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음산 자락에서 본 세상 [5]

  ▲ 김철호     전 홍천읍노인회 사무장
  ▲ 김철호     
  전 홍천읍노인회 사무장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동시 지원을 두고 “미국은 걸으면서도 동시에 껌을 씹을 수 있다”고 수사적으로 표현했다. 참 멋진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인들은 대화 방법에 있어 솔직함을 중요시하는 동시에 친밀감을 확립하는 방법으로 유머나 은유 등, 수사적(修辭的) 표현을 잘 사용한다.

그들의 영화를 보노라면 전장의 포화 속에서도 심지어 죽음 앞에서까지 멋진 표현을 한다. 물론, 영화이다 보니 그럴 수 있겠다. 그들은 상대방의 생각이나 행동을 방해하거나 간섭하는 것을 무례한 것으로 간주한다. 얼마 전 모 식당에서 식사하던 군인들의 식대를 몰래 지불하고 나온 어느 신사 양반의 훈훈한 사례가 세간에 전해져 감동을 준 적이 있다.

최근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 미담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유명 개그맨 김대희 씨였다. 연기도 맛깔스럽게 잘하지만 그렇게 마음까지도 훈훈한 사람인 줄 알고 나서는 개그콘서트 중 김대희 씨가 출연하는 ‘대화가 필요해’나 유튜브 채널 ‘꼰대희’를 일부러 시청한다. 역시 유머를 잘하는 사람은 마음도 따뜻하다는 내 생각이 옳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러고 보니 유명 정치인들의 유사한 미담 사례는 별로 들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재산 신고액을 보면 수십억에서 수백억 정도 거액의 재산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던데···. 그들의 미담 사례가 세간에 드러나지 않은 건가? 아니면 있어도 좋은 일엔 별로 사용하지 않는 건가? 그들도 코미디는 한다. 다만 씁쓸함을 주는 ‘국회 코미디’라 별로 듣고 싶지 않다.

웃음은 최고의 명약이라고 한다. 그래서 웃음치료라는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웃음을 전하는 유명 강사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머는 자신을 웃기려고 실시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웃음을 주려고 실시한다. 그렇다면 유머를 잘하는 사람은 따뜻하며 사랑이 충만한 사람이라는 표현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나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모두가 좋은 사람이 아닐 수 있어도 웃기는 글을 쓰는 사람이나 남을 잘 웃기는 사람은 모두 좋은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머는 인간만이 지닌 고유의 특성이라고 한다.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농담에 대하여 ‘나를 높여 남에게 이기는 기술’이라 했고, 유머에 대하여는 ‘나를 낮추어 상대방에게 이기는 기술’이라고 했다. 잘 웃지도 않고 남을 웃기지도 못하는 사람을 우리는 가슴이 메마른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우리 한국인들은 세계적으로 참 부지런하고 두뇌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부족한 점을 굳이 꼽는다면 삶에 여유를 가질 줄 모르고 유머가 부족한 민족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역사적으로 960여 회가 넘는 외침을 받다 보니 그리고 과거 경제적으로 몹시도 빈곤했던 삶이 그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언제나 웃고 살 수만은 없다. 세상이 우리를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그러나 가능한 한 유머와 웃음이 우리 일상 곳곳에 충만했으면 한다. 유머를 통하여 메마르고 팍팍한 우리네 삶을 따뜻하고 건강한 삶으로 바꾸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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