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삽주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약초이다.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주로 산속 양지쪽에 자생하며 그 뿌리는 예로부터 위장병 치료에 이용되어 왔다. 봄철에 나온 어린 싹은 나물로 먹었는데 며느리 주기도 아깝다고 하는 속담이 나올 정도로 삽주는 값진 나물이다. 어린 싹은 향긋한 맛으로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무쳐 먹으면 맛이 좋다. 삽주는 오래 먹으면 무병장수할 수 있는 약초로 알려지기도 했다.

동진시대 갈홍이 지은 <포박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옛날 중국에 문씨 성을 가진 여인이 난리를 피해서 산속으로 도망을 가다가 거의 죽어갈 때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이걸 캐먹으라며 풀뿌리를 하나 알려줬다. 문씨는 그 뿌리로 10여년을 연명하다가 겨우 고향을 찾아 돌아갔는데 고향 사람들이 문씨를 보고 너무 놀랐다고 한다. 앳된 아가씨 같은 안색에 힘도 장정만큼이나 강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가 삽시간에 퍼지면서 그 지방에서는 삽주를 “신의 약초”로 불렀다고 한다.

허균의 <임노인 양생설>에는 강릉지방에 사는 한 노인이 나이가 102살인데 살결이 어린아이 같으며 얼굴에서는 잘 익은 대춧빛이 나고 귀와 눈도 어두워지지 않았으며 기력이 청년과 같아서 그 연유를 물었더니 젊어서부터 늘 복용한 삽주뿌리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향악집성방>의 “신선방”에는 삽주뿌리를 먹고 불로장생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적혀있다. 삽주뿌리를 가루 내어 먹거나 오래 달여 고를 만들어 꾸준히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온갖 병이 사라져 장수하게 된다고 기록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삽주의 뿌리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쓰고 매우며 독이 없다. 비위를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며, 습을 없애고 소화시킨다. 땀을 멎게 하고 명치가 당기면서 그득한 것을 치료한다. 곽란으로 토하고 설사하는 것이 멎지 않는 것을 치료하고 허리와 배꼽사이의 혈을 잘 돌게 한다”라고 기록한다. 삽주는 비경, 위경, 폐경, 대장경에 작용을 한다. 비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습(濕)을 없앤다.

과거에 우리나라에서는 관행적으로 삽주의 뿌리가 오래되지 않은 햇뿌리를 백출이라 하고, 오래 묵은 뿌리를 창출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삽주뿌리를 잘라서 단면을 살펴보면 햇뿌리는 알이 꽉 차고 하얀색인 반면에 묵은 뿌리는 어두운색이며 성글고 거칠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백출과 창출은 종이 서로 다른 식물로 구분하고 있다. 창출은 중국 모산지방의 모창출과 만주의 북창출이 있으며 백출은 삽주와 당백출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대부분의 삽주는 백출로 보는 것이 맞다. 백출은 비장과 위장을 튼튼히 해주는 건비작용이 강하고 창출은 매운맛이 강해서 땀을 내 몸의 습한 기운을 말려주고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조습의 작용이 강하다. 위와 장의 기능이 허약한데는 백출이 더 낫고 비만인 사람이 살을 빼려는 데는 창출이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백출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방제를 몇 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방제에 임신 중 허약한 산모와 태아에게 도움을 주는 처방으로 궁귀보혈탕이 있는데 여기서 핵심역할을 하는 약재가 백출이다.

중국의 금원사대가의 명의인 이고(동원노인)가 창제한 명방제 중에 보중익기탕이 있다. 이고는 보토파(보비파)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보토파는 질병을 치료함에 있어 비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고는 비위를 보하고 중초의 기운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보중익기탕을 주로 처방하였다. 보중익기탕은 황기, 인삼, 백출이 주 재료로 들어간다.

중국의 황제 중 가장 장수한 청나라의 건륭제가 건강을 위해 즐겨 먹었던 식치 음식 중의 하나가 건륭팔진고라는 것이 있다. 건륭팔진고는 황실에 내려오는 청궁팔선고를 자신의 체질에 맞게 변형시켜 인삼, 복령, 백출 등 8가지의 재료로 만든 떡인데 건륭제는 이 팔진고 떡을 매일 수시로 즐겨 먹었다고 한다.

삽주(백출)는 효능을 높이기 위해 법제를 해서 쓰는데 주로 쌀뜨물에 하루 정도 침윤하여 쓴다. 이러한 법제법을 미감수윤법이라고 하는데 이는 삽주의 정유성분을 제거하고 건조한 성분을 약간 누그러뜨리는 윤조의 목적으로 쓰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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