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야기 삶이야기[62]

▲선아름 변호사    '법률사무소 해원' 대표     홍천군청 법률상담 위원
▲선아름 변호사 
'법률사무소 해원' 대표   
홍천군청 법률상담 위원

‘사랑이법’을 기억하시나요. 2014년에 김지환 씨가 8개월 된 딸이 탄 유아차를 끌고 서울 도심에서 1인시위를 했던 사건. 미혼부 혼자서는 아이를 출생신고 할 수 없는 현실을 알려 2015년 가족관계등록법이 개정되었다. 미혼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사랑이법’(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이 개정된 것이다.

그런데 미혼모는 혼인 외 출생자를 바로 출생신고 할 수 있지만 미혼부는 사랑이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렇지 않은 현실이다. 2015년 가족관계등록법이 미혼부가 친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모를 경우에도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개정되었지만 ‘친모의 신상을 알 수 없는 경우’라는 조항 탓에 아이의 출생증명서에 친모 이름이 나와 있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사랑이법이 친부가 단독으로 출생신고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았지만, 친부는 친모의 인적사항을 모를 때에는 가정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마저도 법원이 인용해주지 않으면 영영 출생신고 할 길이 없다. 이렇듯 친부 홀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문제를 해소하려고 신설된 ‘사랑이법’이 친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겨 위헌소송이 제기되었다.

헌법재판소는 3월 23일 혼인 외의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는 친모만 할 수 있다는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아이는 태어난 즉시 ‘출생 등록될 권리’가 있는데 위 조항이 이러한 기본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5월 31일까지 이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헌인 조항에 대해 바로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경우 새로운 조항이 신설되는 동안 발생될 문제 때문에 이렇듯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기한을 주었다. 국회는 기한까지 법을 개정하라는 뜻이다. 관련된 최근 가정법원 판결을 소개한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다른 나라 국적 여성과의 사이에서 딸을 출산했으나 미혼부라는 이유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던 남성이 법원의 결정으로 출생신고를 하게 된 사연이다.

A씨는 타 국적 여성과 교제 중 지난해 9월 딸을 얻었는데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은 출산 며칠 후 집을 나가 연락이 닿지 않았다. A씨는 홀로 딸의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관할 주민센터를 방문했으나 담당 공무원은 “A씨가 출생신고를 할 자격이 없다”며 거부했다.

출생신고를 못 하자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았고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가정법원에 재판을 내었다. 친모의 이름 등 인적사항은 알 수 있지만 친모가 갑작스레 사라져 정당한 사유 없이 딸의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발급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법원은 A씨의 신청을 받아들였고, 그는 딸의 출생신고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요즘에는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 아빠가 양육권을 갖고 싶어 하는 사건이 많다. 반가운 일이다. 하루빨리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이 개정되어 아빠도 엄마 못지않은 부성애가 잘 발휘되는 사회적 조건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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