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
·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참나리는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친근하게 볼 수 있는 야생화이며 약초이다. 홍천의 야산에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필자의 농원에도 개울가로 이어지는 언덕 밑에 수많은 참나리가 무리지어 자생한다. 참나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로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는 토종 백합꽃의 원종이다. 참나리도 과거 해외에 유출되어 원예용 백합으로 상품화 되었다고 한다.

백합류의 우리꽃말 이름이 나리이며 영어로는 릴리, 학명으로 말하면 릴리움속에 해당하는 식물들이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야생백합 즉 나리꽃들이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땅나리, 말나리, 중나리, 참나리, 털중나리, 하늘나리 등 약 4종의 나리가 자생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나리류는 주황색 꽃송이를 가지며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참나리이다.

약성에 있어서도 참나리를 최고로 친다. 참나리는 자세히 보면 백합을 닮은 꽃의 모양새와 꽃잎에 점점이 박힌 까만 점들이 특징이다. 꽃잎에 점이 있어 호랑나리라고도 한다. 이름에 '참'자가 붙는 식물들이 대게 그러하듯 참나리도 먹을 수 있는 식물이다. 알뿌리는 맛있고 나물이나 밥에 섞어서 찐 다음 단자를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직접 찌거나 구워먹기도 하지만 가루로 녹말을 만들어 죽도 쑤고 국수도 만들어 먹었다.

참나리는 7~8월에 꽃이 피고 줄기 겨드랑이에 다닥다닥 붙은 까맣고 작은 콩 모양의 주아로 번식을 한다. 맛난 구근을 캐먹어도 주아로 번식할 수 있으니 그것도 고마운 일이다. 백합의 이름이 흰색을 의미하는 백(白)이 아니라 뿌리에 많은 비늘줄기가 겹겹이 합(合)해져 있다는 의미로 백(百)을 사용한다. 참나리의 구근은 달큰하고 영양가도 높으며 겨우내 싱싱한 맛을 잃지 않아 먹을거리가 귀한 시절에는 훌륭한 음식이자 약이었다.

비늘줄기에는 여러 종류의 알카로이드와 많은 포도당, 글루코만난, 비타민C등을 함유한다. 한방에서는 비늘줄기를 약재로 사용하며, 진해, 자양강장 효과와 백혈구감소증에 효과가 있고 진정 작용, 항알레르기 작용이 도움을 준다.

참나리의 비늘줄기인 백합의 성질은 온화한 편이다. [신농본초경]에 맛은 달고 독이 없으며 성질이 평안하다고 기록한다. 참나리는 폐와 심장에 작용하여 폐의 열을 내려주고 진액을 만들어 내는 효능으로 폐를 촉촉하게 해주어 마른기침이나 오래된 기침, 가래를 치료하는 약재로 쓰인다.

실제로 몽골과 같은 사막지방에서는 백합을 돼지고기와 볶아먹는 요리가 아주 흔하다고 한다. 돼지고기나 백합 모두 몸 안에 진액을 만드는 효능이 크기 때문이다. 백합은 열병을 앓고 난 뒤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리는 증상, 잠을 못 이루고 꿈이 많은 증상 등 정서적인 안정이 필요할 때도 쓴다.

한의학 고서인 [금계요략]에는 백가지 병이 합쳐진 것 같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신불안과 신경증을 ‘백합병(百合病)’이라고 하였다. 이 병의 처방에는 모두 백합이 들어간다. 백합은 그만큼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뛰어나다. 백합지모탕, 백합지황탕, 백합고금탕 등이 있다.

신선한 백합을 이용하거나 말린 백합을 가루 내어 쌀과 함께 끓인 백합죽은 쉽게 해볼 수 있는 음식으로 허약자와 환자의 강장식품으로 좋다. 늘 마른기침을 달고 사는 어르신들이나 호흡기가 약해 조금만 건조해도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 늘 긴장하고 있어 마음이 불안한 수험생과 갱년기 장애로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여성들에게 백합은 권하고 싶은 음식이다.

다만, 백합은 성질이 차므로 속이 차서 설사하는 사람과 소화력이 떨어지는 소음인에게는 주의가 필요하다. 봄에 나오는 어린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으며 꽃잎을 차나 술로 담가 먹을 수 있다. 특히 참나리 꽃잎을 쓸 때는 반드시 꽃술은 제거하고 쓴다. 잘 말려 차로 달여 마시거나 술을 담가 마신다. 특히 꽃잎술은 빛깔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기력을 높여주는 최고의 강장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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