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계 고등학교는 지금 고3과의 전쟁 중이다. 11월 18일 수능시험 직후 학교별로 기말고사를 치른 고3 학생들은 학교에서 교과 진도를 나가기 어렵다. 이미 모든 대부분의 교과는 수능 이전에 진도를 모두 마쳤기 때문이다. 입시라는 목적을 잃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코로나 방역수칙 준수로 학교나 집 밖 출입이 제한되면서 학생들의 일탈 현상은 다른 해보다 많이 줄어들어 다행스럽다. 예년의 수능 이후 고3 교실 모습은 각종 체험 학습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에서 학교 밖으로 나가 현장 체험학습을 하기에는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학교에서 저명인사나 동문 등을 초빙하여 외부 특강을 실시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특강은 대부분 한 학년 또는 몇 학급씩 집단으로 모아 놓고 강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 추세에 있는 각종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학과별 진도가 끝나고 기말고사까지 끝난 상태에서 고3 학생들을 학교에서 붙잡고 학교생활을 하도록 지도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수시전형의 합격자들이 배출되면서 고3 학생들은 이미 대학생이 되어 있는 기분으로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3학년 문제로 끝나지 않고 1, 2학년 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분명히 6학기제다. 따라서 대학입시라는 일반계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업 목적이 끝나고 교과 진도가 모두 완료되었으며 평가 또한 마무리되었음에도 학생들이 학교에 나가 수업일수를 채워야 졸업이 인정되는 규정 때문에 학교는 매년 고3 학생들과 반복적으로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일반계고등학교의 학사 운영은 철저하게 대학 입학전형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학에서 자신들의 학교에서 공부할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한 일정에 맞추다 보니 고등학교 학사 운영은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6학기 체제의 제대로 된 고등학교 학사 운영을 위해서는 대학입시 일정을 고등학교 학사일정에 맞춰 주어야 한다.

현재 대학의 입시 일정은 수능시험 전에 수시전형 입학원서를 접수하고 학생들은 개인별로 최대 여섯 개의 대학에 지원할 수 있다. 수능성적 발표와 함께 합격자 발표가 이뤄진다. 정시전형은 수능성적이 발표된 이후인 12월 말에 원서를 접수해 1월 중으로 가군, 나군, 다군의 모집 단위별로 학생들을 선발하게 된다.

고3의 학교생활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능시험을 최대한 뒤로 늦춰서 실시해야 한다. 현재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실시하는 수능 시험을 두 주 정도만 늦춰도 고등학교는 학사 운영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실제로 2021학년도 대학입학 수능시험에서 코로나로 인해 수능시험을 12월 초에 실시한 바 있다. 대학에서 충분히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었다.

수능시험 성적 처리기간이 너무 길다. 모든 성적은 전산처리 된다. 처리기간을 길게 가져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문제의 오류나 정답 이상 유무를 가리기 위한 이의 신청기간 등이 있지만 모두 기간을 줄이면 된다. 현재 수능성적 처리와 같은 일정은 자연스럽게 대학에서 신입생 선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3학년 2학기 성적이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학입시를 위한 학교생활기록부는 3학년 1학기 성적까지만 반영된다. 따라서 수능시험을 마친 고3 학생들은 기말고사에 형식적으로 임한다. 요즘 학생들은 매우 현명하다.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시험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교육 당국에서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매년 학교에서는 수능 이후에 고3 학생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연구해야 한다. 항상 답은 현장에 있다. 탁상에서 이론적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고3 교육과정을 운영해 보면 답이 있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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