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필자의 고등학교 동창인 박준업은 미국에 이민간지 40여년이 된 지인이다. 대학을 졸업 후 서울에서 이런저런 사업을 하다가 재미를 못보고 가족을 서울에 남겨두고 단신으로 미국 동부로 갔다.

그 친구는 중학교 때 짜장면 집에서 면발 뽑기를 눈대중으로 배운 것이 있어 무작정 한인이 경영하는 짜장면 집에 취직하고 주방 일을 배웠다. 다행이 영어를 잘해서 미국인과의 소통을 할 수 있어 미국생활에 적응이 빨랐다.

당시 미국 식당에서는 짜장면을 기계로 국수가락을 뽑아 면을 만들었는데 이 지인이 처음으로 손으로 국수가락을 뽑으니 그것이 신기해서 볼거리가 되자 아예 식당의 주방을 유리로 하고 그 장면을 보여주자 손님이 들끓었다. 몇 년간 주방장으로 일을 하다가 그 중국집을 나와 한식당을 개업하고 고국의 어머니와 아내, 자식들을 동행시켰다. 한국식당은 번창했고 재물도 모았다.

지금은 자녀에게 물려주고 신앙생활과 교포가 운영하는 잡지사와 신문에 글을 쓰고 있다. 필자에게 보내온 그의 글이 좋아서 2회에 걸쳐 전면을 싣기로 했다. “나누며 사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글이다.

“나누며 사는 사람들”

대부분 기부하면 일회성 내지는 도중에 슬며시 사라지는 것이 흔한 예다. 우리 사회는 그래도 이름 없이 소문 없이 내색하지 않고 꾸준히 나누며 사는 천사들의 미담이 이어지고 있다. 절망을 안고 그늘진 곳에 사는 사람을 찾아가 희망의 빛이 된 일들이 감동을 준다.

‘카톨릭평화신문’에 그동안 절망의 어둠에서 참으로 딱하게 사는 사람들이 소개되면서 이들에 대한 자선의 손길을 호소하고 이에 동참해 근 10년 동안 모금된 돈의 누계가 100억이 모여서 제86차 성금 전달 기념식이 있었다는 보도를 보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실감난다.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라는 단체에서 2000년 12월에 시작해 16년이 되는 해에 100억이 모이는 기적이 일어났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 퍼져 있는 우리 교우들이 각자 자기의 처지에서 마음에서 우러나는 십시일반의 심정이 모인 것이다. 사랑으로 모인 이 돈은 우리 주위에 질병으로 또는 가족의 불행으로 절실히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보내졌으며 교회 후견인이 돌보고 있다.

인도의 한 고승이 가톨릭으로 귀의하여 수도원 수사가 되어 쓴 책에 기도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내가 바치는 기도는 작은 샘물이 되어 계속 흘러 저수지로 모이게 된다. 이 저수지 물은 또 흘러 방대한 댐을 이루어 전기, 공업용수는 물론이고 가뭄에 요긴하게 조절하여 농작물에 보내고 우리가 마시는 식수로도 된다.

우리가 일상으로 바치는 기도도 이와 같이 모이고 쌓여 큰 호수를 이루고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필요할 때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영혼에 스며들어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도의 위력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한국 그리고 세계에 퍼져 있는 각계각층의 교우들이 보낸 소액, 거액의 기도 같은 자선금이 꾸준히 이어져 마침내 이 세상을 밝히고 이웃을 살리게 되는 에너지가 된 것이다.

기부의 대명사 록펠러가 55살이 되었을 때 불치의 병이 찾아왔다. 병원의 의사들은 일 년을 못 넘긴다는 절망의 선고를 내린다. 목숨이 없으면 그 많은 재산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마지막 병원이 될지도 모른다는 절망의 심정으로 찾아간 병원 복도 벽에 걸려있는 액자를 읽게 되었다.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나니.’ 무심결에 읽고 있을 때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비서의 말인즉 입원비가 없어 치료를 거부하는 병원 측과 딸애를 살리려는 엄마의 사정사정하는 과정에 큰소리가 난 것이라고 했다. 록펠러는 즉시 병원비 일체를 지불하라고 비서에게 지시하고 이 일은 아무도 모르게 하라고 했다. 록펠러는 그 소녀의 완쾌를 보고 기뻐했으며 지속적으로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눔에서 오는 진정한 기쁨과 행복이 오래오래 그를 살게 한 명약이 된 것이다.

오늘 그리고 이 시간에도 사랑의 손길은 이어지고 있으며 호소의 여운은 세상에 퍼져나가고 있다. 널리 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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