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은 생로병사다. 신이 아닌 탓이다. 중국의 진시황은 불멸의 삶을 쫓아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흙 속에 묻히고 말았다. 누구나 젊은 청춘의 삶을 오랫동안 누리고 싶다. 고려 말 학자 우탁은 ‘가는 세월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했더니 백발이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라고 한탄하는 시를 읊었다.

필자는 지난 2년간 홍천노인대학장으로 일할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홍천노인대학은 대한노인회 홍천군지회 소속이다. 정년퇴임을 하고 40여 년의 교직 생활을 통해 쌓은 교직의 전문성 발휘를 통해 지역 어르신들의 삶에 작은 도움이라도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맡았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안타까움이 크다.

오늘의 어르신들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시대를 살아오신 분들이며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만든 장본인들이다. 해방된 조국에서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어야 했고 가난의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외국에 건설노동자로, 간호사로, 전투병으로 참가해야 했고 새마을운동으로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를 외치며 땀을 흘렸다.

세태는 급변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도 무색해졌고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이 됐다. 부지런히 일하고 부모님을 봉양하며 자식 교육을 위해 열심히 뒷바라지하면서 자신을 희생했으나 이제는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시대가 아니다. 대부분 요양원에서 노후를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홍천노인대학장을 맡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중 첫 번째는 홍천군지회 사무실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 정신이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방문하는 어르신들이나 전화로 상담할 때 이웃이 아니라 가족과 같이 항상 살갑게 대하는 태도와 자세 그리고 언어에서 직업의식이 엿보인다. 섬김 그 자체였다.

두 번째는 직원들의 의욕적인 업무 추진이다. 직원의 정원은 정해진 일의 양에 따라 정해진다. 하지만 정해진 고유의 업무 이외 공모사업을 왕성하게 추진한다. 공모사업은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인 사업이다.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추진할 수 있는 일이다. 사업 종료 후에는 보고서나 정산서 등을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공모사업은 대부분 기피하는 일이다. 선정되어 추진하게 되면 업무량 증가로 과부하가 걸리게 되며 추진하는 과정도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업 종료 후에는 기준에 의해 예산이 지출됐는지, 사업이 추진되었는지, 성과는 있는지 등을 따지게 되고 자칫 감사에서 지적받게 되면 징계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천군지회에서는 매년 여러 건의 공모사업을 확보해 지역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높여드리고자 애쓰고 있다. 코로나 상황인 2020년에도 공모사업으로 3천여만 원의 예산을 확보하더니 2021년에는 2천여만 원의 특별 예산을 확보해 다른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사업들을 왕성하게 추진해 왔다.

공모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주말 또는 일과 후 시간을 이용해 업무를 추진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공모사업의 예산은 철저하게 사업의 성격에 따른 지출계획에 의해 사용돼야 한다. 조금도 다른 용도로 사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업무 추진 수당도 없다. 업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도 어떤 보상도 없다. 오직 일에 대한 보람이 유일한 보상이다.

세 번째는 홍천군노인회 지회를 이끌고 계시는 지회장님의 탁월한 리더십이다. 어르신들과 관련된 행사에는 늘 현장에 함께하시며 진두지휘하고 직원들을 독려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가며 어르신들의 권익신장과 복지향상을 위해 노심초사 동분서주한다. 그 결과 코로나 시국에서도 다른 어느 지회보다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한다.

홍천노인대학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도 적극적이다. 교육과정 편성에서 강사 모시기까지 학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인대학에 입학한 어르신들의 안정된 대학 생활을 위해 반 편성을 늘려 모두를 수용하는 등의 노력으로 학생들의 노인대학 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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