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591]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심사위원

우리 지역에서 친인척도 아닌 친구에게 자기의 신체 일부인 신장(콩팥)을 기증한 환경보호 운동가가 있어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홍천읍 희망리에 거주하는 남기범(62세) 환경운동가로 그는 지난 3월 신장병 말기로 사경을 헤매는 친구를 보고 자기의 신장 하나를 기증해 이식하기로 작정하고 친구에게 제공 의사를 밝히자 친구는 고마워하면서도 신체 일부인 장기를 떼어준다는 게 미안하고 고마워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오로지 목숨을 살리기 위해 결단한 친구에게 고마울 뿐이었다.

우리나라는 장기매매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뇌사자나 가족 그 외 사후기증자의 기증만 장기이식이 가능하다.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는 많이 대기 중이나 기증자가 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항간엔 중국 등에서 장기밀매자들이 고액을 받고 우리나라 장기구매자들을 알선해 수술을 받는다는 풍문도 있지만 이건 불법으로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남기범 씨가 아내와 가족에게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말을 하자 처음에는 모두 반대했으나 그의 확고한 의사를 알고는 가족들도 찬성을 해줬다. 하지만 막상 남 씨도 기증을 한다고는 했지만 내심 걱정도 많이 됐다. 왜냐하면 본인의 건강도 챙겨야 하는 나이에 신장을 기증한다는 것은 자신이 생각해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남 씨는 건강하고 신장이 좋아서 기증에 이상이 없다는 담당 의사의 판단을 받았고 기증하기 전 몇 달 동안 몇 번의 신체검사와 신장 조직 등 기증에 대한 준비를 하고 수혜자의 혈액형 등 세심한 검사가 있었다고 한다. 신장이식 수혜자는 신장이 완전히 망가져 제 기능을 할 수 없어 몸이 붓고 정상 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한다. 신장이식 수술은 강릉아산병원에서 집도됐고 수술은 성공리에 이뤄져 기증자와 수혜자 모두 만족한 수술이었다.

필자의 지인 중에 간이식을 한 지인이 있다. 그는 20여 년 전 간암으로 간이 손상되자 그의 외아들이 아버지에게 본인의 간을 기증했고 부자는 요즘도 건강한 상태로 잘살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장기이식은 주로 간이나 신장으로 제공자는 뇌사판정 사망자의 기증이 주류를 이루고 그다음이 가족이다. 설사 혈액형이 맞는다 해도 타인이 아무런 조건 없이 장기를 기증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선뜻 나서는 자가 많지 않은 세상에 남기범 씨는 이 일을 해냈다.

그는 자연보호 운동가이고 환경보호 전담가로 특히 야생동물 보호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남 씨가 환경보호나 자연보호 야생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그의 부친인 남경우(작고) 씨의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모른다. 그의 부친은 유명한 수렵가(포수)로 사격선수이기도 하다. 6~70년대 홍천군을 대표해 전국사격대회에서도 여러 번 우승한 바 있다. 겨울철 당국의 허가를 받고 수렵으로 꿩이나 토끼 산돼지 등을 잡아 오면 어린 남 씨는 야생동물이 몹시 애처롭고 불쌍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른이 된 후에는 자연스럽게 야생동물을 보호하게 된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어쨌든 남기범 씨는 자연보호와 환경보호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온 몸을 던지고 있다. 특별한 고정수입이 없어 늘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젊은 몸과 실천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 남 씨는 홍천군환경단체와 자연보호단체를 맡아 책임자로 있으며 강원도야생보호단체 회장이기도 하다.

요즘 도시에서는 애완동물 기르기가 유행이지만 누가 돌보지 않는 야생동물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남 씨를 보고 주위에서는 칭송이 자자하다. 말 못하는 짐승의 자연환경을 위해 뛰는 남 씨가 장기기증이라는 큰일을 한 것도 동물이나 식물의 생명을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우러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어쨌든 신장 기증자나 수혜자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는 체력이 유지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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