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봄철에 피는 야생화 중에 이름은 다소 촌스럽지만 연보라의 꽃이 아주 매혹적인 깽깽이풀이 있다. 깽깽이속은 전 세계에 2종뿐인데 대한민국에 1종이 서식한다. 워낙 귀한 종이기도 하지만 꽃이 아름다워 남획이 이루어지다보니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환경부에서도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하였다가 개체수가 늘어 최근에야 해제하였다.

이 깽깽이풀의 노란색 뿌리를 약으로 쓰는데 한약명을 황련(黃連)이라고 한다. 국내 자생하는 깽깽이풀 황련은 중국에서 자생하는 중국 황련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중국에서는 깽깽이풀을 '조선에서 나는 황련'이라는 의미로 선황련(鮮黃連)이라는 약재명으로 불린다. 참고로 선황련은 열을 내리고 해독을 시켜줘 위를 튼튼히 해주고 설사를 멈추게 한다.

맛이 쓰고 약성이 매우 찬 황련은 차가운 성질로 몸 안의 열을 내리고 쓴맛으로 우리 몸의 습(濕)을 없애는 청열조습(淸熱燥濕)의 효능을 가진다. 따라서 황련은 심화(心火)가 심하여 고열로 정신이 혼미하거나 가슴이 답답하여 잠이 안 오는 경우 그리고 혈열(血熱)로 인해 피를 토하거나 코피가 나는 것 등을 치료한다.

또한 장위(腸胃)의 습열(濕熱)로 인한 복통, 이질, 설사 등에도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아울러 눈이 충혈 되거나 붓고 통증이 생기는 증상에 안약으로도 좋다. 강한 소염작용 덕분에 외용으로도 쓰이는데 구내염, 귀와 눈의 염증 그리고 각종 피부염에 모두 효과를 보인다.

황련이 들어간 대표적 방제로는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이 있다. 황련해독탕은 4세기 동진(東晋)시대 갈홍(葛洪)이 쓴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에 최초로 기록되어 있다. 동의보감에 소개된 황련해독탕 조문에는 ‘상한(傷寒)에 심한 열로 마음이 조급하고 괴로워하며 잠을 자지 못하거나 병이 나은 뒤에 술을 마셔 다시 심해진 것과 모든 열독(熱毒)을 치료한다. 화열(火熱)과 대열(大熱) 번조(煩燥)와 삼초실화(三焦實火)를 치료한다’고 되어 있다.

황련해독탕은 황련(黃連), 황백(黃柏), 황금(黃芩), 치자(梔子) 4가지 약재로 구성되어있다. 본초학에서는 황금, 황련, 황백, 치자가 모두 청열약에 포함되어 있다. 열적 증상을 치료하며 열로 인해 발생되는 피부의 염증, 위와 장의 염증 등에 효과가 있다. 그래서 피부염의 치료에 자주 사용한다.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황련해독탕은 한풍제약의 “헤도린 과립”, 경방신약의 “크로니환” 등이 있다.

황련, 황금, 황백은 약재로 쓰이는 부분이 공통적으로 노란색을 띠고 있는데 그 공통의 주성분인 베르베린이라는 성분이 주 작용을 한다고 보며, 이 성분은 세균을 죽이는 작용이 있다. 피부에도 작용하여 습진을 치료하고 장내에 작용하여 이질, 설사를 치료하며, 설사약으로 개발되어 오늘날까지 애용되기도 한다. 또한 이 베르베린 성분이 최근에는 많은 연구를 통해 장수물질로 주목을 받고 있다,

황련, 황백이 들어간 약 중에 오래되고 익숙한 지사제 정로환이라는 약이 있다. 러일전쟁 때 러시아와 일본은 선양에서 대규모 전투를 치렀는데 일본 병사들이 음식이나 물이 맞지 않아서인지 갑자기 설사병이 유행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죽어 나가는 병사들이 속출하여 전투력을 상실하자 일본은 세균성 장염에 맞는 지사제를 개발하여 병사들에게 공수해서 먹였다.

그 약의 효능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러일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전쟁 후 이 약은 '러시아를 정벌한 약'이라는 의미를 담아 '정로환'(征露丸)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됐다. 이 약은 러일전쟁 승전 100주년을 기념해 2005년 야스쿠니 신사에 진열되었을 정도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 국내의 한 제약회사가 일본에서 제조법을 들여와 국내에서 약을 생산·판매하면서는 '정벌'을 뜻하는 '征'을 '바르다'는 뜻의 '正'으로 바꾸었다. 정로환은 특히 세균성 설사에 효험이 좋은데 해외여행 시 물을 갈아 먹으면 설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품으로 알려졌다.

정로환의 주성분은 황련, 황백, 감초, 진피에 목초액에서 추출한 성분 크레오소트가 들어간다. 크레오소트는 목초액에서 추출한 물질로 발암성분의 논란이 있어 국내생산 정로환은 크레오소트 대신 구아야콜로 바뀌어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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