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향은 예로부터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설거지할 때 생선 비린내를 없애며, 간장, 된장 등에 넣으면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하고 보신탕, 추어탕, 생선요리 등에 넣어 음식의 향신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본초로서의 곽향은 방향 화습약이며 인도네시아가 주산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꿀풀과에 속하는 “배초향”을 “곽향”으로 쓰며 민간에서는 “방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필자의 정원 한 켠에도 방아가 자란다. 잎과 줄기를 잘라 거실 한쪽에 놓아두면 훌륭한 방향제가 된다. 방충효과도 있다.

약재로서의 곽향은 방향성이 있고 성질이 따뜻하며 위장과 대장을 편안하게 한다. 위장에 찬 기운이 많아서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답답하고 속이 불편할 때 소화기능을 보강하며 구토, 설사에도 효과가 있어 위장질환에 상용하는 약초이다. 또한 사기를 발산시켜 주므로 여름철 감기, 토사곽란에 사용해왔다.

몸에 냉기가 많아서 손발이 차고 기운이 원활하게 순환되지 않는 경우에는 식후에 소화불량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이럴 때 곽향을 차로 우려내서 마시면 속이 편해진다. 곽향을 차로 마시려면 물 1리터에 곽향 30g을 넣어서 3분 정도 끓여서 차로 마시면 된다. 방향 성분이 강한 약재이기 때문에 너무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 좋다.

위장은 스트레스에 민감한 기관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업이나 업무 스트레스가 심할 때 식사를 하거나 불편한 사람과 식사를 할 때 위장 역시 긴장하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곽향의 방향 성분은 이런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며 뭉친 기운을 잘 풀어주기 때문에 스트레스로 인해 떨어진 위장기능을 회복시켜 준다.

평소 자주 체하는 사람들을 비롯해서 위장 기능이 떨어져 구토를 할 때, 장에 찬 기운이 많아서 설사를 자주 할 때, 속이 쓰리고 메스껍거나 복통이 있을 때 곽향이 두루 도움이 된다. 민감한 위장을 진정시켜 주며 무력한 위장 활동을 강화하기 때문에 평소 위장문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그 뿐만 아니라 곽향은 우리 몸의 습한 기운을 없애주며 부종을 해소한다. 땀을 내서 체내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효과도 있으며 체내 습한 기운이 많이 쌓여 물 먹은 솜처럼 몸이 무겁고 피곤할 때도 곽향이 도움이 된다.

여름철에는 찬 것을 많이 먹어서 속이 냉하고 소화불량이 생기거나 설사를 자주할 때 곽향이 도움이 되지만 겨울철에는 감기로 인해 기운이 떨어지고 소화 기능이 떨어져서 체기가 느껴질 때, 콧물이 나면서 머리가 아플 때에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곽향정기산(藿香正氣散)
곽향이 군약으로 되어있는 방제가 곽향정기산이다. 곽향정기산은 명나라 의사 공신과 그의 아들 공정현의 처방으로 화제국방이라는 방제서에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조선시대 선조 때 유명한 명의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에 얽힌 일화 한 가지를 소개한다.

어느 해 여름 유의태는 몸이 불편하여 진료실 한쪽에 자리하고 누워 있고 제자들이 대신 환자를 진단하고 유의태에게 보고하면 유의태는 누워서 말로 처방을 내리는데 "스승님, 머리 아픈 환자가 왔는데요?" 하면 유의태는 환자의 목소리만 들어보고는 "곽향정기산!" 하였고, "복통 환자가 왔는데요?" 하면 역시 "곽향정기산!" 하였고 "몸이 부은 환잔데요?" 하면 "곽향정기산!" 하고, "이분은 중풍인데요?" 하면 "곽향정기산!" 하기에 제자들이 이상히 여기어 묻기를 "스승님, 머리 아픈 데도 곽향정기산이요, 중풍에도 곽향정기산인데 어찌하여 병은 여러 가지인데 약은 한 가지 처방입니까?" 이 말에 유의태는 껄껄껄 웃으면서 "중초가 근본이야" 라고 하였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비위를 참으로 소중하게 여긴다. 중초에서 진액과 영양을 공급하지 못하면 오장의 균형이 깨진다. 머리 아픈 환자가 왔다면 유의태라는 명의는 양명 두통으로 판단하고 곽향정기산을 썼을 것이고, 복통 환자는 중초를 다스려야 하니 곽향정기산이요, 몸이 부은 환자는 비습을 제거하기 위해서도 곽향정기산을 처방하였을 것이다.

또 동양에서 보는 중풍(中風)은 중심이 바람에 흔들린다는 뜻이다. 즉 기의 정체로 오는 병이다. 곽향정기산은 곽향이 군약이 되어 흔들리는 중초를 잡아 주고 정기를 세워 준다. 동양의학 특징 중의 하나는 다양한 증상의 병증이라도 그 원인은 한두 가지로 수렴한다. 한방 방제에서 만병통치의 특징을 가진 약들이 유난히 많은 것은 서양의학이 대증요법(증상치료) 중심인 것에 비하여 동양의학은 병인(病因)을 중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