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603]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농민의 유일한 자산인 농지가 천덕꾸러기가 됐다. 정부의 모순된 제도로 매매를 하려고 해도 원 구매자가 없다. 구입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귀농 또는 귀촌 차 농촌의 농지 200~300여 평 또는 그 이상(1천 평 내외)의 경우 구입 절차가 번잡하고 불편하다. 그렇다 보니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농촌(시골)에 집 하나 짓고 텃밭을 가꾸며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농촌으로 유입될 수 없다. 현행 농지법과 관계 시행령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농지매매가 원칙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인위적으로 정부가 만든 각종 규제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농지는 크게 농림지와 관리지역이 있다. 이보다 세부적인 것은 생략하고 대략 큰 규제만 보면 농림지는 농사만 지을 수 있고 관리지역은 건축이나 타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농지다. 조금 구체적으로 보면 관리지역은 생산관리지역 기획관리지역 자연녹지 등으로 구별되고 농림지역은 과거 절대농지였던 경지정리가 잘된 곳은 타용도가 거의 불가능하고 일반농림지는 경우에 따라 건축도 가능하다. 예를 들면 농가창고나 축사 농가주택 정도는 지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허가 자체가 또한 여간 번잡하고 까다롭지 않다.

농지소유제도가 이렇게 까다로운 것은 그 원인이 농지 소유의 근본이 헌법에 경작유전의 원칙이라고 해서 농지는 실제 경작하는 농민만이 가질 수 있다는 대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규제는 정부에서 필요한 부분만 농지법 개정으로 손을 보고 있다. 광복 후 정부마다 농지에 대해서는 엄격히 다룬다. 이게 큰 목적은 농지가 보존돼야 국가의 식량정책에 부합한다는 이론인데 국가의 식량정책을 왜 10% 내외의 순 농민이 져야 하는지 의문이 간다.

농업인구가 90%이던 1950~60년대는 그렇다 해도 지금은 공상시대로 농업은 뒷방신세의 산업이 됐다. 현실이 이런데 10% 내외의 농민이 90% 비농민의 생계(식량 확보)를 위해 헌신하라는 것밖에 안 된다. 현재 농촌은 땅(농지)만 가진 가난한 사람들이 많다. 특히 고령농민(70세 이상)이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서울이나 수도권 또는 대도시의 집(아파트)만 가진 가난한 사람이 많다지만 시골의 노인 가정에 땅을 가진 극빈자가 많은 셈이다.

물론 이를 타계하기 위해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사실 이것도 도시주택의 경우 실가격이나 공시가격이 큰 차이가 없어 주택연금 실현성이 좋지만 농지는 실거래와 공시지가 차이가 매우 크다. 특히 과거 농지의 경우 진출입도로로 농로만 있고 영농에 지장만 없으면 됐지만 현재는 확실한 법정도로(3m 이상)가 존재해야 농지연금도 받고 농가주택도 건축할 수 있어 실제 농지연금 혜택(지급율)이 매우 낮게 책정된다.

또한 농지는 대부분 그 원가가 매우 낮다. 부모로부터 상속 내지 증여 또는 구입으로 저렴하게 사서 매매 시에는 현시가 보다 낮은 가격 때문에 문제다. 거기에다 판매 시 양도세도 만만치 않다. 이 모두가 정부의 규제 속에서 발생한다. 농촌의 농지에 대한 문제점을 정책당국이 탁상행정으로 일괄 처리해 농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 몇 해 전 LH주택공사 직원들의 농지 투기 몇 사람 때문에 200만 농민의 자산인 농지매매가 난맥을 이루게 됐다. 현 정부도 이에 공조하고 있다. 정부를 이끄는 사람들이 법조인이나 그와 관계있는 사람들로 농민들의 이 절박한 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오직 선거에만 매달리는 국회의원들도 문제다.

이런 현상이 전국적인 문제다. 농지매매가 수월치 않은 것은 이외에도 사회적 경제적 관계도 있다. 예를 들면 현재 금리가 매우 높다. 토지나 농지를 구입할 때 상당수는 대출과 자기 자금 일부로 땅을 구입했는데 이자가 높다 보니 자연스럽게 원 구매자들이 감소하고 있다. 그러니 큰 문제는 농지관계의 각종 규제와 농지 담보 완화다. 전 정부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윤 정부 들어와서 더욱 꼬인 것이 농지제도다. 지역 정치인(국회의원)들이 농지에 관심을 갖고 법 제도를 개선할 때 정부와 도시 농촌이 함께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