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이강수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은 불로장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의 명을 받은 사람들이 불로초를 찾아 멀리 한반도까지 왔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진시황은 결국 49세의 나이에 죽었지만 그가 꿈꿨던 불로장생은 괴테의 “파우스트”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내용에서 보듯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누구나 바라는 꿈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시황이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불로장생의 약초로 중국이 원산인 한약재 황기(Astragalus)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9년 텔로미어(telomere)에 관한 연구로 엘리자베스 블랙번, 캐럴 그라이더, 잭 쇼스택 등 3명의 과학자들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텔로미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들 과학자들이 연구한 텔로미어를 통해 노화와 죽음, 수명 그 모든 것의 근원이 밝혀지게 된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의 보호구조이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어든다. 즉 텔로미어는 세포노화의 생체시계라고 할 수 있다. 텔로미어가 다 닳아 없어지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을 멈추는 노화 상태가 된다.

텔로미어가 손상을 입거나 짧아지지 않는다면 인간의 수명은 언제까지나 젊음을 유지한 채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이 최근 의학계와 과학계가 텔로미어에 주목하게 된 이유다. 길이가 짧아진 텔로미어를 수리하는 효소가 텔로머레이스로 밝혀졌다. 텔로머레이스는  텔로미어 길이를 늘려 노화를 지연시킨다. 엄마 뱃속의 어린 배아세포에서는 텔로머레이스가 활성화되어 세포분열을 하더라도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어들지 않는 반면에 태아기를 벗어나 성체가 되면 텔로머레이스는 더 이상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즉 텔로미어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텔로머레이스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노화를 멈추고 장수의 키가 된다고 생각하고 이를 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지난 2011년 ‘네이처’에 실린 동물실험 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즉 조로 현상을 보이는 쥐에게 외부에서 텔로머레이스 유전자를 넣어준 뒤 발현시키자 쥐들이 젊음을 회복했는데 살펴보니 실제 텔로미어가 복원돼 있었다는 것이다. 텔로머레이스를 활성화시키는 물질 즉 현대판 불로초를 찾기 위한 세계적인 경쟁과 노력이 진행되어 왔는데  대표적인 생명공학 회사 제론이 최초로 발견한 사이클로아스트라제놀(cycloastragenol) (CAG)라는 물질이 텔로머레이스 효소를 활성화하여 텔로미어의 길이를 연장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이클로아스트라제놀은 황기(Astragalus)의 뿌리에서 추출하여 정제한 천연 사포닌이다. 황기 뿌리에서 추출한 사이클로아스트라제놀은 미국 TA사이언시스사 에서 ‘TA-65’란 이름으로 CAG 제품을 출시했고  상당히 고가로 팔리고 있지만 입소문을 탄 미국의 부유한 은퇴 노년층의 소비로 이어졌다. 원료인 황기는 중국에서 대량으로 계약재배를 통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아이허브, 쿠팡 등에서 직구로 10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비싼 가격에 비해 그 효능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다.

황기는 수세기동안 동양에서 보기제로 활용되어 온 본초이다. 최초의 본초서인 『신농본초경』에​ 등재된 본초이기도 하다. 황기의 귀경은 폐와 비장이며 보기제 중에서도 기의 상승작용이 강하여 특히 폐 쪽으로 영향을 많이 미치는 본초이기도 하다(폐주기-肺主氣). 동양에서는 성분 위주가 아닌 기미와 장부 음양으로 진단하고 치료하기 때문에 성분을 그리 중시하지 않는다. 황기는 중초의 기운이 처져있는 중기하함이나 위하수증, 탈항 등에 쓰이며, 고표작용이 있어 여름철에 땀을 멈추어주고 처진 기운을 올려주어 닭과 함께 고아먹는 대표적인 보양 약재이기도 하다.

황기는 3년 이상 된 뿌리에서 약성을 기대하며 기의 상승작용이 강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쓰는 것을 제한한다. 황기가 들어간 대표적인 방제는 금원사대가의 명의 이동원이 창제한 보중익기탕을 들 수 있다.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은 중초의 기운이 처져 식욕을 잃은 사람에게 많이 활용되는 방제이다. 그 외에도 황기건중탕, 쌍화탕, 십전대보탕등 보기와 관련된 많은 보약에 쓰이는 본초이기도 하다.

황기차 한잔으로 내 몸 세포의 장수유전자를 깨울 수 있다면 가성비 좋은 최고의 차가 될 듯하다.  황기만 넣은 황기차도 좋고 황기에 작약, 계지, 감초, 생강, 대추가 들어간 보기제 황기건중탕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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