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발효이야기

▲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맥문동은 백합과에 속한 여러해살이 풀로 큰 나무 아래나 음지에서 주로 자라며 여름철에 피는 보라색 꽃이 아름다워 공원이나 정원에서 관상용으로 많이 보인다. 맥문동의 맥은 보리를 가리키고 동은 겨울을 의미하게 되는데 이는 맥문동의 굵은 뿌리가 보리와 비슷하고 겨울철에도 지상부가 보리처럼 죽지 않고 살아있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아왔고 익히 알고 있는 친숙한 식물인 ‘맥문동’이지만 한방에서 뛰어난 약성을 가진 본초라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무심코 그냥 스쳐 지나게 되는 약초중의 하나이다. 한방에서 맥문동은 진액을 보충하거나 기침·가래를 멎게 하거나 체력을 기르는데 좋다고 하며 여러 가지 방제의 처방에 쓰이고 있다.

맥문동은 폐장의 기능을 돕고 기력을 돋우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신농본초경’에는 ‘맥문동을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장수할 수 있으며, 양식이 떨어지더라도 굶주림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맥문동을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천수를 연장할 수 있다’고 기술되어 있고 여름철 더위를 이겨내고 기운을 돋우어 주는 비방으로 맥문동이 포함된 ‘생맥산’을 소개하고 있다.

이처럼 맥문동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한방약재 중 하나이다. 맥문동은 성질이 약간 찬 약재로서 독이 없고 맛은 달고 약간 쓰다. 심장과 비장, 위, 폐경에 작용하여 여름철 더위와 갈증, 마른기침, 식은땀이나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 허약체질, 해수(기침), 나른하고 이유 없이 숨이 가쁠 때 사용한다. 맥문동이 사용되는 처방은 생맥산, 맥문동탕, 양음청폐환, 양음화담탕 등이 있다.

그 중 맥문동, 인삼, 오미자를 2:1:1의 비율로 함께 달여 만든 처방이 바로 ‘생맥산’인데 인삼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인체의 원기를 북돋아 체력을 증강시키고, 맥문동은 체내에 진액을 생기게 하며, 오미자는 기운을 안으로 수렴시켜 땀을 그치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생맥산은 특히 여름철에 식욕이 떨어지거나 더위를 타서 땀을 잘 흘리는 사람에게 좋은 처방이다.

실제로 조선왕실에서는 생맥산을 여름철 음료로 즐겨 마셨다고 한다. 효종4년 승정원일기에 생맥산을 “하절다음(夏節茶飮) 불구첩수지약”(不拘貼數之藥)으로 묘사하고 있다. 생맥산을 왕실에서는 여름철 음료로 첩수를 제한하지 않고 마셨다는 의미이다. 요즘으로 치면 콜라 같은 트렌디한 음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 의학원 산하 연구소가 공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맥문동이 들어간 이 생맥산은 에이즈를 예방할 만큼 면역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이를 음용한 자국의 조정선수단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예상치도 않은 성과를 보였으며 공장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발병률도 30~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고 하니 대단히 유용한 약용작물이 아닐 수 없다.

맥문동은 기본적으로 열(熱)과 조燥)를 다스린다. 조(燥)는 진액, 오장의 체액이 모두 고갈되어 건조해진 상태를 말한다. 건조해지면 열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그렇다면 맥문동은 어떻게 열과 조를 다스리게 될까? 너무 차지 않은 서늘한(微涼) 물로 열을 식히고 끈적한 진액을 보충해 오장을 안정되게 해준다.

맥문동은 성질이 조금 차고 맛이 달고 윤택하다. 서늘하면서도 진액이 풍부하다. 그래서 오장의 음인 체액을 보태고 심장과 폐와 위장의 열을 맑게 한다. 이렇게 자음청열 하는 약재로는 맥문동을 따라 갈만한 것이 없다.​ 중국 도홍경의 명의별록에는 “맥문동이 마른 몸을 살찌고 건장하게 하며 얼굴색을 좋게 한다고 적혀 있다.

모두 결과적으로 내부의 진액이 마르는 증상을 다스리기 때문이다. 또한 족위로 종아리 근육이 마르고 힘이 빠져 불구가 되는 것을 다스린다. 위열이 심해 자주 허기지는 증상을 다스린다. 음정을 보익해 정신을 진정시키고 폐의 기운을 안정시키며 오장을 편안하게 한다”라고 적혀 있다.

오랜 감기 뒤끝에 오는 잘 낫지 않는 기침에 맥문동탕이 특효이다. 감기약은 기본적으로 폐의 진액을 마르게 한다. 오랜 기간 먹은 감기약으로 인해 폐의 진액이 말라 해수(기침)가 심할 때 맥문동탕은 아주 효과가 뛰어나다. 맥문동은 폐의 부족해진 진액을 보태주고 진액이 부족해 생긴 열을 가라앉게 한다.

맥문동탕에서 맥문동은 군주와 같은 역할을 하는 군약으로 쓰인다. 반하 인삼 감초 대추 등이 신하가 되어 맥문동탕을 보좌한다. 맥문동탕은 굳이 한의원을 가지 않아도 약국용 제품으로도 판매되고 있어 필요할 때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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