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98)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사람들은 흔히 말하길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를 향하여 나가야 한다”고들 한다. 또한 젊어서는 희망을 먹고 살고 늙어서는 추억을 먹고 산다고도 한다. 다 맞는 얘기다. 단 여기에서 현재를 등한시하는 것 같다. 우리는 현재를 중심으로 해서 과거(추억)가 있고 미래가 있지 않은가. 어쨌든 우리는 현재에 살고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극단적인 얘기까지 하고 있다.

세계적 또는 국가 전체에 대한 과거나 현재 미래를 떠나서 우리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얘기해보자. 필자가 홍천읍에서 본격적으로 거주한 것은 1954년 초 홍천중학교 1학년에 입학하고부터로 70년 전 얘기다. 당시 홍천에는 전기도 수도도 없었다. 6.25 한국전쟁 휴전이 이전 해에 이뤄졌고 홍천엔 전쟁의 상처가 심했다. 인근에 많은 미군부대가 주둔했고 국군부대도 많았다. 그래도 5일장은 호황을 이뤘다. 매 1일과 6일에 열리는 장날은 농촌이나 도시 할 것 없이 장마당에 나와서 장을 봤다. 생동감이 넘치는 풍경이었다.

홍천은 산이 많아 목재상이 많았고 특히 제재업이 발달해 홍천읍 인근만 해도 제재소가 대여섯 개나 있었다. 휴전 이후 읍내가 급속도로 발전해 자동차 엔진으로 자가발전을 하다가 대형 선박 디젤엔진을 돌려 전기를 생산해 시내 점포에 공급하고 부유층 가옥에도 공급했다. 물론 개인이 했다. 식수는 자가 우물이나 인근 샘물을 사용했고 더러는 강물을 먹기도 했다.

50년대 중반부터 공공건물들이 건축됐고 시장에도 대형 상점들이 등장했다. 지금으로 치면 마트 같은 도매상들이 있었다. 홍천읍 시내 중심에 광신상회가 제일 컸고 그 앞에 동인상회 그 위쪽에 구룡상회 조금 후에 상신상회가 번창했다. 물론 이들 상회는 잡화와 문구류 등을 팔고 도·소매를 겸했다. 당시 독과점에 배급제였던 석유는 선익상회가 광복 전부터 있어 국가의 전체제품을 독점해서 팔았다.

당시 의료기관인 치과는 현재 강룡사 앞 남궁치과가 자택에 최초로 문을 열었고 곧이어 시내에 한일치과가 개원했다. 의원은 현 교육지원청 앞에 김·최의원과 그 뒤로 홍제의원이 있었고 현 희망리 영빈장 모텔 건너편에 향림의원이 있다가 이전했다. 홍천군청 서쪽 명동보육원 터에 미국 선교사가 운영하던 제이드병원은 제법 큰 의원이었다(60년대 말 두촌 장남리로 이전).

현 중앙시장 터를 정비해서 기와집 단층으로 점포를 백여 동 이상 짓고 중심에는 미전거리 광장을 만들었다. 인근 주변에는 시골에서 농가가 직접 농사지은 곡식들을 한두 말씩 가져와 판매했다. 이곳에서 홍천의 곡물값이 형성된 셈이다. 그 후 현 구시장도 정비해 단층 기와집으로 신축했다. 신축 전에는 판잣집 점포가 대부분이었고 중심도로 남쪽 편 점포는 목조 2층으로 지었다. 여기에 낙원사진관이 있어 신식 예식도 올리고 사진을 찍었다. 1955년도 얘기다.

최근에 홍천 인구 6만 9천 명대가 무너졌다. 1965년에 최고로 13만 5천여 명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물론 전국 228개 시·군 등에서도 여타 농촌과 비교할 때 반밖에 안 줄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고 인구 증가에 군은 물론 군민들도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6~70년대에 비해 인구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가구수는 오히려 시내를 중심으로 각 면 단위도 늘고 있다. 도시 사람들이 이주한 덕이고 아파트 발달로 주거환경이 변하며 1인 가구가 늘고 있어서다. 1980년대 들어와 아파트를 짓기 시작해 전체 가구수가 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터미널 인근을 비롯해 홍천읍 곳곳에 분양과 동시에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이처럼 홍천은 변하고 있다. 홍천뿐만 아니라 모든 게 변하고 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름다운 추억 무지개 같은 미래와 현재의 안락하고 행복한 날이 모두에게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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