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순의 나는 숲이다[22]

파라툰카 온천지역에서 베이스캠프까지 거리는 120km이지만 협곡은 길이 험하고 만년설과 기후에 따라서 길이 바뀌는 현상이 있어 3시간 이상 이동해야 한다. 

무트노부스키 베이스캠프는 자유롭게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생의 땅이기 때문에 텐트의 위치를 잘 잡아야 한다. 오지 캠핑 경험이 없다면 다른 사람이 텐트를 설치했던 장소에 텐트를 치면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야간에 모닥불을 지피고 행복한 분위기 속으로 여행하고 싶다면 장작도 챙기면 좋다. 

자연의 신비함을 느끼고 싶다면 여명이 트는 시간에서 태양이 빛을 뿜는 시간까지 같은 장소에 앉아서 따듯하고 진한 커피를 마시자. 저녁에는 태양이 넘어가는 곳을 찾아서 향기 좋은 시베리아 야생차를 마시며 은하수가 속삭일 때까지 누워서 우주여행을 하면 자연의 신비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툰드라에는 길이 없으니 길을 정하지 말고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걷는다면 그 길이 천국이다. 걷다 보면 자연이 먼저 말을 건다. 
“어디서 왔어요?” 
“목마르세요? 그럼 앉아보세요.” 
길가에 앉았더니 걸을 땐 보이지 않던 블루베리가 가득하다. 야생 블루베리를 한 줌 따먹고, 툰드라에 엎드려서 목마름을 채운다.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무트노부스키 만년설에서 녹은 물은 대자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푸른 이끼가 있는 작은 물줄기를 따라 내려 가다 보면 생명을 안고 있는 자연 노천탕이 많다. 걸친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툰드라의 불곰처럼 맑은 웅덩이 속으로 들어가 마음을 비우고 하늘을 쳐다보면 세상 모두 내 것이다. 

툰드라에 피어오른 야생화가 다시 발길을 멈추게 한다. 가방을 열어 화산재와 돌 틈 야생화가 가득한 공간에 도시락을 펼치고 툰드라의 향기를 담아 먹으면 좋다. 저녁엔 준비한 장작을 피우고 러시아 전통 빵을 얇은 조각으로 잘라서 연어알과 채소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고 샤슬릭(전통요리)을 장작에 구워 먹으면 툰드라에 있다는 게 더욱 실감난다. 

시베리아 방식대로 살면서, 자연의 향기를 가득 마시고 카메라 가방을 들고 길을 나서는 일, 작가로서 가장 큰 행복이다. 뷰파인더 너머에 향기 가득한 툰드라 자연이 들어왔다. 
셔터를 누른다. 

◀최기순
영화감독 /야생동물 사진작가 / 전 강원대 초빙 교수 / 사업가
영상 <잃어버린 한국 야생동물을 찾아서>EBS(한국방송대상, 백상예술대상, 한국방송촬영 대상)
<반달가슴곰 미사, 마샤의 홀로서기>MBC, <한국표범-핫산계곡의 포효>MBC, <나는 숲이다> 외 다수
저서 <시베리아 야생화>, <시베리아 야생동물 이야기> 외
화촌면 소재 불멍 & 까페 & 펜션 ‘나는 숲이다’, 구)캠핑장 ‘까르돈’(러시아어로 ‘자연보호구역 내 자연을 지키는 사람들이 사는 집’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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