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605]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농촌엔 빈 농가주택이 많다. 보기도 흉하고 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대부분 고령인 집주인이 농촌을 떠나고 농지는 타인에게 임대나 휴농하고 도시로 떠났기 때문이다. 이 빈집들은 무등기도 많을뿐더러 대지도 농지 그대로의 상태에 건축물이 무허가로 지어져 농부가 떠나고 나면 빈집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농가주택이 건축물대장이 존재하고 주인이 있어 함부로 철거나 이용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농촌의 농가는 그렇다 치고 소도시(홍천읍이나 면 단위 소재지 도로변) 대로변에도 분명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집인데 너무 낡아서 외관상 보기가 민망한 곳이 더러 있다. 홍천에서 춘천으로 가는 국도변인 북방면 하화계리에서 중화계리로 가는 코너에 위치한 주택 지붕이 너무 낡아 보기 흉하다. 물론 집주인은 형편이 안 돼서 수리를 못 하겠지만 이곳을 지나는 행인(차에서도 보임)이나 외지인들이 볼 때 너무나 민망할 정도다.

저런 주택을 두고 국민소득 3만 5천 달러니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느니들 하는 걸 보면 참 우습지도 않다. 단층지붕이 낡아서 비닐로 덮고 천막 쪼가리와 함석 쪼가리 등으로 울긋불긋하게 지붕을 이었다. 마치 동남아의 빈촌을 온 것 같다. 방글라데시나 캄보디아 미얀마 필리핀의 가난한 소도시 주변을 보는 것 같다. 물론 주인은 비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한 것이지만 외관상 너무나 보기 흉하다.

언론에 보면 집수리를 해주는 봉사단체도 몇 군데 있고 행정당국에서도 이런 곳을 손을 봐주는 부서가 있긴 한데 이분들에게는 이런 가옥들이 눈에 안 보이는가 보다. 이뿐만 아니라 홍천읍 시내 주택가 최고 중심지의 하나인 희망리의 경우에도 주택 처마와 담장이 너무 낡아서 보기 흉한 곳이 있다. 홍천군의회 서남쪽 200m쯤 진리희망도시재생단 건물 옆 개인주택의 담벼락과 처마가 그렇다.

오래된 가옥(6.25 전쟁 직후 건축)으로 가옥 전체가 매우 낡은 특히 시멘트블럭 담에 가옥 차양막이 붕괴 직전에 있다. 이곳은 도로 폭도 매우 좁아서 차량 한대가 지나가면 사람이 겨우 피할 수 있는 골목길이다. 홍천에 새로 신설된 닭바우(갈마곡리) 길이나 연봉리 같이 한적한 곳도 도로망이 직선으로 아주 잘 돼 있다. 그런데 홍천읍의 주택가 중심지로 몇백 년 전부터 홍천읍의 중심지였던 곳이 낙후돼도 너무 낙후됐다.

몇 년 전 이 지역 출신 모 군의원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그 의원은 사진도 찍고 행정당국에 알아본다고 하더니 그 후에는 아무 말이 없다. 그 집 앞으로는 학생들과 공무원 군의원 직원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다닌다. 특히 이곳은 옛 읍면장 관사(1950년대 건축) 터로써 관사 대문과 인접해 있던 곳이다. 물론 행정당국에서는 예산을 핑계로 효율성이 낮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개선을 필요로 하지만 안 되고 있다. 이곳을 지나가노라면 1960년대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새마을 운동을 할 때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손봐야 할 곳이다.

일을 하는 데는 경중완급이란 말이 있다.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 중 중요한 것을 먼저 하고 급한 것과 덜 급한 것은 급한 것부터 해야 한다는 말이 새삼 생각난다. 사람이 사는 주택의 경우 내부도 중요하지만 외부도 중요하다. 앞에서 말한 주택의 지붕이나 블럭 울타리에 처마(차양막)시설은 외부에 속한다. 내부 살림이야 그 사람의 형편에 의해 하겠지만 외부는 타인의 시선도 생각해야 한다.

주택의 외형은 도시나 농촌 미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1950년대 서울 청계천 주변의 판자촌 주택은 한국전쟁 후 극도의 빈곤상태에서 지어진 집이다. 오늘날 한국은 그때의 시대가 아니다. 수출 세계 10위권 외환보유 상위로 잘사는 나라가 됐다. 가옥수리는 집주인의 여력이 없으면 행정당국이라도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 불량주택 지붕과 다 낡은 블럭 울타리와 처마 때문에 홍천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는 없다. 멀쩡한 보도블럭을 뜯어내고 교체하는 것보다 이런 곳에도 신경을 써 아름다운 홍천을 보여줬으면 한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