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
·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여성들은 혈병(血病) 즉 혈과 관련된 병증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혈병은 혈이 부족해서 생기는 혈허증(血虛證), 혈이 뭉쳐서 생기는 어혈(瘀血)등이 있고 혈과 관련된 여러 합병증 등이 있다.

혈허증(血虛證)은 혈 부족으로 나타나는 병증으로 혈허의 주요증상은 얼굴에 핏기가 없고 어둡다(면색불화), 입술과 혀가 담백하다(순설담백), 머리가 어지럽다(두훈), 앉았다 일어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현훈), 심장이 두근거린다(심계), 밤에 잠을 잘 못 이룬다(실면), 눈이 흐려진다(목화) 등이다. 혈허는 주로 보혈약(補血藥)을 사용하여 다스리지만 기혈을 함께 보하는 것이 더욱 좋다.

어혈(瘀血)은 피가 몸 안의 일정한 곳에 머물러서 생기는 증상이다. 오래되면 피떡 형태를 이루어 혈의 순행을 방해하고 중풍이나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혈허증 등 혈병에 두루 쓰이는 한방 방제 중에 사물탕이 있다. 숙지황, 당귀, 천궁, 백작약 이렇게 네 가지 약재로 만들어진 간단한 처방이다.

숙지황은 신장과 간으로 들어가 진액과 정을 보충해준다. 즉 혈뿐만 아니라 정(精), 수(髓)를 모두 돕는다. 당귀는 보혈약의 대명사이다. 보강된 진액을 혈로 생산한다. 천궁은 혈을 잘 순환시키고 오래된 혈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는다. 작약은 주로 간으로 들어가 혈을 저장하여 음을 확보한다. 간에 혈이 저장되는 것을 ‘장혈(藏血)’이라 한다. 사물탕은 이처럼 신장과 간의 진액을 바탕으로 혈을 만들고 장혈하여 음적인 에너지를 확보한다.

사물탕은 혈을 돕는 최고의 방제이다. 특히 평생 혈과의 전쟁을 벌이는 여성에게는 사물탕이 처방의 기본이 된다. 사물탕을 근거로 하여 수많은 방제가 탄생하였다. 오늘날에도 많은 한의원에서 사물탕은 여성질환의 처방에 사물탕을 기본방으로 가감하여 처방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사물탕은 모든 방제의 기본으로 널리 쓰이는 방제이다. 사물탕은 중국 송(宋)나라 태종 때 진사문(陳師文) 등이 황제의 명을 받들어 지은 의서(醫書)인 《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우리나라의 기록으로는 동의보감, 방약합편 등 모든 의학서적에 기록되어 있다.

보혈약인 사물탕과 보기약인 황기건중탕을 합방한 것이 쌍화탕이다. 쌍화탕은 기혈을 균형 있게 만들어주는 기혈 쌍보제이다. 사물탕에는 당귀, 천궁, 숙지황, 백작약이 들어가고 황기건중탕에는 황기, 감초, 계지, 생강, 대추, 조청이 들어간다. 보혈약인 사물탕과 보기약인 사군자탕을 합방한 것이 팔물탕이고 여기에 황기와 육계를 더한 것이 그 유명한 십전대보탕이 되는 것이다. 역시 기혈 쌍보제이다.

우리 몸에 혈과 관련된 장부를 든다면 비장, 심장, 간장을 들 수 있다. 비장은 운화기능을 통하여 수곡정기에서 혈을 만들고(脾統血) 간장은 만들어진 혈을 저장하며(肝藏血), 심장은 혈을 주관하여 온몸으로 혈을 실어나른다(心主血). 사물탕은 이들 장기에 두루 좋은 방제인 것이다.

당귀는 보혈하는 대표적인 본초이며 성미가 따뜻하며 달고 맵다. 효능은 피를 만들며(生血) 치우친 혈을 고르게 하고(和血), 혈을 잘 돌게 하여 통증을 멎게 한다(活血止痛), 장을 부드럽게 하여 변을 잘 나오게도 한다(潤腸通便). 산전 산후에는 당귀와 천궁으로만 구성된 궁귀탕을 쓰기도 한다. 당귀의 몸통은 보약 즉 보혈제로 쓰며 잔가지는 주로 어혈약으로 쓴다. 당귀의 법제 방법으로는 주세라고 하는데 술에 씻어 말린다.

작약은 성미가 약간 차며 쓰다. 효능은 혈을 자양하고 간을 부드럽게 하며(養血柔肝), 중초를 다스려 통증을 완화시킨다(緩中止痛). 배 아픈데 또는 근육통에 감초를 첨가한 작약감초탕을 처방하기도 한다. 작약의 법제는 작약 뿌리를 술에 담근 다음 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쓴다(주초).

숙지황은 성미가 약간 따뜻하며 달다. 귀경은 간, 신으로 하며, 법제는 생지황을 술에 아홉 번 찌고 말린다(구증구포). 천궁은 성미가 따뜻하고 맵다. 효능은 혈과 기를 잘 순환시키고 어혈을 제거해 통증을 없앤다. 천궁은 혈중기약(血中氣藥)이라고 할 정도로 보혈약 중에서는 순환에 강점을 가진 본초이다. 법제는 따뜻한 물에 하룻밤 담가 정유성분을 제거한다.

위의 네 가지 약재들은 모두 국산재배가 잘되며 구하기 쉽다. 특히 당귀, 천궁, 작약은 홍천지역에서도 많이 생산된다, 네 가지 약재에 대추정도를 추가해 차처럼 음용한다면 여성들의 질병 예방용으로 훌륭한 차가 되리라 추천한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