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
·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복령(茯笭)은 소나무의 뿌리에서 자라나는 균사체의 일종으로 죽은 뿌리에 기생하며 고구마처럼 덩이로 자란다. 소나무의 맑은 기운을 간직하고 있다고 하여 예로부터 귀하게 여기는 약초이다. 소나무의 정령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결정체이므로 신령 '령'자를 붙여서 '복령'이라고 부른다고 “사기”에 기록하고 있다.

복령은 죽은 지 3~4년이 지난 소나무 그루터기에 기생하여 혹처럼 크게 자란 균핵의 일종이다. 복령을 찾는 방법은 죽은 소나무 그루터기가 붉은 벽돌 모양으로 부서져 나오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복령이 나온다는 표시이이다. 그 주변을 쇠꼬챙이로 찔러서 찾아낸다. 쇠꼬챙이에 복령의 하얀 가루가 묻어 나오면 복령이 있다는 표시가 된다.

또 복령이 소나무 뿌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복신(茯神)이라고 부른다. 복신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좋다. 복령을 색으로도 구분하는데 붉은색은 적복령이라고 하며 흰색은 백복령이라 한다.

과거에는 복령을 구황식물로도 이용하여 흉년이나 기근에 흔히 먹었다고 한다. 복령은 오래 먹으면 신선이 되는 약으로 이름이 높다. 복령을 오래 먹으면 몸이 가볍게 되어 늙지 않고 오래 살게 된다고 한다. 옛 문헌에는 복령을 먹고 신선처럼 되어 몇 백 년을 살았다는 이야기가 여럿 기록되어 있다.

복령은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작용이 있다. 복령은 이수(利水)작용으로 몸속의 불필요한 노폐물을 배설하고 담음을 제거하여 심신(心神)의 안정과 비위에 좋은 약초이다. 복령의 성미와 귀경은 다음과 같다. “맛은 달고 심심하며 성질은 평하며 폐경, 비경, 심경, 방광경에 작용한다.”

2천 년 전 신농본초경에 이미 복령을 오래 먹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신력이 강해지며 배가 고프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다고 기록한다. <동의보감>에는 “입맛을 좋게 하고 구역을 멈추며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킨다. 폐위로 담이 막힌 것을 낫게 하며 신장에 있는 나쁜 기운을 몰아내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 수종과 임병(淋病)으로 오줌이 막힌 것을 잘 나오게 하며 소갈을 멈추게 하고 건망증을 낫게 한다”고 적혀 있다.

복령을 꾸준히 복용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억력이 좋아지며 정신이 총명해진다. 복령은 원지, 석창포와 함께 총명탕의 주 재료이다. 복령은 그 외에도 경옥고, 사군자탕, 십전대보탕, 보중익기탕 등 보약에 가장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약재중의 하나이다.

복령은 오랫동안 물로 끓여도 약성분이 잘 우러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옛날부터 복령을 종이처럼 얇게 썰어서 쓰거나 가루로 만들어 썼다. 복령은 예로부터 가루를 내어 떡을 만들어 먹은 기록이 많다. 규합총서에도 복령으로 만든 떡 복령조화고에 관한 기록이 있다.

송나라의 문장가인 소동파는 복령을 가루 내어 떡을 만들어먹고 천재가 되었다고 한다. 소동파는 복령의 약효와 복령떡을 만드는 법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복령의 껍질을 벗긴 뒤에 가루를 내어 꿀을 조금 넣고 참깨와 함께 아홉 번을 쪄서 떡을 만들어 먹으면 날이 갈수록 기력이 늘어나고 백가지 병이 저절로 없어지며 오래 살 수 있게 된다.”

중국의 황제와 조선의 왕들이 식치 음식으로 먹었다는 구선왕도고 역시 복령이 들어간다. 복령을 포함하여 아홉 가지 신선의 재료로 만들어 왕이 들었다고 하는 구선왕도고는 복령 외에 연자육, 백편두, 산약, 의이인, 검인, 맥아, 시상, 사당 등이 포함된다.

복령은 오랜 옛날부터 한방에서는 이뇨제로서 사용되어져 왔고 최근에는 항암물질 등이 발견되어 학계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본초이다. 홍천은 기후적으로 복령이 자라기에 좋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고 야생복령의 주산지이다. 최근에는 인공적인 복령 재배도 늘고 있다.

복령뿐만 아니라 홍천에는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의외로 좋은약초들이 많은 것 같다. 필자는 매년 겨울철에 품질 좋은 홍천산 복령을 구입해서 말려놓고 일 년 내내 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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