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전 홍천예총 회장,
국가기록원민간심사위원

요즘 홍천지역에서는 조선말기 대한제국 종말시대인 1890년경 홍천현의 관아배치에 관한 향토역사문화 연구가 한창이다. 그 중에서도 향토문화연구자이며 문화해설사를 역임한 차주원 연구사의 연구내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차 연구원은 몇 년에 거쳐 향토사를 연구하면서 홍천의 주요기관들이 모여 있던 곳을 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최근 그 완성도를 작성했다.

홍천현 관아배치도는 현재 홍천미술관(전 홍천군청 1956년 준공)과 의회 사무실 홍천경찰서 희망지구대 및 희망5리노인정(전 군수관사)과 가정교회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관아가 형성돼 있었음이 연구결과 나타났다. 1890년대를 전후로 작성된 관아배치도에 근원을 두고 기타고지도와 최근의 항공사진 지적도 등을 참조하여 대입시키는 방법으로 연구를 했다. 

지금으로부터 130여 년 전 현대지도가 없어 우리고장에 대한 역사를 모르고 산다는 것은 현재도 그렇고 후세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다. 1950년 이후부터는 몇몇 지역인사들이 홍천의 발전과정을 소상히 밝히고 있지만 그전 일제강점기 35년8개월 동안은 혼란기로 보고 그 전과 후에 대한 기록이 전무하다. 1945년 광복 후 6.25 한국전쟁까지 5년 동안 비록 기간은 짧았으나 변화는 많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일제가 구건물(주로 한옥)을 헐고 신 관청을 지어 이용하다가 전란으로 파괴되고 불에 타 없어져 그 시대를 알 수 있는 기록물이 전혀 없다. 

차 연구사가 찾아낸 최근 고지도 역시 홍천에서 찾은 것이 아니고 국가기록원의 협조를 받아 찾아낸 성과다. 홍천군지나 향토지(1967년 교육청에서 발간한 홍천 최초의 기록물지 발행자 이우열)에도 홍천지역 관아의 위치도는 없다. 다만 범파정(정자)이나 학명루 등이 있었다고만 표기돼 있다. 어찌 보면 먼 옛날의 역사는 알면서도 최근 백여 년 전후의 역사는 잘 모르고 사는 거다.

고구려 때 벌력천현 신라 때 녹효 화산현 고려조8대 현종왕9년(1018년) 홍천현이라 개칭해 오늘에 이른 과정을 기록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관아(관청)의 위치를 알려주는 배치도는 발견되지 않았다. 작성 자체가 없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당시의 상황으로 봐서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지도에 의하면 석화산 밑에 문묘 즉 홍천향교가 있고 그 밑 약300여m 아래에 관아가 있고 그 관아를 중심으로 좌우 남쪽에 분산된 부속건물이 있어 관아 일을 본 것 같다. 그 주변에는 창고도 있고 노비의 집도 있고 관아의 일을 보는 이방이나 서민들도 살았을 것이다.

창고가 있으면 화재를 대비해서 방화수용의 연못도 있고 사람이 먹는 샘물도 있었을 것이다. 연못이나 샘물은 필자가 쓴 책(홍천살이70년 2020간)에 자세히 기록한바 있다. 요약하면 관아 근방 2~300m쯤에 연목이 6개가 있었고 인근에 샘물 역시 대여섯 개가 5~60년대까지 있었다. 홍천읍의 지형으로 볼 때 관아가 있던 곳이 약간 높은 지대이고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낮아지며 습지라든가 연못이 있었을 게다. 허나 전란 직후 메워져서 확인할 길은 없다. 

홍천읍 시내의 현재 번화가인 신장대리는 과거 100여 년 전후는 연못이 두 개 습지가 서너 군데 있었으나 다 메워지고 지금은 대지에 건물이 지어져 번화한 거리가 됐다. 고지도에 의하면 가정교회 터에 학명루가 있었고 회전교차로 터가 군기고 미술관 터에는 아사건물 등이 산재해 있었다. 

이참에 진리나루터 위치도 적어보자. 진리와 갈마곡리 경계에서 화양강(홍천강)을 건너는 다리가 화양교다. 진리 쪽에서 서쪽으로 200여m쯤에 범파정이 있었다고 고지도에 명시돼 있다. 화양교 위 약50여m 위쪽에 나루터가 있어 다리가 있기 전 배로 강을 건넜다. 다리 건너편 소옥개 쪽으로 약50여m에 역시 강 건너 나루터가 있었고 그 밑에 물방아간이 있었다. 화양교 밑에는 겨울에 따뜻한 물이 나와 동네사람들이 겨울빨래를 많이 했다. 

좀 있으면 향토문화연구사가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홍천현 관아 터 연구가 발표될 것이다. 그동안 잠자고 있던 우리지역의 관아배치도가 완성되면 역사문화와 관광에 크게 기여하리라 믿는다.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