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발자국’은 한 곳에 머물며 사는 나무들의 일상에 투영된 마음이다. 작은 시모임 ‘나무발자국’이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두 번째 전시회를 갖는다. 홍천군문화센터 전시실에는 다섯 시인들의 작품 20여 편이 서각과 족자에 담겨 전시되고 있으며,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정서가 따듯하다.

시 속에 담긴 시간은 우리들의 일상에서 다르지 않다. 한길수 시인의 시간을 따라가면 단비 ‘내리는 소리’와 ‘그대 미소’를 떠올리며 ‘세월 흐르는 소리/한 생이 곱’게 간직한 성찰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오창화 시인의 시간은 여름날 매미의 울음소리에 닿아있다. 나무에 기대어 우는 매미를 보고 ‘엄마 등에 기대서/막 울’었던 기억과 ‘울음// 뚝// 그친’ 매미를 통해 마음 아팠던 동심속으로 끌어들인다.

차재운 시인의 시간은 섬에 갇혀 있는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지루한 코로나19와 유난히 길고 긴 장마에 이어 닥쳐온 우기의 시간은 ‘거기/어딘가를/자꾸만 서성대’며, 어딘가로 벗어나고자 하는 우리들의 초상화를 보는 듯하다. 신현옥 시인의 시간은 ‘휴가’를 내어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보려 했지만 우기의 빗소리와 고양이의 울음으로 심란해하다가 ‘뒤란//꽃대 드는/참나리꽃’에서 제때 찾아온 참나리꽃의 소박한 모습을 만난다.

시간은 우리들을 성찰하게 하는 기다림이자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허림 시인의 시간은 겨울을 견뎌내고 꽃을 피우는 봄의 길목에 서성이는데 ‘약속처럼/봄이 와’서 ‘웃’는 ‘너’를 만나고 있다. 나무들은 떠나지 못함을 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덮는다. 나무는 성자다. 그가 걸어간 발자국은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시 모임을 ‘나무발자국’이라 한 연유를 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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