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문화체육부 산하에 「스포츠 윤리센터」가 개소됐다. 여성가족부 차관 출신의 이숙진 이사장을 초대 이사장으로 임용하여 출범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상담과 법률지원, 실태조사와 예방 교육 등을 실시하게 된다. 체육계에 인권을 보호하고 비리를 근절하는 스포츠 인권전담기구의 역할이 기대된다.

한국스포츠계는 그동안 급속한 경기력 향상과 국제대회 입상에만 진력해 온 나머지 선수들의 인성 부족, 지도자들의 폭력, 부정과 부패의 온상처럼 인식돼왔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 여기는 풍토가 주된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축구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세계 메이저대회 그랜드슬램을 이뤄낸 반대급부인 셈이다.

지난달에는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 팀의 고유민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구단이나 코치진과의 불편한 관계, 선수들 간의 집단따돌림, 인터넷상의 악플 등이 20대 중반의 꽃다운 전도유망한 인기 프로선수가 죽음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고유민 선수의 극단적인 선택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의 최숙현 선수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한 사태라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겁다. 사후약방문 격으로 정부나 국회가 나섰으나 뿌리 깊은 스포츠계의 부정과 부패, 폭력, 비인격적인 선수 지도 등이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스포츠 스타는 공인이다. 꿈나무 선수들의 롤-모델이기도 하며 청소년들의 우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유명선수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도박, 폭력, 음주, 마약 등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을 때는 엄중한 처벌로 스포츠의 장면에서 영구히 퇴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 윤리센터」에서는 스포츠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인간적, 비윤리적인 문제가 근본적으로 발본색원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부처에 조직하나 더 만들었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체육인 모두가 인권과 자유가 넘쳐나는 스포츠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스포츠계의 부정과 부패를 뿌리 뽑고 선수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스포츠맨십을 생활화해야 한다. 스포츠맨십은 운동선수, 관중 그리고 지도자 등 모두가 지켜야 하는 공통된 규범이다. 정정당당, 상대의 인격존중, 규칙준수, 심판의 판정에 복종해야 하는 것을 말하며 스포츠맨십의 근간은 페어플레이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생활체육이 확대되고 크게 발전했다. 이제 체육은 운동선수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전문성과 참여 시간 그리고 관심의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모두가 체육을 즐기고 있다. 즉 모든 국민이 생활체육인이다.  따라서 모두가 스포츠맨십을 생활화해야 한다.

운동장에서 선수들이 지켜야 하는 규범인 스포츠맨십을 학생들은 학교의 교실로, 정치인들은 정당이나 의회사무실로,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은 군부대로,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들은 사업장으로 확대해 지킬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의 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건전한 사회문화 풍토가 조성될 것이다.

새롭게 탄생해 운영하게 될 「스포츠 윤리센터」가 제 역할을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체육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체육인 출신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탁상에 앉아서의 행정이 아닌 현장 중심의 행정으로 선수와 지도자 모두가 즐겁고 신명 나는 스포츠 장면이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스포츠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한 다음에 이를 처벌하는 기관이 아닌 문제 발생의 원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 스포츠맨십의 생활화를 위해서는 꿈나무 선수나 청소년 시기에서부터 교육이 되어야 하고 모든 스포츠의 장면에서 강조되어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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