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609]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이번 베트남 여행은 4번째다. 10여 년 전 친목계에서 부부동반으로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는 캄보디아와 베트남 여행이었으며 주로 북쪽 하노이를 중심으로 인근 하롱베이 등을 관광했고 그 외 두 번도 모두 북쪽 지방이었다. 중부지방과 남쪽은 이번이 처음으로 10월 27일 베트남 남쪽지방 투어 4일째다. 베트남 최대 곡창지대인 메콩텔라의 미토지방으로 이동해 유니콘섬 지역과 열대과일 농장을 구경했다. 

중식 후 열대우림의 샛강 배 체험을 했다. 카누 같은 작은 쪽배에 앞뒤로 사공이 노를 저었고 우리는 두 사람씩 짝을 이뤄 탑승했다. 약 1시간 정도 2km의 숲속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체험으로 물은 황토물에 주변은 지저분했다. 선착장에 하선 후 호치민 시내 중심지에 있는 전 주월남사령부와 해군기지 평화공원을 방문했다. 평화공원에는 주월남한국공병대가 세운 팔각정이 그대로 있고 건물 밑은 베트남 젊은이들의 데이트와 산책 장소로 노숙자들도 있었다.

주월남사령부 터는 정문 기둥만 우뚝하게 양쪽에 서 있고 안쪽은 주차장으로 사용했다. 해군기지는 흔적조차 없어지고 호화여객 관람선만 두어 척 정박해 있었다. 50여 년 전 그 찬란했던 군부대 사령부가 전쟁에 지고 나니 허망한 폐허로 변했다. 전쟁은 이기고 봐야지 패망하면 모든 게 허망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관광 마지막 날인 5일째다. 호텔 조식 후 베트남전쟁이 막바지일 때 베트공의 활동이 컸던 구찌마을로 갔다. 호치민시 변두리 베트공 근거지의 한곳으로 온갖 시설들이 그대로 잘 보전돼 있었다. 땅굴과 월맹군 지하사령부에는 그들의 생활 모습이 고스란히 있었다. 관광은 다시 베트남 남쪽 중심도시 구 사이공(현 호치민시)으로 이동해 시내 관광을 했다. 전쟁박물관 옛 총독부 통일궁(왕궁)을 두루 보았다. 당시 대통령궁은 회의장으로 쓰고 일반인(외국인 포함)에게 완전 개방됐다. 대통령궁 앞 잔디광장 옆에는 당시 월맹군이 침입했던 탱크 두 대가 기념물로 보존돼 있다. 한 나라의 정부가 패망하자 모든 게 사라진 월남 정부가 지금은 사회주의로 통일돼 북쪽 월맹이 정권을 잡고 정치는 사회주의 경제는 자본주의를 택해 발전하고 있다. 

호치민시가 있는 남쪽은 원래 캄보디아 영토였으나 월남과의 전쟁에서 월남이 이기자 월남 땅이 됐고 캄보디아는 현재의 국경으로 굳어져 있다. 1975년부터 80년까지 5년 동안 캄보디아는 크메르 국적의 폴포트라는 독재자가 등장해 국민의 30%인 4백여만 명을 죽이는 대학살을 했다(영화 킬링필드). 베트남이 캄보디아와 전쟁을 해 크메르 정권을 몰아내고 현 정권을 세웠다고 한다. 

10월 29일 밤 11시 40분 호치민시 국제공항을 떠나 인천으로 향했다. 이렇게 장장 5박 6일의 베트남 투어가 끝났다. 여행이란 떠날 때 설레고 귀국할 때는 늘 아쉬운 것이다. 이번 여행도 다를바 없었다. 베트남 기후는 여행 동안 30℃ 내외였는데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10℃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 쌀쌀한 초겨울 날씨였다. 

세계는 무한경쟁시대다. 이 지구상에 2백 개가 넘는 나라에 80억 인구가 산다. 이 많은 나라의 인구가 살아가자면 온갖 시련들이 따르게 된다. 희망 같아서는 온 세계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지만 그런 희망대로 되는 게 아닌 게 현실이다.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 중이고 중동에선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했다가 엄청난 보복을 받고 존폐의 위기에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보유했고 중국과 대만은 언제 분란이 날지 모른다. 중동은 아랍권을 중심으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다. 여기에 우리나라도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나라는 뭐니 뭐니 해도 힘이 있어야 한다. 자력 방위로 국방이 튼튼해야 한다. 아무리 경제나 문화가 발달했다 하더라도 국제정세에서는 힘이 없으면 사상누각이고 물거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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