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강황은 생강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남아시아의 토종 식물이며, 기온이 20~30도 되고 비가 많이 내리는 곳에서 잘 자란다. 뿌리식물에 속하며 다년생 허브이다. 카레 등에 넣는 향신료로 잘 알려져 있다. 겨자 같은 향이 나지만 매운맛도 있어 다양한 음식과 잘 어울려 수십 가지 요리 양념으로 사용된다.

강황은 중국 남부에서부터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비가 많이 오는 아열대 지방에서 주로 재배된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숲 지대에서는 야생으로도 많이 자란다. 강황은 인도에서 수천 년 전부터 써왔다. 전통 의술에서 약으로도 쓰고 향신료로도 사용하였다. 향신료로서는 강황의 뿌리줄기(근경根莖)를 물에 넣어 끓이고 말린 후 가루를 내서 쓴다. 이렇게 나온 가루의 색은 노랑을 띤 주황색에 가깝다.

동의보감에도 강황은 기운이 따뜻하고 맛이 아주 신랄(辛辣)하며 효능은 울금보다 강하다고 했다. 반면 울금은 기운이 서늘하고 향이 그리 강하지 않다고 했다. 울금은 생강과이면서도 성질이 서늘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다수 본초서의 기록이 일치한다. 평소 몸이 찬 사람은 강황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좋고 열이 많은 체질이라면 울금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좋다.

강황은 울금(鬱金)과 혼동하기도 한다. 강황과 울금의 구별에 대한 혼동은 역사적으로 꽤 오래됐다. 강황과 울금이 최초로 기록된 서적은 당나라 때 신수본초(新修本草)로 ‘이 둘은 서로 비슷하지만 다르다’고 했다. 과거 본초서들을 보면 ‘강황은 생산량이 많아 흔했고 울금은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강황을 울금이라고 속여 팔기도 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울금과 강황을 혼동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선조 36년 당상관과 종6품 낭청의 파직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파직의 이유는 제사에 쓰이는 술인 울창주(鬱창酒)를 빚는데 그 재료인 울금의 생산이 부족하여 심황(深黃)으로 대용하려고 했다는 죄목이다. 울창주는 조선에서 특별히 귀하게 여기는 술이다. 검은 기장으로 술을 빚고 울금을 달여 넣어 색깔을 낸다. 울창주는 붉은 호박(琥珀)과 같이 아름다운 색깔이라고 하였으며 궁중의 제사에 사용했다. 당시에 심황은 강황으로 추정되는데 강황과 울금이 다르며 울금이 귀하게 쓰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울금은 ‘음(陰)’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여겼고 음의 성질을 지닌 귀신을 부르는 데 적합하다고 믿었다. ‘상변통고’에서는 “울창주에 담긴 울금의 냄새를 이용하여 신, 귀신을 부르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울창주는 주로 왕실의 귀한 제사에 사용했으나 울금을 넣어 색깔을 낸 울금주는 왕실이나 민간 모두 귀하지만 널리 사용했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제사를 모신 과정을 기록한 ‘경모궁의궤’에도 “제사상에 울금주 1병, 청주 4병 반을 올렸다”고 했다.

실학자 홍만선(1643∼1715)은 ‘산림경제’에서 울금은 한자로 ‘鬱金’이라고 쓰고 곁에 한글로 ‘심황’이라고 적었다. 이를 보면 울금과 강황이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한 것 같다. 현재에도 강황과 울금은 혼용해서 쓰이고 있는데 인터넷에 강황을 치면 울금이 나오고 울금을 치면 강황이 나온다.

식약처 의약품 공정서에는 ‘강황은 강황의 뿌리줄기이고 울금은 강황의 덩이뿌리’라고 기록하고 있다. 뿌리줄기는 근경(根莖), 덩이뿌리는 자경(子莖)을 해석해 놓은 것이다. 울금이 강황과 같은 식물의 다른 부위라고 식약초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강황과 울금은 모두 생강(生薑)과다. 모양도 생강과 비슷하다. 그래서 강황(薑黃)의 이름은 생강강(薑)자에 노란색이어서 황(黃)자가 쓰였다. 울금(鬱金)은 기운이 가벼워 막힌 기운[울(鬱)]을 잘 뚫어주고 색이 황금색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울금은 덩이뿌리이고 강황은 뿌리줄기다. 강황과 울금 모두 주성분은 커큐민(curcumin)이다. 강황과 울금을 굳이 구별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라면 강황이나 울금에 모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커큐민' 때문이다. 강황이 노란색인 이유는 강황 속에 풍부하게 든 커큐민(circumin)이라는 알칼로이드 성분 때문으로 예로부터 아시아에서는 노란색의 천연 염료로도 쓰였다.

커큐민은 베르베린과 EGCG와 함께 3대 항암 영양제로 꼽힌다. 커큐민은 항염, 항산화, 항암 작용및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큐민관련 연구논문이 15,000편이 넘는다. UCLA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18개월 동안 강황 추출물(커큐민)을 섭취하게 하고 대조군과 비교해본 결과 인지능력과 기억력이 향상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플라그를 줄여 알츠하이머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강황을 많이 섭취하는 인도사람들의 치매발병률이 적은 것이 커큐민의 효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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