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침향은 아열대우림에서 자라는 침향나무가 상처를 입었을 때 분비되는 수지(樹脂)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굳어져서 만들어진다. 수지는 나무가 상처로 인한 각종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회복하기 위해 분비하는 진득한 액체다. 침향나무의 주 원산지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다.

수지가 침향이 되기까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침향은 그 특유한 향기로 인해 사향, 용현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으로 꼽히고 있다. 불교 경전 『중아함경』에서는 “향 중에서 오로지 침향이 제일이다”라고 했다.

과거 침향은 더운 지방에서는 방부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의 시신에 침향을 함께 넣어서 장례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침향은 차로 우려 마시기도 하고 약으로도 사용하지만 향불이나 염주의 재료로도 사용한다. 침향을 태워서 연기를 맡으면 기분이 편안해지고 정신을 맑게 해준다.

본초로 본 침향은 이기약(理氣藥)에 속한다. 이기약이란 기를 소통 시켜주는 약이다. 침향의 성미는 따뜻하고(溫) 맵고(辛) 쓰다(苦). 침향의 귀경은 비(脾), 위(胃), 폐(肺), 신(腎)이다. 허준은 『동의보감』에 “성질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 찬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기록한다.

또 중국 명나라 의학서 『본초강목』에는 “침향은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하며 간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해주며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기록돼 있다. 삼국사기에 신라의 현덕왕이 명하기를 "침향은 귀중한 수입품으로 귀족들이 다투어 침향을 사용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다. 진골을 포함한 모든 귀족들이 침향을 사용하는 것을 엄금한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 왕실에서는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진 몸을 보충하는 약에 침향을 즐겨 사용했다. 특히 숙종은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과 변비를 다스리기 위해 침향을 썼고, 경종은 지병이었던 간질을 잡고 안정을 취하는데 침향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침향에 관한 기록이 무려 140건이 넘는다.

침향은 가라앉은 향이라는 뜻이다. 원래 침향나무는 비중이 0.4로 비교적 가벼워 물에 뜨지만 침향이 침착된 나무는 침향의 무게로 인해 가라앉는다. 침향나무의 품종이나 수지의 생성과정, 채취방법, 형태에 따라 향기의 질이 달라지고 가격 차이가 나게 된다.

숙결- 침향의 수지가 오랜 자연현상으로 나무에 응결된 것으로 최고등급
충루- 자연적인 해충이나 흰개미 등의 공격으로 상처 등에 응결된 것
생결- 인공적으로 드릴, 칼 등으로 구멍을 내어 응결하게 히는 것

침향나무는 열대와 아열대 우림기후에 자라는 상록교목인 침향나무 수지가 포함된 향목으로 팥꽃나무목(目), 팥꽃나무(Thymelaeaceae)과(科)에 속하는 아퀼라리아(Aquilaria)속(屬)의 26종의 나무를 통칭한다. 아퀼라리아속에 속하는 식물 중에서 약재로 사용될 수 있는 종은 베트남을 비롯한 인도차이나반도에서는 학명으로 아퀼라리아 아갈로차(Aquilaria Agallocha Roxb)라고 하는 단일종이다.

베트남을 비롯한 인도차이나에서 주로 생산되는 아갈로차록스라는 품종이 진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침향 역시 남획으로 인해 CITES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되어 현재는 구하기가 쉽지 않고 매년 침향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질 좋은 침향은 황금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주로 수입되는 침향은 인도네시아 원산의 말라센시스(Aquilaria malaccensis)라는 품종의 침향으로 품질은 조금 떨어지나 인공적으로 재배를 많이 하다 보니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침향의 대표적인 효능은 기 순환에 있다. 그 효능의 핵심 성분이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신장에 기운을 불어넣고 기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만성신부전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침향을 섭취하도록 한 결과 식욕부진과 함께 복통·부종 등의 기존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침향에 들어 있는 ‘아가로스피롤’도 핵심 성분 중 하나다. 아가로스피롤은 흔히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린다.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이 진정되는 것을 돕는 효과가 있다. 『본초강목』에 명시된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킨다’는 내용은 바로 침향의 아가로스피롤 성분 덕분이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불면증을 극복하는데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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