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야기 삶이야기[63]

 ▲선아름 변호사  '법률사무소 해원' 대표    홍천군청 법률상담 위원
 ▲선아름 변호사 
 '법률사무소 해원' 대표 
 홍천군청 법률상담 위원

홍천 지역에는 등기부가 존재하지 않거나 실체관계와 다르게 보존등기가 된 토지가 매우 많다. 일제강점기 토지조사령에 의해 토지를 사정받은 선조가 이후 전쟁을 거치면서 사망하거나 행정서류가 멸실되었고 후손들이 소유권을 제때 확인하지 못한 경우가 그렇다. 또는 선조의 땅인 사실을 알고 해당 땅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등기가 되지 않아 불이익을 겪는 후손들도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되면 우리가 아직도 일제강점기의 영향 아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관련된 상담 문의가 있어 이러한 경우 어떻게 선조의 토지를 찾을 수 있을지 소개한다.

의뢰인은 자신의 조부가 일제강점기 강원도 일대의 땅을 소유했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 중 홍천군 소재의 땅이 있었다. 의뢰인은 서울에 있는 몇몇 로펌에 조부의 땅을 찾는 방법을 문의하였지만 해당 지역 인근 변호사를 찾아보라는 조언을 듣고는 필자에게 상담을 요청하셨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는 토지조사령에 의해 토지조사부를 만들어 각 지번마다 토지 소유자의 이름과 주소를 기재하였다. 현대판 등기부제도라 보면 된다. 토지조사부는 해당 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열람할 수 있는데 토지의 지번마다 소유자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있다. 의뢰인의 조부는 토지조사부에 소유자로 등록이 되었는데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조부는 사망하였고 후에 등기제도가 생겼지만 후손들이 제때 등기를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현행 공부를 확인하여 보니 등기부가 아직도 없는 땅도 있고 국가가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땅도 있다.

100여 년 전 작성된 토지조사부에 조부의 이름이 적혀있을 뿐 해당 땅이 조부의 소유였다는 땅문서와 같은 증거가 전혀 없고 오히려 대한민국이 등기를 한 상황에서도 의뢰인이 선조의 땅을 되찾을 수 있을까. 다행히 대법원은 토지조사부에 소유권을 증명하는 권한을 인정한다. 마치 현행 등기제도처럼 토지조사부에 소유자로 등록이 되었다면 그 소유자가 실제 해당 토지를 소유한 것으로 간주한다.

반면 대한민국이 해당 땅을 매수한 경우라면 모를까 단순히 해당 땅의 소유자를 찾지 못한다는 이유로 소유권보존등기를 한 경우에는 그러한 국가의 보존등기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유권말소 및 확인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면 현재 대한민국의 소유권보존등기는 말소되고 원고 명의로 등기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소송이 일명 ‘조상 땅찾기 소송’이다. 소송 기간이 2~3년으로 길고 1심에서 승소를 하여도 대한민국에서 항소하여 보통 2~3심까지 진행이 되는 아주 까다로운 소송이다. 게다가 100년 전 등기명의자를 기준으로 하여 현재 살아있는 그의 후손을 헤아려보면 보통은 2대에 거쳐 후손들이 있다 보니 소송 당사자도 매우 많다. 그러다 보니 일반 민사소송을 하는 변호사가 이러한 소송을 맡아 진행하는 건 부담이 클 게다.

하지만 대법원이 토지조사부의 소유권 증명력을 인정하기 때문에 일단 토지조사부에 선조의 이름이 적혀있다면 소송을 해볼 만하다. 물론 사건마다 난이도는 천차만별이다. 소송을 잘 수행하여 승소한다면, 의뢰인은 자신의 선조가 그 조상으로부터 계속 물려받았던 땅을 되찾을 수 있다는 데서 의미가 큰 소송이다. 이 기사를 보는 홍천군민들께서도 혹시라도 조부님께 그러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으시다면 도움을 받아 권리를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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