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이래 처음으로 수능시험이 연기돼 이번 주에 치러진다. 결과는 12월 12일 개인별 성적이 통지된다. 그동안 형설의 공을 쌓아 올린 우리고장 수험생 모두 본인이 희망하는 점수 이상의 성적이 나오길 응원한다. 상위권 대학 진학에는 절실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수능성적의 결과가 대학 진학과는 관련이 없다. 편하게 생각해도 된다.

이제 학교는 고3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다음 주는 학교마다 기말고사를 치르겠지만 문제는 기말고사 이후다. 학교에서의 모든 교육과정을 마치고 시험까지 치른 학생들이 목표를 잃고 방황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탁상에서 보면 문제될 게 하나도 없다. 정해진 교육과정 시간표대로 운영하면 된다.

하지만 학교현장은 심각하다. 이미 수능시험 전부터 성적이 발표되기 전임에도 대학으로부터 최종 합격통보를 받은 학생들이 많다. 남은 학교생활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지만 대학입학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학교가 학생들을 통제하는 기능을 상실해 버린다. 이들은 벌써부터 대학생으로 착각하게 된다.

수능시험을 마친 고3 학생들이 예비 대학생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자신이 상급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전공분야에 대한 기초, 기본 지식을 쌓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입시제도의 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불리한 여건 속에서 입학한 학생들과 경쟁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은 너무나 뻔한 이치다.

고3 학생들은 우리고장의 미래이며 나라의 미래 자산들이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예산까지도 지원해 주어야 한다. 먼저 중요한 것은 부모님들의 역할이다. 가정에서 고3 자녀가 방황하지 않도록 챙겨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자 할 것이다. 돈을 벌어서 대학 등록금을 납부해서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기특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등록금은 부모님 몫이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학생들은 자신이 갖고자 희망하는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하지만 바람직한 여가 시간은 독서 시간으로 보내는 것이 좋다. 그동안 수능성적이나 내신관리 차원에서 학교 공부에만 매달리느라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던 만큼 독서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대학생활이나 직장생활 그리고 사회생활에 있어 풍부한 독서량은 큰 경쟁력이 된다.

3학년 2학기 학교생활기록부를 잘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3학년 2학기의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은 입시와는 관련이 없다. 하지만 재수를 한다거나 대학 졸업 후 취업을 할 때 고등학교 전 학년 학교생활기록부는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죽어서도 영원히 남는 장부가 학교생활기록부다. 특히 출결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수능이후 고3 과의 전쟁,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교육과정을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는지 교육당국은 고민해야 한다. 인터넷 기사로 ‘고등학교는 5학기제인가’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고등학교의 교육과정운영은 대입제도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육목적이 상급학교 진학에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서는 이번처럼 천재지변이 아니라도 대학입시 일정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 수능시험을 12월 초순으로 하고 내신 성적의 반영도 3학년 2학기까지 전 과정을 반영해야 한다. 대입전형 기간은 1월과 2월에 실시해도 충분하다. 과거와 달리 모든 성적처리가 전산으로 가능하므로 일정을 길게 잡을 이유가 없다.

여하튼 학교는 고3 학생들을 위한 수능이후의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적용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학생들이니 학교나 교육당국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기에는 미래에 대한 염려가 너무 크다. 내 아이라는 생각으로 홍천군민 모두가 고3 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험 연기로 마음고생이 클 수험생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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