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수
홍천전통발효연구회 전문위원
㈜홍천허브·다물연구소 대표

대개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 밤에 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있고 새벽에 너무 일찍 잠이 깨서 곤란을 겪기도 한다. 낮에는 양기가 왕성한 시기로 대부분 활동적인 일을 하며 지내게 되지만 밤에는 음기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조용한 휴식의 시간이다. 따라서 낮과 밤의 모드전환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잘 안될 때 불면이 찾아오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몸은 진액이 부족해지고 신체리듬이 둔해지면서 양에서 음으로의 전환이 신속하게 일어나지 않게 된다. 하루를 제대로 마감하지 않으면  특히 감정을 마무리하지 않았을 때 더 그렇다. 감정을 마무리하지 않으면 심장에 열이 식지 않아 ‘허번(虛煩)’이 생긴다. “허번이란 가슴이 답답하고 편안하지 않는 것”(『동의보감』 「내경편」, 「몽」)이다. 

허번이 나타나면 잠을 잘 잘 수 없다. 낮의 활동이 밤의 휴식으로 모드전환이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낮엔 땡볕에서 일하는 일꾼이었지만 밤이 되면 그늘에서 쉬고 있는 한량이 되어야 한다. 수면은 이렇게 모드전환이 된 후에 일어나는 사건이다.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쓰는 방제 중 하나가 ‘산조인탕(酸棗仁湯)’이다. 산조인탕은 2천 년 전 후한시대 장중경의 금궤요락에 실린 불면증의 명방으로 산조인(초), 지모, 맥문동, 복령, 천궁, 감초로 구성된다. 군약(君藥)은 ‘산조인(초)’이다. 산조인은 야생대추인 멧대추 씨다. 이것을 잘 말려서 보리차 볶듯이 볶는데 이 과정을 ‘초(炒)한다’고 한다. 그래서 산조인(초)라 하는 것이다. 

산조인을 초하면 정신을 안정시키는 작용이 강해진다. 그래서 불면증에 산조인(초)를 많이 쓴다. 흥미로운 점은 산조인을 초하지 않고 쓰면 오히려 각성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산조인탕의 산조인은 반드시 초해서 쓴다.  산조인은 붉은 색이다. 붉은 색을 띤 약재는 대개 심장으로 들어간다. 산조인은 “심중(心中)에 액(液)이 부족해서 답답한 경우”에 쓴다. 액은 일종의 ‘물(水)’이고 ‘음(陰)’이다. 심장에 액이 부족하다는 것은 음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음이 부족하면 상대적으로 양(陽)이 뜨는데 즉 심장에 열이 있다는 의미다. 산조인은 심장에 음을 보해주고  윤택하게 한다. 즉, 심열을 다스려 불면을 치료한다. 불면을 초래하는 허번도 “음이 허(虛)해서 내열(內熱)이 생기기 때문에 일어난다”(『동의보감』 「내경편」). 

불을 끄고 어둠 속에 누워 있어야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심열과 허번은 방에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상태이다. 산조인(초)은 그 스위치를 끄고 정신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모는 본격적으로 열을 끄고 진액을 넣어주는 역할을 한다. 심장을 안정시키는 산조인이 지모를 만나면 심열을 더욱 쉽게 끌 수 있어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기능이 더 좋아진다. 복령은 안신(安神. 정신을 안정시킴)을 보좌하고 삭힌 화기로 인해 생긴 여분의 물을 오줌으로 배출한다. 

천궁은 혈액순환을 돕고 어혈을 풀어준다. 심장의 액이 부족하다는 것은 혈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혈이 부족하면 순환에 문제가 생겨 어혈이 생길 수 있다. 또한 넣어준 진액이 피로 들어가면 혈액순환의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다. 천궁은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한다. 

산조인탕은 음(陰)과 혈(血)이 부족해서 생긴 불면증 치료에 좋은 방제다. 그 처치법은 심열을 끄고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일이다. 심장은 마음을 다스리는 장부다. 산조인탕을 직접 만들기 어려운 분들은 정이나 과립으로 만들어진 제약회사의 한방제품을 약국에서도 구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집에서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산조인차를 추천하고자 한다. 주전자에 물 1.5리터 분량을 넣고 볶은 산조인 30g과 대추 한주먹(10여개)을 넣고 연하게 끓여 마신다. 맛과 효능면에서 모두 훌륭하다. 각성제 음료를 멀리하고 마땅하게 마실만한 차를 못 구했다면 이 산조인차를 권하고 싶다.

산조인은 국내생산이 쉽지 않아 주로 미얀마산을 쓴다. 반드시 볶아서(초) 쓰거나 아예 초(炒)한걸 사서 쓴다. 이때 연자육이나 용안육을 가감하면 더욱 좋다. 연자육은 연꽃 씨를 말한다. 연자육은 우리 몸의 장부 중에 심장으로 들어가 마음을 편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연자육도 차로 마실 때는 볶아서 쓰면 구수하고 맛도 좋아진다. 

용안육은 열대과일인 무환자나무과의 용안을 말린 것인데 우리 몸에 진액을 보충해주고 심장의 열을 꺼주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열대 과일인 만큼 수입산인 베트남산을 쓴다. 재료 구하기가 어렵다면 인터넷 검색을 추천한다. 특히 산조인과 용안육은 수입산이므로 인터넷 검색이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라 생각된다.

나이들 수록 진액이 부족해지고 낮과 밤의 모드전환이 어려워 잠 못드는 밤이 많아질 때 따끈한 산조인차 한잔으로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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