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아름다운 눈[37]

▲민경철시인/화가/사업가/홍천문인협회 회원전 대한육상경기연맹 심판위원
▲민경철시인/화가/사업가/홍천문인협회 회원전 대한육상경기연맹 심판위원

팔십 세가 넘어서도 방대한 자료를 암기해 후배들에게 전해 주는 명민함과 3인의 좌파 대통령에게 거침없이 대항했던 용기, 일관성 있는 중심을 지닌 원로 지식인으로 후학들에게 존경이나 동경은 물론 사랑도 받는 듯 보였다. 내가 저 연배에도 저렇게 기억력이 좋을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해 봤다. 

그의 주옥같은 한 마디 한 마디는 들을 때마다 10년 체증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상식적으로 바르지 않은 곳에 언제나 따끔한 훈육이 있었고, 홀로 평생을 살며 별세 후 당신의 몸을 모교인 연세대학교 의대에 기증했다. 유신시대 독재에 대한 저항이 담긴 책 출판으로 중앙정보부에 연행되는 아픔도 맛봤던 그는 시대의 아픔을 샌드백처럼 직접 겪으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원망보다 그의 탁월함을 칭찬했다.

얼마 전 94세의 일기를 끝으로 몸은 노환으로서 이 세상과는 작별했지만, 이 땅에 화평을 이루도록 바른 말을 가지고 소신 있게 훈육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모범을 유산으로 남겼다고 생각한다. 그 정신은 죽지 않고 살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리라. 그리고 그의 떠남을 아쉬워하는 수많은 사람들...

한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잠시 대립적 관계에 있었다 해도 엄연히 자유우파로 평가받고 있는 바, 정치적 색채나 공인으로선 해서는 안 될 대통령들에 대한 자살 촉구 발언들에 대해서는 적잖이 충격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인간이기에 불완전한 존재이고 인간이기에 얼마나 분노하면 저런 말이 나올까. 마가복음 9:42에서 예수가 “또 나를 믿는 이런 어린 아이들 가운데 하나를 실족케 하는 자는 연자 맷돌을 그의 목에 걸고 바다에 빠지는 것이 더 나으니라.”는 말처럼, 보통 일반 서민들에게는 혼란을 주기 위해 진실 30%에 거짓 70%을 섞어 배포하라는 지령이 있다는 풍문의 신빙성을 높이 사는 바 인간이 해서는 안 될 심각한 진실을 알게 되어서는 아닐까... 

또 하나의 흠이라며 고 정주영 회장이 이끈 당에 끼어 정치판에 발을 잠시 담근 것에 대해 평가할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고. 그럼, 그의 백만분의 일이라도 인류를 위한 기여를 노력해 보고 말해야 할 것이다.

“배우지 못한 사람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한 것인데 배운걸 가지고 못 배운 사람을 누른다든지 이용하는 것은 죄악중 죄악”이라며 삼척동자도 지식이 어두운 할머니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한 그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세월”이라던 김동길 박사. 적지 않은 에너지와 특별함으로 지켜냈을 중심잡기와 가족에게 나눌 시간과 힘을 쏟아 붓기에도 인생의 시간이 부족하다 여겼던 것일까...

내가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인 김동길 박사, 그가 정말 이 험한 곳을 떠나갔다. 이 세상에는 많이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 중심에는 오직 물질적 탐욕, 권력욕 등등등의 동물적 욕구에만 충실한 채,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에는 관심도 없이 자신만을 사랑하기에 바쁘게 살아가는 추한 모습들이 많다. 또 아무리 좋은 점을 찾으려해도 너무나 힘이 든 저런 형편 없는 사람이 어떻게 저런 시험에 합격했을까 의문인 혼란한 요지경이다. 빠른 변화로, 펜데믹으로 세대간의 벽이 더 높고 두터워지는 마당에 우린 훌륭한 선배 한 분을 떠나 보내고 말았다. 소중한 친한 벗을 잃은 듯한 상실감은 짧지 않은 시간 내게 머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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