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93)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직장을 떠난 지 26년이 넘었다. 이런 시점에서 과거 30여 년간 함께 근무했던 직원 중 동료나 선후배에 대한 추억에 얽힌 이야기를 해본다. 농협중앙회는 전국구 직원공채제도다. 홍천군지부에도 전국에서 온 직원들이 40여 명 근무했다. 먼 데는 제주도와 영호남 충청 경기는 물론 서울이나 강화도에서도 와 근무했다.

대구에서 온 신규 직원은 선생과 제자가 동시에 공채에 합격해 홍천군지부로 왔다. 대학부에 신규 합격한 직원은 상업학교 교사를 몇 년 하다 농협으로 왔고 그 제자는 고졸부로 역시 합격해 군지부에 동반 발령을 받았다. 현업 일은 고졸이 훨씬 잘했다. 부기 2급에 주산 1급이고 경제학부 교사 출신의 실무는 엉망이었다. 그 후 교사 출신은 1년 만에 서울중앙회(본부)로 갔고 고졸 직원은 한 3년여 쯤 있다가 고향으로 갔다.

몇 년 후 소식에 의하면 선생 출신은 승진을 해서 과장이 됐고 고졸은 대리가 됐다고 한다. 현업과 승진은 별개인가 보다. 한 번은 제주도에서 온 직원이 있었는데 성이 부 씨였다. 직원으로 와 1년도 안 돼서 서울로 가고 얼마 후 책임자(지점장)가 됐는데 맨날 부지부장만 했다고 한다. 성씨가 부 씨였기 때문이다. 진도에서 온 과장 한 명은 미술품 수집가이고 정치지망생도 있는가 하면 탈북민도 있었다.

1970년대 중반에는 허만근 과장이 새로 부임했는데 이 분이 현재 법무부장관으로 있는 한동훈의 외조부다. 즉 허 과장 따님의 아들이 한동훈 장관으로 한 법무부장관의 부친은 한종수(작고)로 영어를 잘해 춘천에서 미군과 관련된 사업을 했다고 한다. 허 경제과장은 내촌면 답풍리 허씨 문중의 자손으로 집안에 농협 근무 직원이 많았다.

허만근 과장은 일 년쯤 근무하다 춘천농협 강원도지회 판매과장으로 영전했다. 홍천에서 근무할 때는 성품이 모가 나지 않고 털털해 직원들과 호흡이 잘 맞았다. 퇴근 후에는 장기도 뛰고 탁구도 쳤다. 지난해 한동훈 장관이 법무부장관에 임명됐을 때 그의 외가 마을인 내촌면에서는 현수막을 대여섯 개나 내걸고 내촌면과 연관이 있는 한 장관의 임명을 축하했다. 우리나라는 외가에서 훌륭한 사람이 나오는 예가 많이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성리학자인 율곡 이이도 강릉의 외가인 오죽헌에서 탄생한 학자로 정치가의 길을 걸었다.

요즘 국회에서는 대정부질의를 하고 있다. 법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의례 법무부장관이 나와 질의에 답변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오늘도 국회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기각과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질문 내용에 대해 한 장관은 6하원칙에 의한 명쾌한 답변으로 질문하는 국회의원들을 이해시켰다. 한 장관은 고향이 춘천으로 학교는 서울에서 다녔지만 유년시절을 춘천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의 부친이 필자와 동년배 동기생이지만 필자는 알지 못하고 그의 지인(동창)들과 필자의 동창이 연결돼 있다. 한동훈 장관은 학창시절 책을 볼 때면 한 번에 세 쪽을 펴놓고 읽었다고 한다. 친구들이 어떻게 한 번에 세 쪽을 읽느냐고 물으면 그 반대로 답답해서 한 쪽씩 읽느냐고 반문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어쨌든 학교 때부터 영특했나 보다.

농협군지부 직원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전국단위로 입사한다. 필자도 그 중에 속한다. 1967년 공채를 봤고 홍천 지역 합격자는 3명이었다. 필자와 이성호(경기 수원) 박현일(춘천)이다. 이성호는 서울 농대 수의과를 나오고 강원특별자치도청에 근무하다 농협으로 왔고 박현일은 강원대를 졸업하고 홍천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하다 전직을 한 셈이다.

필자는 홍천농고 상과 졸업에 보습학원장 출신이다. 이성호는 10여 년 근무하다 퇴직하고 경기도에서 수의사로 개업했고 박현일은 홍천군지부장을 역임했으며 몇 년 전 작고했다. 한 직장에서 30여 년간 근무 후 무사히 퇴직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근무하는 동안 수많은 직장 동료들의 다정다감했던 얼굴이 지금도 간간이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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