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617)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인간은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사유로 인간관계를 맺고 이 세상을 살아간다. 혼자 살아가는 독불장군은 없다는 뜻이다. 특히 불교에서는 인연에 대하여 처음 만나는 인연도 떠나가는 인연도 모두 부처님의 뜻이니 너무 아쉬워하거나 슬픔을 갖지 말라고 한다. 옛 인연이 떠나면 또 새로운 인연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말도 있다. 인연은 오래될수록 더 두텁고 정이 간다고 한다. 가는 인연 붙잡지 말고 오는 인연 막지 말라고도 한다. 역시 부처님 말씀이다.

필자는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종교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열심히 믿지 않을 뿐이다. 하기야 불교를 믿고는 있으나 불심이 아주 빈약하다. 절에 가면 멋쩍은 생각이 먼저 들고 현실적 이론과 실제의 상황이 자꾸 머릿속에 떠올라 기도에 몰두할 수 없어 신앙생활을 못 하는가 보다. 사람이 믿음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안 믿는 것보다 참 좋다. 지인 중에는 스님 신부님 목사님 등 종교계의 책임자로 있는 좋은 분들이 많지만 나 스스로는 정작 참 신앙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수많은 전쟁은 종교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유럽의 십자군 전쟁 100년 전쟁이 그 예다. 오늘날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등등 그 깊숙한 곳에는 종교의 다툼이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의 인연은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난다. 옛말에 돌부리에 채여도 인연이란 말이 있다. 아주 작은 우연이 인연이 되어 호연과 악연이 이어진다고 한다. 처음 인연을 맺을 때는 우연이든 필연이든 소소한 데서부터 이뤄지는 게 대다수다. 어떤 모임에서 만났다든가 사적 공적 등에서 서로 알게 되었다면 그것이 곧 인연으로 맺어져 좋은 우정이나 친구로 발전되기 일쑤다. 사업을 하는 사람 공직을 수행하는 자 모두가 처음부터 아는 예는 많지 않다. 살아가면서 차차 알게 되는 것이 인연의 시초가 된다.

특히 현실보다도 내세관이 같은 종교로 불교나 그리스도교에서는 현실 못지않게 사후세상을 중요시한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게 전생의 인연이라고 한다. 전생에서 현생의 세계로 환생할 때 인연이 연결된다고 한다. 즉 윤회사상으로 돌고 도는 게 인생이라고 한다. 지금 잘 살고 못사는 것도 전생의 업보라고 한다. 조상이 좋은 일을 많이 했다면 후세의 그 자손이 태어나 행복하게 잘 살고 전생에 못된 짓을 많이 했으면 현생에 그 업보가 따라와서 불행하게 산다고 한다. 결국 모든 게 인연에 의거 운명과 숙명이 반복된다고 한다. 결국 이 세상을 현실적으로 착하게 살라는 얘기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사람의 운명을 고칠 수가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보시를 많이 하고 책을 많이 읽고 양택에서 살면 운명은 스스로 비껴갈 수도 있다고 한다. 즉 자기 노력 여하에 따라 그렇다는 거다. 그러나 숙명은 햇볕 아래 사람의 그림자처럼 뒤따라오기 때문에 아무리 인간이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다. 인간의 죽음은 숙명이다. 불심이 깊은 스님이나 신앙이 철저한 신부님 목사님이야 어떤 인연의 아픔도 수월하게 이겨내겠지만 보통의 중생이나 일반신도 신자님들은 오랫동안 가졌던 인연이 갑자기 끊긴다면 매우 당황스럽고 혼동과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인연의 끝남에 혹여 이쪽에서 잘못이라도 있어서 일까 하는 노파심에서 심사숙고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상대편에서 의혹이라든가 어떤 오해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기야 사람이 신이 아닐진대 그 어떤 상호 간 오해와 진실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인연의 끝은 허탈하다. 불심을 인용치 않더라도 사람의 인연은 참 중요하다. 기왕에 맺은 인연 계속 이어지면 참으로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고 끝난다는 사실 이 또한 인연일 게다. 한 번의 인연은 끝났다고 해도 끝난 게 아니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 옛 아름답던 잠깐의 추억을 얘기하며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올지 기대와 희망을 가져본다. 지금까지 필자와 인연의 관계라면 말 그대로 참다운 좋은 우정의 인연이었으면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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