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우리 속담에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있다. 이는 감초가 어떤 처방에도 잘 어울리며 꼭 필요한 약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감초의 대표적인 효능이자 기능이 바로 “조화제약”이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감초는 72가지의 광물성 약재와 1200가지의 식물성 약재 등 모든 약물을 조화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기록한다. 감초는 약재가 가지고 있는 각각의 약성과 특성의 충돌을 잘 완화시키고 잘 조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감초는 가장 많은 한방방제에 처방되고 있다.

조선후기 방약합편에 수록된 500여 가지의 처방 중에 감초가 들어간 처방이 무려 283개의 처방에 이를 정도로 많이 처방된다. 하지만 감초는 자주 처방하되 소량을 처방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의보감에는 감초가 “달고 성질이 평하고 무독하다”라고 기록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많은 양을 먹게 되면 몇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감초의 주성분 중에 하나가 글리시리진(glycyrrhizine)인데 이를 다량 섭취하게 되면 소변이 줄며 부종과 고혈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감초의 두 번째 기능이 해독작용이다. 예로부터 감초는 모든 중독의 해독제로 사용됐다. 『제중신편』에 감초는 “해백약백물독(解百藥百物毒)” 즉 백가지 약물과 백가지 물질을 해독한다고 하였다, 『금궤요락』에는 잘못해서 독초를 먹어 미친 사람처럼 변하고 신체가 저리며 토혈하는 경우에 감초 달인 즙을 복용한다고 나와 있고, 『군중의학』에서는 “온갖 독에 중독되어 위험해진 경우에 감초와 검정콩을 함께 달인 물을 먹여 준다”고 기록한다.

옛날 중국 황제들은 독살에 대비하기 위해 감초와 검은콩으로 처방한 감두탕을 마셨다고 한다. 드라마 <기황후>에서는 독주를 마신 원나라 연철 대승상이 감두탕을 마시고 살아나는 장면이 나온다. 조선시대 왕들도 끊임없는 독살설에 시달렸는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평상시 자주 마신 해독제가 감두탕이다. 조선 승정원일기에 독약에 노출된 경종에게 해독제로 감두탕을 다섯 번이나 처방된 기록이 있다. 감두탕 처방은 중국의 『신농본초경』에서 첫 기록을 보이며, 우리나라의 기록으로는 『동의보감』·『광제비급(廣濟秘笈)』·『제중신편』·『방약합편』 등에 수록되어 있다.

감초와 검은콩은 해독기능이 뛰어나서 적하수오, 원지 등 독성이 강한 약재를 법제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감두탕은 만들기 쉽고 맛이 달고 구수하여 먹기에도 좋은 편이다. 농약과 제초제, 각종 식품첨가물, 공해와 미세먼지 등 오염원이 많은 오늘날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해독차로 강력 추천한다. 주전자에 물을 2~3리터 정도 넣고 감초 20g과 서목태(쥐눈이콩) 100g을 넣어 30분정도 끓여 수시로 마시면 된다. 이때 콩을 볶아서 쓰면 더욱 좋다.

감초는 맛이 달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단맛 때문에 유럽과 일부 아시아 지역에서는 껌과 사탕, 담배 등의 감미료로 사용되고 있다. 감초의 단맛이 설탕의 약 50배에 이른다. 약선요리에 감초로 단맛을 내는 경우도 있는데 요리에 사용할 경우 감초를 다량으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감초의 주산지는 중국북부 내몽고, 우즈베키스탄 등 건조하고 추운지방이 원산지이다. 최고품질의 감초는 내몽고 양외지방에서 생산되는 양외감초이다. 감초는 기후적으로 우리나라와 맞지 않는다. 동의보감에 “감초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와 여러 지역에 심었지만 잘 번식되지 않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최근 국내 제천 등 강원지역에서도 재배되고 있지만 약성은 중국산에 미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감초는 보기제이다. 즉 기를 보한다는 뜻이다. 오행으로 볼 때 감초의 단맛은 토의 장부인 비위를 다스린다. 예로부터 감초는 비위의 병에 탁월한 효능을 보였다. 최근에는 감초추출물이 식약처의 인증을 받아 건강기능제품으로 등록되어 역류성식도염, 위염, 위궤양 등의 효능으로 판매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는 감초에서 부작용의 위험이 있는 글리시리진을 제거한 DGL(Deglycyrrhizinated licorice)이라는 영양제 형태의 제품도 많이 나와 있다. DGL은 감초 중에서 글리시리진만 제거해 장기복용에도 부담 없는 제품으로 추천할 만하다. 국내에서도 쿠팡이나 아이허브에서 해외직구로 구매가능하다. 상당히 많은 제품군이 나와 있어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잘 골라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필자는 젊었을 때 늘 위염으로 고생을 많이 했었다. 위장약을 달고 살았는데 나이 들어서는 되도록 자연요법, 천연의 물질로 치유하려고 마음을 먹었고 자연스레 병원 약을 멀리하게 되었다. 병원 약 대신에 애용하는 것 중의 하나가 DGL이다. 감초가 주성분인 DGL은 복용이 간편하고 생각보다 효과도 좋아서 속이 불편할 때마다 부담 없이 복용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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