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
·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작약의 ‘작(芍)’은 꽃이 선명하고 아름답다는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꽃이 그만큼 크고 화려하며 아름답다. 작약의 꽃을 예로부터 함박꽃이라 부른다. 꽃 모양이 함지박처럼 크고 화려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주로 봄철인 5~6월에 피는 꽃이 탐스럽고 예뻐서 결혼식장의 부케로도 많이 사용된다. 이 함박꽃의 뿌리를 작약이라 하며 오래전부터 쓰여 온 전통적인 약재이다.

서양에서도 작약은 일찍이 그 의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작약의 학명은 ‘패오니아 락티프로라(Paeonia lactiflora)’다. 여기서 패오니아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패온에서 유래한 단어다. 패온은 올림푸스 산에서 채취한 작약의 뿌리를 사용해 ‘저승의 왕’인 플루토의 상처를 치료했다고 알려져 있다.

종종 모란과 작약을 혼동하기도 하는데 모란과 작약은 엄연히 종이 다른 식물이다. 형태학적으로 분류하면 모란(Paeonia suffruticosa)은 낙엽관목식물이고, 작약(Paeonia lactiflora)은 여러해살이풀이다. 모란은 목단(牧丹)이라고도 불린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한약재인 목단피는 모란의 뿌리껍질을 말린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작약은 뿌리 전체를 건조하여 한약재로 이용한다.

작약은 뿌리가 붉은 것을 적작약이라 하고, 뿌리가 흰 것을 백작약이라 한다. 동의보감에서 ”적작약은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기를 내리며 백작약은 아픈 것을 멈추고 어혈을 헤친다. 또한 백작약은 보(補)하고 적작약은 사(瀉)한다고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대한약전에서는 적작약과 백작약의 구분 없이 모두 작약으로 통일하여 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고전 약학서 ‘본초강목’에서는 작약을 복통 등에 쓰며 속을 편안하게 하고 대소변이 잘 나게 한다고 서술했다. 국내에서 작약은 당귀, 천궁, 황기, 지황과 더불어 5대 기본 한방 약재 중 하나이다. 조선 세종 때 간행한 ‘향약집성방’에는 오장을 보강하며 어혈을 흩어지게 하기 때문에 여성의 월경에 좋다고 적혀있다. [동의보감]에는 “작약은 약성이 차고 맛은 시고 쓰다고 하며 배 아픈데, 어깨 아픈데 등 각종 근육통증을 멎게 한다고 기록했다.

작약은 당귀, 천궁, 숙지황과 더불어 여성들의 대표적인 보혈약인 사물탕의 주요 재료로 쓰인다. 보약에서 주로 쓰이는 백작약은 보혈과 양혈기능이 강하다. 작약은 양혈기능과 더불어 유간작용 즉 간과 근육을 부드럽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근육에서 생기는 각종 통증에 작약이 효능이 탁월하다.

작약감초탕이라는 방제가 있는데 방제구성이 아주 간단하다. 백작약 16g과 감초 8g을 한 첩으로 달여 마신다. 작약은 물론 감초의 진통효과가 상당히 좋아서 많이 활용되는 처방이다.

작약감초탕에 계피, 생강, 대추 그리고 조청을 넣은 방제가 소건중탕이다. 소건중탕은 중초를 강건하게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생강, 계피가 들어가 몸을 따뜻하게 한다. 조청이 들어가 달달하니 맛도 좋다. 주로 배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되서 입맛이 없고,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데 쓴다. 특히 부작용이 없고 맛이 좋아 배가 자주 아프고 밥을 잘 안 먹는 어린이들에게도 쓸 수 있는 대표적인 한방보약이다. 방제구성은 백작약 20g, 계피 12g, 생강 4g, 대추 4g, 자감초 4g, 조청 40g을 넣고 달여 하루에 두세 번에 걸쳐 마신다.

소건중탕에 황기를 추가한 것이 황기건중탕이며 여기에 사물탕을 추가한 것이 쌍화탕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작약감초탕, 소건중탕, 쌍화탕 등은 작약이 군약으로 들어간 대표적인 방제들이다.

양귀비가 즐겨 먹었다는 피부미용에 좋다는 술이 있다. 작약이 배합되어 있고 용안육, 당귀, 적복령, 대추, 작약, 시호, 목단피, 홍화, 치자, 향부자, 국화를 각각 같은 양을 섞어 약재의 1.5배 되는 분량의 소주를 붓고 밀봉해서 1개월 동안 숙성시킨 후 거즈로 여과해 이 술을 1회 20cc씩, 1일 2회 공복에 마신다.

용안육은 미용에 좋을 뿐더러 신경을 진정시켜 충분히 수면을 유도하고 피로 독소를 몰아내면서 피부가 티 없이 한결 맑아지게 하며, 당귀는 보혈제이면서 생리를 원활하게 한다. 적복령은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역할을 하고 대추는 늙음을 방지하며 기미를 없앤다. 작약은 간에 피로 독소가 뭉쳐 있는 것을 풀어주고 시호는 얼굴에 열감이 오르는 것을 내려준다. 홍화는 말초까지의 혈액순환을 좋게 해주고, 향부자는 여성들의 백 가지 병을 몽땅 고친다는 약이다. 거기다가 국화까지 넣었으니 피부에 좋은 최고의 명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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