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
·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반하(半夏) 이야기

반하(半夏)라는 약초가 있다. 반하는 천남성과에 속하며 학명은 Pinellia ternata으로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에 분포하고 뿌리를 약재로 이용하는데 뿌리에는 독성이 있다. 생산지는 주로 중국산이 대부분이고 우리나라는 제주도에서 일부 생산되고 있다. 필자의 농장에도 봄에 드문드문 발견되는데 요즘은 한군데로 모아서 조그만 밭을 만들어 보았다. 생김새는 마치 천남성 비슷하기도 한데 크기가 상당히 작다. 잘 자란 천남성의 뿌리가 양파 정도 되는데 반하 뿌리는 콩알만 하다.

반하는 주로 담음을 치료하는 약초인데 독성 때문에 약재로 쓰려면 꼭 법제를 거쳐야 한다. 법제는 주로 생강즙에 볶아서 사용한다. 그리고 반드시 끓여서 복용하여야 한다. 생반하는 조금만 먹어도 입과 목구멍이 견딜 수 없이 아리고 조직의 마비감이 온다. 이는 반하의 독성 때문이다.

'본초강목‘에서는 "5월에 반하가 나오는데 이때가 대략 여름의 절반이 되므로 반하라고 했다"고 적고 있다. 수전(守田), 수옥(水玉)이란 이명이 있다. 단전으로 기를 내린다 해서 수전이라고 한다는 고상한 해석도 있지만 그냥 밭을 지킨다는 뜻으로 소박하게 해석해도 되겠다. 또 생김새가 둥글둥글하므로 수옥이라 했다.

반하는 우리말로 '끼무릇'이라 한다. 끼는 꿩을 뜻하며 꿩이 좋아하는 무릇이라는 의미가 되겠다. 꿩이 밭에서 이 반하를 먹고 배 속을 뜨겁게 해 알을 낳는다는 얘기가 있다. 옛날에 하느님이 반하가 필요해서 꿩을 시켜 반하를 캐오도록 시켰는데 반하 맛이 너무 궁금한 나머지 몰래 한 뿌리를 캐서 맛을 보고 그 맛에 반해 계속 캐어 먹다가 야단을 맞았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반하는 꿩들이 좋아한다.

반하의 독성이 꿩에게는 면역이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조류의 특성상 항상 날기 위해서 몸을 가볍게 유지해야 하는데 반하를 먹음으로써 몸속의 담음이 제거되어 몸이 가벼워진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터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반하의 성질을 한마디로 하면 “온조(溫燥)”이다. 즉 성질이 따듯하고 건조하다.

반하는 담음을 치료할 때 주로 사용하는 약초이다. 담음이란 우리 몸의 수분이 정체되어 생긴 것으로 가래처럼 진득한 액체를 말한다. 『동의보감』에서는 10가지 병 가운데 9가지는 담(痰) 때문이라고 말한다(十病九痰). 따라서 담음은 모든 병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반하는 가래를 말려주고 비위에 정체된 습담을 제거해준다. 가래, 해수, 천식에 쓰이며 담으로 인한 두통, 어지럼증, 가슴답답증, 그득한 증상, 구토, 인후통 등에 쓰인다.

반하가 들어가는 방제를 소개한다면 이진탕, 반하사심탕, 반하백출천마탕, 반하후박탕, 소청룡탕, 맥문동탕 등이 있는데 주로 담음과 관련된 병증의 대표적인 방제들이다.

반하사심탕
사심탕 이라는 뜻은 명치 아래 답답한 것을 풀어준다는 뜻으로 반하사심탕은 반하가 들어가는 사심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하, 건강, 인삼, 감초, 대추, 황금, 황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황금과 황련은 청열한 약재로 심하의 뭉친 것을 내려준다.

황금은 청열조습한 약으로 가슴과 명치의 답답함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또 술독을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황련도 청열조습하며 항균작용이 있다. 반하, 건강, 인삼, 감초는 따뜻하며 주로 비위의 기를 다스려 준다. 특히 반하는 담음을 제거한다.

담으로 인한 심하부가 답답하고 소화가 안 되며 쓰린 느낌이나 울렁거림이 있을 때 또는 때때로 오심 구토가 있고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고 묽은 변 또는 설사경향이 있을 때 잘 듣는다. 식욕부진에도 쓸 수 있다. 급체와 그로 인해 생기는 두통, 어지럼증에 쓰며 두근거림과 불면증, 구내염을 치료하는 효능도 있다.

반하사심탕은 숙취에도 잘 듣는다. 특히 숙취 설사에 반하사심탕은 효과가 뛰어나서 대부분의 약국에도 반하사심탕을 구비하고 있으며 약사들이 추천해 주기도 한다. 필자도 원래 비위가 안 좋고 과민성 대장증세가 있어 반하사심탕을 즐겨 애용하고 있으며 주변에 많이 추천해주는 대표적인 방제이다.

약재를 다룰 줄 알면 직접 지어도 되고 한의원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급체로 속이 불편할 때나 숙취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약국을 이용하는 방법도 가성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소량구매도 가능하다.

반하사심탕은 여러 제약회사에서 과립형, 정제, 액상으로 제작하여 약국에 많이 나와 있으므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방제 중 하나이다. 그 중 몇 개를 소개하자면 한풍제약의 반사신(과립), 경방신약의 스토마큐(과립, 액상), 한국신약의 스토반(정,과립) 한솔신약의 위평원(과립) 등이 있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