하면서 한두집씩 도시로 떠나면서 주막도 가게도 문을 닫았다.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가게는 ‘아래솔치’ 장터거리에 있는 가게가 유일하다. 주로 찾는 물건은 담배와 술, 라면이다.
  식당은 ‘심복골’ 어귀의 장평막국수집이다. 막국수뿐만 아니라 토종닭과 촌두부도 하는데 뒷밭에서는 닭들이 돌아다니면서 모이를 찾는다. 목청 좋은 장닭이 홰를 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암탉은 모래를 헤집거나 그늘 밑에 앉아 있다.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린다. 후텁지근하다. 하지만 장마라 언제 장대비가 내릴지 모른다. 
  ‘심복골’ 어귀 장평막국수에서 발길을 돌려 ‘돌목고개’를 넘어 ‘거릿말’을 지나 ‘골말’로 들어섰다.
  땡볕에 걸어본 사람은 그늘의 향기를 느낀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씨에는 물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 어디서 우는지 새 울음소리가 곱다.
  ‘저 작은 새는 누구와 얘기하고 있는 것일까?’
  울음이 삶의 울림이라면 향기는 존재에 대한 메시지다.

  ‘아로마 허브동산’-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장평리 923일대 3만여평의 산림과 계곡, 논밭을 일구어 허브만을 위한 허브동산을 만들었다.
  ‘구성포나들목’에서 56번 도로를 따라 10분쯤 달리면 ‘말고개’ 넘어 ‘조가터’가 나오고 거기서 서석, 내면 방향으로 천천히 오다보면 ‘알프스밸리’, ‘햇뜰고개’를 지나면서 나온다.
  허브동산 입구에 서있는 동산의 안내 지도를 보고 있노라면 기분 좋은 향기에 이끌려 발걸음이 절로 움직인다.
  제일먼저 허브찜질방이 눈에 띄는데 우선 천천히 둘러보며 향기를 즐긴 후 저녁에 찾는 것이 좋다.
  다리를 건너면 온실에서 풍겨나는 향기가 옴 몸을 휘감는다. 
  허브하면 향기를, 향기하면 꽃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향기는 꽃뿐만 아니라 식물 전체에서 배어나는 것이다. 
  ‘허브(Herb)’는 식물의 이름이 아니라, ‘잎, 줄기와 잎이 식용, 약용에 쓰이거나 향기나 향미가 이용되는 식물’이다. 그러나 유용한 식물 전체를 허브의 범주에 넣어도 상관없다.
  라틴어의 ‘Herba’에서 유래되었는데 ‘푸른 풀’을 뜻하는 ‘Herb’는 health(건강), eating(식용), refresh(신선한), beauty(아름다움)의 이니셜을 생각하면 금세 느낌이 온다. 
  내가 좋아하는 허브는 ‘세이지’다. 
  수렴, 강장, 소화, 해열, 혈액정화 등 약효가 다양해서 이것을 장복하면 장수한다고 하여 ‘구조’라는 뜻의 이름이 주어져 있다. 달콤하고 상큼한 향이 난다.
  세이지 꽃 속엔 작은 새 한마리가 막 날아 앉아 무슨 말을 걸어 올 듯 오물거린다. 향도 좋고 꽃도 좋다.
  허브 온실은 농익은 향기가 마음을 잡는다.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몸이 향기에 젖는다. 
  아로마 허브동산 산지기라고 소개한 이보선씨는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이곳에 터를 잡은 게 1999년이니 벌써 십년이 넘었다. 자연 속에서 허브의 맛과 향과 미(美)를 즐기려는 작은 마음으로 첫 삽을 떴는데 어느새 동산을 이루었다고 한다.
  지금 이곳에는 널리 알려진 로즈마리, 라벤더, 세이지를 비롯해, 북미지역의 원산지로서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에키네시아 등 100여종의 허브를 보유, 재배하고 있다. 
  따라서 언제든지 즐길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허브는 외국에서 도입된 식물에 한정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사실은 이미 수천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도 생활 전반에 걸쳐 많이 이용하여 왔다.
  쑥, 냉이, 달래, 씀바귀, 명이나물, 곰취, 인삼, 마늘, 생강 등 식단에 반찬으로 이용된 것과 한방 처방전에 들어가는 약용식물, 술이나 차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야생초, 방충, 방부제로서 해충구제와 식품이나 의류의 보존이나 염료도 넓게는 모두 허브에 속한다.
  허브체험정원(학습포지)과 산책로는 걷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가뿐해진다.
  50여년 된 소나무 사이로 난 계곡 따라 다양한 허브와 야생화를 보고 냄새 맡고 맛보면서 산책과 삼림욕을 겸한 숲속 체험은 아로마 허브동산에서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추억거리다.
  특히 여름에 찾아오면 계곡에서 가재도 잡고 물놀이도 하며 살구, 복숭아, 자두 등 갖가지 신선한 과일을 직접 따서 먹을 수도 있다.
  허브 숲속 체험을 다녀오면 그제야 모든 식물이 허브라는 걸 알게 되고 또한 허브가 약초며 향초고 채소며 향신료라는 사실도 다시 알게 된다.
  최근에는 ‘구문초(驅蚊草)’라고도 불리는 로즈 제라늄은 모기를 쫓을 뿐만 아니라 공기 정화도 시켜주고 기분도 전환시켜 주어 방안에서도 길러볼만하다.
  허브는 원래 ‘식물의 상태’를 말하고, 아로마는 ‘허브 등의 식물 또는 다른 원료에서 추출하여 가공된 향’을 의미한다. 식물은 각각 고유의 특정한 향을 지니고 있다.
  ‘아로마’는 이러한 허브식물들이 가공되어 향수의 원료가 되거나 아로마테라피(향기치료)의 원료가 되는 향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로마테라피(aromatherapy)’는 그중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향은 제외하고, 천연향을 이용한 치료방법이다.
  허브에서 추출한 오일은 에센셜 오일(정유)이다.
  아로마 오일은 인공향을 포함하기 때문에 화학약품으로 만들어진 인조오일도 아로마 오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항상 아로마 오일을 구입하거나 사용할 때는 천연 에센셜 오일 또는 pure essential oil이라고 표시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구입요령이다. 
  아로마 허브동산에서는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여 삶의 활력을 주는 향기 치료를 받을 수 있고 허브샵에서는 허브를 이용한 비누나 초, 차를 만들어 볼 수 있으며 허브 꽃밥이나 비빔밥, 냉면도 맛볼 수 있다.
  허브동산에서는 최근 ‘허브 쌀 재배’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 마을에서 시범적으로 재배하여 좋은 반응을 받아서 해마다 조금씩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연구소까지 둘러보니 오후 네시다. 네시간 동안 향기욕(浴)을 했다.
  향기는 삶의 척도다.
  아로마 허브동산에서 내뿜는 향기로 장평2리는 ‘향기마을’이라 부른다.
  ‘향기마을’은 ‘햇뜰고개’와 ‘돌목고개’가 마주 품고 있어 아늑하다. ‘심복골’은 ‘돌목고개’ 너머에 있고 막창에서는 아로마 허브동산이 있는 ‘수통골’과 넘나드는 고개로 이어진다. 장평2리는 노루가 터를 잡아주었다는 ‘노루터’와 아로마 허브동산이 자리 잡은 ‘골말’, 보건진료소가 있는 ‘버덩말(거릿말)’, 그리고 ‘심복골’을 아우르며 골마다 옹기종기 터를 잡고 살아간다.
  최근에 산중턱으로 지나는 동서고속도로공사가 한창이다.
  ‘돌목고개’를 넘어 ‘심복골’로 들어서니 마을 중간에 토지보상에 대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농사꾼에게 땅보다 더 소중한 게 있을까? 그러나 개발 문명은 그 소중한 것을 포기하라 한다. 분명 그 대가는 적절해야 한다.
  ‘심복골’은 돌배나무가 많다 하여 ‘산리동’, ‘신복골’, ‘신목골’로도 불리는데 골이 깊다. 골이 깊으면 일단 골막까지 들어가며 골의 윤곽을 살핀다.
  ‘심복골’ 안막까지 들어서자 임도가 다시 이어지고 임도를 따라 오르면 ‘된덕고개’다.
  심복골 막치미인데 금굴이 아직 남아있고 그때 캐냈던 돌들이 버럭(돌무데기,돌무덤)을 이루고 있다. 누에고치를 팔러 내촌장을 보러 넘어 다녔다.
  ‘된덕고개’를 넘는 임도는 나물꾼들이나 약초꾼들이 차를 타고 넘어 다닌다. 이른 새벽에 올랐다가 어둑해져서 내려와 산림감시원의 눈에 띄지 않는다.
  지금은 그늘을 찾거나 산삼이나 약초를 캐러 다니는 사람들만 골짜기를 누빈다.
  ‘곰바우골’과 ‘망바우골’은 사삼(더덕)이 많다고 한다. 옛날에는 팔뚝 같은 더덕도 흔했지만 지금은 새끼손가락 같은 더덕만 더러 눈에 띈다고 한다.
  ‘옻나무골’에는 작은 샘이 있었다. 샘물가에는 커다란 옻나무가 있어 산을 다니다가 점심을 먹는 쉼터가 되기도 했다. ‘할매골’은 ‘화상대 할매골’로 이어지고 ‘사태골’을 지나 내려오면 ‘웃뭇골’ 어귀다. 웃뭇골 안막은 ‘주음치 연목골’로 이어지는 임도가 나있다. 웃뭇골 어귀 개울가에 자리 잡은 전원주택에서 굽는 고기냄새가 골짜기 가득하다.
  시멘트 포장은 ‘선가마골’로 이어진다. 골어귀의 고추밭에서 부부가 고추밭을 매고있다. 곁가지를 따주고 지지대에 고춧대를 묶는다. 새마을지도자이기도 한 이명근씨는 이 골짜기에 원래는 숯을 굽는 가마가 있어 숯가마골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숯보다는 좋은 숫돌이 많이 난다고 한다.
  숫돌은 칼을 가는 돌이다. 산지에 따라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숫돌의 색에 따라 백숫돌, 청숫돌이라고도 하며, 재질에 따라 거친숫돌[荒砥], 중숫돌[中砥], 완성숫돌로 구분한다. 요즘은 대부분 일회용이 사용되어 칼 가는 일이 별로 없지만, 칼이나 낫, 도끼, 작두, 자구, 대패, 끌, 창 등 날을 세워야 하는 생활도구가 많았던 시절에 이웃집의 숫돌은 필수품이었다. 
  ‘고개골’은 골말 허브농장으로 이어지고 사슴들이 뛰어놓는 ‘조롱골’은 ‘삼밭골’로 이어지고 ‘물걸리’로 가기도 했다.
  ‘조롱골’ 건너편 둔덕배기는 ‘멍드라터’다. 돌이 많아 멍들멍들 하다고 한다. 
  ‘심복골’ 어귀의 ‘장령골’은 작은 말림(동산)을 끼고 있는 버덩이다. 
  ‘돌목고개’는 바위가 많았다. 고개 아래는 바위와 물이 깊었다. 낮에는 마을 아이들이 멱을 감고 저녁에는 메기낚시를 하거나 마을 아낙들이 목욕을 했다.
  개울건너 ‘상동골’은 ‘군들’로 이어지고 마을에서는 상골을 캐러 가기도 했다.
  고개를 돌아 내려오면 ‘버덩말’이다. 마을에서는 주막이며 장거리를 이루었다 하여 ‘거릿말’로 부른다. 거릿말 뒷골은 ‘사방터고개’를 넘어 ‘골말’로 이어진다.
  ‘갈밭골’, ‘진샘밭골‘ 어귀에는 ‘장평공소(성당)’와 1939년에 세워진 ‘군평초등학교(1999년 폐교)’가 있다. 교문을 들어서면 아름드리 소나무가 눈에 띈다.  
  교목 청운송(靑雲松)이다. 개교 당시 청운의 뜻을 품고 입학한 1회 졸업생들이 심은 나무로 군평의 연륜과 살아 있는 역사의 징표라고 말한다.
  ‘청운의 큰 뜻이 한솔에 심었으니 늘 푸른 그 기상 우리의 이상일세. 동문아 잊지 말자 애향의 꿈을’이라는 글을 새겨 비를 세웠다.
  청운송은 아름드리 거목이 되어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있지만, 삼포초등학교와 통폐합을 앞두고 아이들은 ‘꿈의 항아리’를 묻으며 2020년 5월5일 열어보자고 약속하며 1999년 역사 속으로 묻혔다.
  그 후 예술인들의 배움의 터전이자 쉼터, 정보를 교류하는 문화공간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내팽개친 상태로 운동장에는 공사자재가 잔뜩 쌓여있다.

  ‘진들’의 중심을 이루는 ‘거릿말’에는 보건진료소가 자리하고 있으며 집들이 다복히 모여 있다.
  주막과 색시집에서 풍악이 울려나왔던 이야기는 금과 중석을 캐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도 기억하는 까닭은 과거이기 때문일까? 
  ‘거릿말’에서 개울 건너는 ‘대대울’이다. ‘작은대대울’ 어귀에는 치성터로 ‘탑바위’가 있었다.  
  ‘골말(곡촌)’은 ‘집골’과 ‘애막골’, ‘수통골’을 품고 있으며, 아로마 허브동산은 ‘수통골’과 ‘애막골’ 어귀에 자리한다. 
  허브향기 체험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는 홍천의 대표적 명소이지만 정작 찾아가려면 길은 좁고 어둡다. 가로등 하나 없다. 그러나 아로마 허브의 멀리 가는 향기의 힘으로 찾는 이들은 꾸준히 이어진다.
  꽃과 향기를 만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바로 꽃의 열린 마인드다. 생리적이고 본능적인 삶 뿐만 아니라 의지와 희망을 가진 삶이다.
  열린 마인드란 발전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믿음을 주는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남의 장점을 올바르게 평가해주는 것은 변화를 위한 열린 마인드의 시작이다. 
  꽃은 자리에 연연해서는 피지 않는다. 
  꽃과 향기는 오랜 기억이며 추억이다. 
  허브동산 찜질방 뒤로는 ‘사방터고개’가 있어 주막거리를 드나들었다고 하며, 허브온실, 연구소 뒤로 이어지는 ‘애막골’은 ‘연목골’로 이어지는 깊은 계곡인데 무성한 나무그늘과 물이 바위 사이를 흘러내리고, 삼림욕을 겸한 산책로가 ‘수통골’로 연결되어 있다. 수통골은 골막의 막치미인데 허브정원과 펜션이 자리한다.
  샘이 있어서 일까 맑고 시원한 물이 이어졌다. 발을 씻고 세수를 한다. 뼈가 시리도록 발을 담그며 손으로 종아리며 허벅지를 주물러주면 피로도 여독도 풀린다. 
  허브농장 들어가기 전 왼쪽은 ‘집골’이다. 골짜기를 오르면 작은 연못이 있고 안막에서 고개를 넘어 노루터 ‘오고집농장’ 쪽으로 이어진다.
  ‘노루터’는 꿈에 노루가 나타나 터를 잡아주었다고 하는데 언제 어디에 누구의 집터를 잡아주었는지 알 수 없다. 아마 효행이 깊은 사람의 몫이 아니었을까?
  ‘접상골’과 ‘맹동골’, ‘누더기골’에는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햇뜰고개? 학돌고개?
  암튼 고개를 넘으면 ‘조가터’다. 바위를 깨내고 길을 뚫었는데 한쪽 벽이 문처럼 높다. 산 뿌리가 개울까지 닿았을 때 아마도 학이 길게 목을 빼고 있는 형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개 밑에는 ‘알프스밸리’가 자리한다.
  연자방아가 서 있는 알프스밸리- 금계화가 핀 어귀에서부터 느티나무 숲길을 따라 걷는다.
  이대로 사라지고 싶다.
글·사진 허 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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