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문제로 또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래층 사람이 위층에 사는 사람과 다툼 끝에 부부를 살해하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또 일어나고야 말았다. 한발만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하고 참을 수 있는 문제임에도 흉기를 휘둘러 소중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집 구조가 단독주택에서 다세대주택으로 바뀌었다. 좁은 땅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엔 대지가 넓은 지역이나 나라에서도 다세대주택이 대세인 것을 보면 생활의 편리함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생활 편의 시설이 집중될 수 있고 학교나 기관 등의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한 장점이 있다.

고층으로 형성된 주거 공간에서 다수의 세대가 각기 다른 생활양식을 가지고 함께 생활하다 보니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공동체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배려와 양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의 생활양식은 나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면서도 이웃과 교류가 없는 것이 대체적이다.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귀가하는 시간이 다르고 생활양식이 다르다 보니 편안하게 쉬어야 하는 시간에 소음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1층을 제외하고 모든 아래층은 나만 아래층에 사는 것이 아니라 내 밑에 또 다른 아래층이 있음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어린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가정에서는 다세대주택 생활에 정말 어려움이 많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활동량이 왕성해야 함에도 아래층에 사는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조금이라도 소음이 발생할 것 같은 상황이 생기면 좌불안석이 된다. 자제를 시키지만 철부지 아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다 같이 자식을 키우는 마음이 필요하다.

앞으로 다세대주택을 건축할 때는 위층에서 엄청난 하중을 받더라도 소음을 전혀 느끼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첨단 과학시대를 살아가는 특히 건축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우리나라이고 보면 층간소음을 방지하지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은 움직임도 소음으로 느껴지는 현재의 건축 기준은 개선되어야 한다.

세태가 나를 중심으로 변화했다고 해도 위아래층의 입주민들과 평소 교류를 해야 한다. 특히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에서는 사전에 아래층 집에 어린이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양해를 구해 놓는다. 아래층 집에서도 어린이 양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지나치도록 심하지 않을 때는 꼬마들이 잘 크고 있구나 하고 응원해 준다.

다세대주택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각기 다른 생활방식으로 삶을 ‘나’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으나 화재, 지진 등의 안전사고나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공동운명체가 된다. 나 한 사람 잘한다고 해서 나 혼자만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공동으로 대응해야 위험이나 위기를 제대로 극복해낼 수 있다.

다세대주택에서는 물론 주택 밀집지역에서 주차문제로 다툼을 벌이다 대형사고로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내 입장만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주차할 때 반드시 다른 차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문제가 생기면 폭력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법과 상식에 의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안타까운 사건 사고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답답함을 느낀다. 우리말에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 바른 생활습관을 길러주어야 한다. 어릴 때 형성된 성품이 평생을 살아가는 기반이 된다. 따라서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바른 인성 함양을 위한 교육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고 교육돼야 한다.

이웃은 남이 아니다. 예전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사촌보다 이웃이 더 가깝다는 의미에서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특히 다세대주택의 이웃은 공동운명체이다. 단수, 단전, 화재, 붕괴 등의 뜻하지 않은 사고에는 고통을 함께 나누어야 하는 관계다. 평소 정을 나누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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