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랴, 어서 가자~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으니 힘내서 어서 가자~ 안소는 제 고랑에 들어서고 마라소는 물러서거라~” 두 마리의 소로 밭을 갈고 있는 겨릿소와 구성진 밭갈애비의 겨릿소리가 홍천 가을들녘에 울려 퍼진다.

동면 수타사농촌테마공원에서 홍천농업고등학교(교장 민병하) 학생들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 밭가는 겨릿소리 시연행사가 홍천 겨릿소 밭가는소리 전승보존회(회장 조성근) 주관으로 10월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열렸다.

트렉터와 농기계에 밀려 이미 사라져버린 한국 전통농경문화인 두 마리의 소로 밭을 가는 겨릿소 풍경은 물론 코뚜레를 한 소도 찾아보기 힘든 세월에 아직도 홍천의 한 농촌 골짜기 내촌면 물걸리 동창마을의 전덕재(78) 옹은 옛 마굿간에 코뚜레를 한 겨릿소 3마리를 키우며, 밭갈애비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

이 행사에는 화촌면 이부원(77) 옹과 홍천읍 전석순(66) 씨 등을 비롯 전덕재 옹의 겨릿소를 매일 차량으로 1시간씩 고속도로로 이동해 관광객과 학생들에게 옛 전통 밭갈이소리 시연과 밭갈이 체험의 장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전덕재 밭갈애비는 “소가 들판의 풀을 먹을 줄 모르는 세월인 만큼 겨릿소 겨리질과 그 소리들도 거의 사라진 것 같다”며, “세월도 흐르고 사람도 세월을 비껴갈 수 없듯이 책속에나 나오는 풍경들을 열심히 보고 사진 많이 찍으라”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쳤다.

2017년 제27회 강원도민속예술축제에 ‘겨릿소 화전밭갈이 농경’ 홍천민속단으로 출전해 겨릿소리로 연기상을 수상한 전석순 옹은 “호리소는 더러 있지만 겨릿소는 정말 보기도 찾기도 힘들다”면서 “홍천에 겨릿소가 아직도 있다는 건 전통 농경문화에 대한 애착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 홍천에 있는 마지막 겨릿소도, 밭갈애비들도 세월의 흔적에 밀려 보물처럼 돼버린 풍경을 연출했지만 조성근 회장은 “밭갈애비들과 겨릿소마저 세월이 좀 더 지나면 국어사전의 단어가 변천하듯 역사책에서도 영원히 사라지는 한국의 전통 농경문화가 될듯해 안타까운 마음이며, 이는 보전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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