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은 한글날이었다. 올해의 한글날은 특별함이 있는 한글날이었다. 국경일이 주말과 겹칠 때는 대체휴일을 적용함에 따라 월요일까지 3일간을 연휴로 쉴 수 있었다. 한글날은 해방 이후 1990년까지 공휴일로 운영되었으나 경제 논리로 빠졌다가 2013년부터 다시 공휴일이 되었고 대체휴일 제도 덕분에 3일의 황금연휴가 만들어졌다.

한글은 다른 어느 나라의 글보다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이 입증된 문자다. 나라 말씀이 중국과 달라 세종대왕께서 백성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훈민정음을 창조하셨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맞아 우리의 말과 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위기를 겪어야 했고, 최근 국적 불명의 외래어와 외국어가 범람하면서 또 위기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MZ세대들은 줄임말을 즐겨 사용한다. 컴퓨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생활화됨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손편지가 없어지고 문자로 의사소통이 이뤄지면서 줄임말이 나타났다. 세대 간 차이로 인해 같은 세대가 아니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자기들만의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외래어가 범람하고 있다. 예전에는 잉크, 펜, 버스 등 매우 제한적이었으나 최근에는 글로벌, 컨설팅, 패러다임, 컨디션 등 엄청나게 늘어났다. 언론 매체에서도 신종 외래어를 거르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어 뜻이나 의미를 몰라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봐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대도시 상가의 간판에 외국어 그 자체로 사용하는 상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땅에 살고 있으면서도 마치 외국에 와 있는 듯 착각을 할 정도로 상가에 외국어로 된 간판들이 많아졌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곳곳에 있는 각 나라와 인종이 하나의 가족으로 묶이는 지구촌 시대다. 현재는 코로나로 상당히 위축되어 있으나 유럽, 아프리카, 미주 등을 이웃집 드나들 듯 여행 다니는 시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 것이 필요하다. 국적은 분명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는 정체불명이 된다. 자칫 소중한 우리 것을 잃을 수 있다.

컴퓨터도 없던 수백 년 전 한자문화권에 오랫동안 종속되어 한문을 사용하던 것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우리 민족만의 문자를 만들어낸 세종대왕의 백성을 위하는 위민사상에 고마워하고 한글을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 한글날이 단순히 공부나 일을 하지 않고 쉬는 날이라는 정도로 인식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

얼마 전 유명 정치인이 방명록에 쓴 글씨체가 방송 카메라에 잡혀 화두가 됐던 일이 있었다. 글씨체가 신선함을 주기도 했으나 지금까지 정치지도자들이 썼던 글씨체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한글날을 맞아 생각해 본다.

최근에는 DNA 등 첨단과학을 이용해 범인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예전에는 필체를 이용해 범인을 잡았다. 글씨는 쓰는 사람마다 특유의 체가 있어 남의 글씨를 흉내 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필체로 진위를 가리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유효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아예 손글씨를 잘 쓰지 않는 세태라 예전 같지는 않다.

한글은 세계 최고의 과학적인 문자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우리의 말과 글을 제대로 사용하고 쓸 줄 알아야 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자판기를 이용해 글을 쓰게 되면서 직접 손으로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씨를 잘 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글씨에는 쓴 사람의 성격이나 성품이 담겨 있다. 정자로 또박또박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멋대로 쓰는 사람이 있다. 글씨는 쓴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가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나만 알아볼 수 있다면 그것은 글자가 아니라 암호가 된다. 어려서부터 글자를 정확하게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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