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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게 갠 하늘을 보지도 못하고 지하로 가니 : 訣故國江山 / 덕홍 심수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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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0  09:3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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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우국지사들이 있었기에 등불 앞에 나라를 구할 수 있었다. 총칼이 없었고 오직 맨손과 결연한 의지 하나 뿐이었다. 죽음이 아니면 달리 선택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이천만 동포를 향하여 내 조국 내 산하를 지키라는 한 마디를 남겼을 뿐이었다. 그 피들이 얽히고설키면서 남은 후진들은 결연한 의지에 감동해 나라를 구했다. 맑게 갠 하늘을 보지도 못하고 지하로 가게 되니, 천년을 붉고 푸른 피로 얼룩지리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訣故國江山(결고국강산) / 덕홍 심수택
해와 달 밝고 밝던 이 나라 이 강산
어쩌다 어두운 먼지 속에 들어갔나
지하에 한이 맺히며 푸른 피가 되리라.
文明日月此江山    忽入腥塵暗曖間
문명일월차강산      홀입성진암애간
未覩一晴歸地下    千秋化碧血痕斑
미도일청귀지하      춘추화벽혈흔반

맑게 갠 하늘을 보지도 못하고 지하로 가니(訣故國江山)로 제목을 붙인 칠언절구다. 작가는 덕홍(德弘) 심수택(沈守澤:1871~1910)으로 한말 의병장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광명한 문명 세계의 이 나라 이 강산엔 / 홀연히 비릿한 티끌 어둠 속으로 날아드네 // 맑게 갠 하늘을 보지도 못하고 지하로 가게 되니 / 천년을 붉고 푸른 피로 얼룩지리라]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고국강산을 이별하며]로 번역된다. 나라를 잃었을 때 많은 의병장이 일어나 구국의 일념으로 몸을 바쳤다. 시문을 읽으면 섬뜩한 생각이 든다. 말로 하는 애국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 실천을 보였던 애국이었다. 이름도 없이 싸우다가 죽어간 수많은 무명용사들의 원혼을 어떻게 달래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할 일이다.

시인은 나라 전체가 어둠에 싸여 있고, 도대체가 장래가 보이지 않음을 탄식하고 있다. 광명한 문명 세계인데도 이 나라 이 강산에는 침략자들의 발길로 인하여 홀연히 비릿한 티끌 어둠 속으로 날아든다는 시상을 일으켰다. 비릿한 내음은 피로 물들었음을 비유하고 있고, 어둠 속은 광명은 보이지 않고, 점점 자유가 말살되고 재산을 빼앗기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음을 천명하고 있다.
화자는 이젠 더 이상은 두려워할 것도 머뭇거릴 것도 없이 분연하게 자기 몸을 던져 희생시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갖는다. 맑게 갠 하늘을 보지도 못하고 지하로 가게 되니, 천년을 붉고 푸른 피로 얼룩지리라라고 했다. 맑고 그렇지 않은 피로 얼룩지겠다는 의지의 표현 앞에서 섬뜩한 생각이 든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문명세계 이 나라엔 티끌 어둠 날아들고, 지하가는 이 몸되니 푸른 피로 얼룩지리’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작가는 덕홍(德弘) 심수택(沈守澤:1871~ 1910)으로 조선말의 의병장이다. 전라남도의 3대 의병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면장, 향교장의, 도의사, 서당 훈장도 지냈던 향반이기도 했다. 일제의 국권 침탈이 날로 심각해지자 의병에 투신하였다. 1910년 10월 4일 대구 감옥에서 사형을 당함으로 순국한 지사다.

【한자와 어구】
文明: 문명. 밝고 밝다. 日月: 해와 달. 此江山: 이 나리 강산. 忽入: 홀연히 들다. 어쩌다가. 腥: 비리다. 塵暗: 먼지 속 어두움. 曖間: 일순간에. // 未覩: 보지 못하다. 一晴: 한 번 개다. 歸地下: 지하로 돌아가다. 탄식문구로 봄. 春秋: 세월이 가다. 化: 되다. 碧血: 푸른 피. 痕斑: 아롱진 흔적. 나눈 흔적.

   

 

 

장희구 張喜久(문학박사 / 문학평론가·시조시인)
아호 : 瑞雲·黎明·友堂
한국문인협회 회원 /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전)한국시조사랑시인협회 국제교류연구소장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문학박사)
남부대학교·북경경무직업대학 교수 역임
조선대·서울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 外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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