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622)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지난번 기고 Ⅰ과 Ⅱ에서는 의사가 되는 과정과 보수와 현실성 등에 대해 기술했다. 이번에는 의료체제 전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의사는 기본 교육이 본과 4년 예과 2년 합 6년이다. 6년 졸업 후 국가의사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일단 의사 자격증이 부여된다. 바로 의술을 행하여도 법에 저촉은 안 된다. 그러나 고시에 합격했어도 많은 수련을 쌓아야 한다. 인턴(수련의)이 1~2년이고 레지던트(전문의)가 3~4년이다. 여기에 교수나 연구 쪽 전문 펠로우가 2년이다. 남자의 경우는 군 복무나 보건소 의무복무가 3년으로 약 14~15년간을 배워야 온전한 의사 하나가 양성된다.

내년부터 2천 명을 더 뽑아도 10~15년 후에야 진료를 볼 수 있다. 즉 인턴까지는 수련의사이고 레지던트부터는 전공의가 되는데 전공의는 회사로 치면 수습사원 격으로 병원의 모든 잡다한 일들을 도맡아 한다. 근무 시간도 일정치 않다. 밤새우기가 보통이고 한 주간에 80~100시간 근무라 늘 잠이 모자라서 엘리베이터 속에서도 꾸벅꾸벅 조는 걸 봤다. 여기에 급여는 너무 박해서 몇백만 원에 불과하나 서울 빅5 병원에서는 이 전공의들이 45%를 차지한다. 교수(과장) 밑에서 실습도 하고 의술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이다. 일반 대형병원에는 전공의들이 없다.

이번처럼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단순히 의대 정원 몇천 명 늘린다고 집단 사직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의료정책에 구조적 병폐가 있어 이것을 시정하려는 뜻도 이번에 표출된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산부인과에서 아기 한 명 받는 수가가 애완견 새끼보다 적다니 이는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지만 의사가 기피하는 과에는 기본수가(의료보험)에 가산수가를 더해서 의료비를 받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서울 빅5 병원과 지방의 대학병원은 결국 저임금 전공의들을 고용함으로써 병원비용을 절감한다고밖에 볼 수가 없다.

의사라는 직업은 일반 직업과 다른 면이 있다. 즉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특수 업무다. 그렇다고 강압적으로 탄압만 할 수도 없는 것이 직업의 선택은 자유이기 때문이다. 사명감과 생명을 다룬다는 고귀한 희생정신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전공의들이 안심하고 전공의 몫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서울의 큰 병원인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은 전공의 인건비를 깎아서 수익을 내는 모양새로 기성 의사(과장급)들의 10% 남짓 급여를 받는다.

여기에 업무량은 주 80~100시간이다.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 않는 음지의 근무환경이다. 그러니 인기 없는 과에는 아예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는다. 단순히 의대 입학정원 2000명 더 뽑는다고 전공의들이 총궐기하는 게 아니라 의사들에 대한 구조적 모순점을 개선하자는 게 전공의들의 한목소리다. 현재 우리나라에 전공의는 대략 1만 5천 명 정도이고 이 중 서울 빅5 병원에 약 1만 2천여 명이 근무한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다. 정부에서는 강공책으로 면허정지와 사태 여부에 따라서 사법조치 후 구속까지 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만약에 협상이 잘 안돼서 전공의 전부를 사법조치한다고 하면 의대생들이 또 궐기할 것이고 그러다 또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한다면 정부에서는 의료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중소도시 동네병원이나 중소형 병원에는 환자가 없는 곳이 많다. 웬만한 환자들은 서울의 빅5 병원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도 생각해 볼 일이다. 통상적이고 간단한 치료는 지방병원을 이용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겠다.

이번 전공의 파업사태는 그동안 표면에 나타나지 않았던 의료계의 열악하고 만성적인 근무 여건과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수습책이 오늘의 현실을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나 의료계는 냉철한 판단으로 오해와 진실에 머리를 맞대고 하루속히 정상을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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