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는 빅 이벤트 경기가 있었다. 49전 무패의 은퇴 복서인 미국 메이웨더와 UFC의 격투기 선수로 두 체급을 석권하고 있는 아일랜드의 맥그리거가 복싱의 ‘룰’로 격돌했다. 경기결과는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도박사들이 예상했던 대로 미국 복싱의 전설 메이웨더가 10라운드에서 TKO로 승리했다.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는 말과는 달리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호각세의 난타전이 전개됐다. 도전자인 맥그리거가 젊은 격투기 선수답게 공격적으로 임했고, 메이웨더는 특유의 아웃복서로서 수비 중심으로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면서 날카롭게 공격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결과에 관계없이 두 사람은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UFC로 불리는 복싱과 레슬링을 혼합한 형태의 이종격투기는 최근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옥타곤이라고 불리는 링 위에서 유혈이 낭자한 가운데에서도 손, 발, 팔꿈치 등을 이용해 상대를 가격하며 조르기도 하는 등 스포츠라기보다는 일종의 막싸움이라고 보일 정도로 잔인한 경기이다.

반면 최근 복싱은 이러한 이종격투기에 밀려 존재감마저 없을 정도로 비인기 종목의 길을 걷고 있다. 한때 프로 복싱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미국의 무하마드 알리, 타이슨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김기수, 홍수환 선수 등이 한때 세계챔피언으로 활약하면서 복싱 강국으로 위상을 떨쳤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자극적인 모습을 즐기게 되면서부터 복싱의 인기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UFC가 인기를 높이게 되었다. UFC 종목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세계 챔피언을 보유하지는 못하고 있어도 김동현, 정찬성, 최두호 선수 등이 나름대로 선전하며 세계정상권의 선수로 발돋움해 가고 있다.

열한 살이나 적은 맥그리거가 은퇴한 전설의 복서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은 무모한 도전으로 보였다. 그것도 자신의 종목인 UFC나 복싱 종목의 룰을 혼합한 형태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복싱의 경기 룰로 도전한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물론 메이웨더는 40세가 넘은 은퇴한 복서이지만 출발선부터 위치가 다른 모양새였다.

대결은 보통의 복싱경기와 같이 10라운드까지 치러졌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과 지구촌의 10억에 가까운 사람들이 시청을 했을 것이라는 보도를 보면 흥행에는 대단히 성공한 게임임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종목에 자존심을 걸고 싸운 선수들도 신중했고, 경기 모습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도 진지했다.

간혹 같은 종목에서 여자선수들이 남자선수들에게 성대결을 하자며 도전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종목이 다른 선수가 격돌한 것은 오래 전 미국의 복싱 영웅 알리와 일본의 프로 레슬러인 이노끼의 경기가 있었다. 이때는 흥행은 있었지만 관람자들과 시청자들을 실망시키는 허접한 웃음거리로 끝난바 있다.

사람들은 가끔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 궁금해 하고, 태권도 선수와 복싱 선수가 싸우면 누가 이기냐에 관심이 쏠리곤 한다. 하지만 종목마다 특성이 있게 마련이고 선수마다 특징이 달라 이를 간접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다. 결국은 싸워봐야 알 수 있는 것이며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다를 수도 있다.

경기 전에는 험한 말로 상대방을 무시하며 설전을 펼쳤던 선수들이 승패가 갈린 경기 이후에는 부둥켜안고 서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에서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이 불리한 줄 알면서도 도전한 맥그리거의 도전정신과 은퇴 후 새로운 도전을 받아 준 메이웨더의 스포츠 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앞으로도 사람들은 스포츠의 장면에서 종목이 다른 경우를 비교하며 어느 종목이 더 센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많은 도전자들이 자신의 종목 영역을 넘어 다른 종목에 도전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종목에서 최선을 다하며 새로운 기록에 도전해 가는 것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모습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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