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쩌면 한恨과 눈물을 간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생활해 가면서 실제로 경험하고 산다. 한恨이 있기에, 눈물이 있기에 사랑이 소중한 줄을 알았고, 그에 따른 문학적인 작품이 성숙했는지도 모른다. 이웃을 사랑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도 이런 사랑에 대한 한이 깊이 자리하였을 것이다. 이제 새로운 봄이 이 땅에 돌아왔건만, 가고 싶은 고향 생각은 나날이 새롭기만 하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삽화 : 인당 박민서 화백 
삽화 : 인당 박민서 화백 

 

恨(한) / 취연 일타홍               
이제야 봄 오니 고향생각 새로워라
마음에 학사님은 풍류객일 터인데
오늘도 그리운 마음 돌아서고 있구나.
今節當三春    鄕愁日日新
금절당삼춘    향수일일신
學士風流客    今作空歸人
학사풍류객    금작공귀인

오늘도 그냥 그 사람에게 돌아서고만 있는 나(恨)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취연(翠蓮) 일타홍(一朶紅:?∼?)으로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이제 새로운 봄이 이 땅에 돌아왔건만 / 가고 싶은 고향 생각은 나날이 새롭기만 하네 // (마음에 두었던) 학사님은 지금도 풍류객일 텐데 / 오늘도 그냥 그 사람에게 돌아서고만 있는 나]라는 한 덩어리 시상이다.

위 시제는 [마음에 있는 이 한을]로 번역된다. 비록 야사野史에 나오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이지만 시인과 좌의정을 지냈던 일송(一松) 심희수(沈喜壽 1548∼1622)와 따뜻한 인간애가 알려진다. 양반의 자식이면서도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일송을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며 출세가도의 기반을 마련하고 인생으로 태어나 자기 할 일을 다했다는 생각으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여인이자 시인이었다.

시인은 새봄이 돌아와 이 땅을 푹신하게 적시건만, 고향에 가고 싶다는 시적인 선경先景의 문을 연다. 이제 새로운 봄이 이 땅에 돌아왔건만, 가고 싶은 고향 생각은 나날이 새롭기만 하다고 했다. 수구지심이라고 했듯이 사람은 나이 들어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변함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자는 평상시 마음에 두고 정을 나누었던 풍류객을 그냥 못 잊어 하고 있다. 그는 분명 일송이었을 것이다. ‘마음에 담아 두었던 학사님은 지금도 풍류객일 텐데, 오늘도 그냥 그 사람에게 돌아서고만 있는 나’라는 시상을 떠올리게 된다. 아직은 혼례의 예는 아닐지라도, 일송의 어머님을 뵙지 못하는 시점으로 보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새로운 봄 돌아 왔네 고향 생각 새로운데. 학사님 풍류객인데 그 분께 돌아선 나는’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일타홍(一朶紅: ? ∼ ?)으로 여류시인이다. 조선 중기의 장성(長城) 혹은 금산으로 알려진 명기(名妓)로만 알려진다. 좌의정을 지낸 일송(一松) 심희수(沈喜壽 1548∼1622)의 애첩으로 그가 공부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력을 극진히 했으며 고향인 금산(?)에 묻힌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자와 어구】
今節: 지금의 절기. 當: 당하다. 맞이하다. 三春: 봄 3개월. 음력 3월, 약력으로는 5월. 鄕愁: 고향에 대한 그리움. 日日新: 날마다 새롭다. // 學士: 학사. 여기선 그리운 임으로 봄이 좋겠다. 風流客: 풍류객이다. 今作: 이제는 공연히 짓는다. ‘생각난다’는 뜻. 空: 공연히. 歸人: 그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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