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백일이 지났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국민들의 기대감 또한 높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경험한 국민들의 반대급부에 편승한 요인도 있겠으나 북한과 미국의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안정감을 최대한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순항하고 있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기치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중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하는 차원에서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논의 및 연구에 돌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현장을 무시하고 임용고시를 무력화하는 대단히 잘못된 정책의 추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정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교사 자격증은 초등의 경우 교육대학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고,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원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방법과 일반대학의 학과에서 교직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을 취득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직업이 없겠지만 특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인성을 만들고 평생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학생들 앞에 서기 위해서는 아무나가 아니라 일정 조건의 전문적인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제한해 쉽게 설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교육의 중요성이 그만큼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는 교원 양성과정에 국가가 직접 나서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시도에 하나씩의 국립 교육대학을 설립 운영함으로써 교원수급을 맞춰가고 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는 국립사범대학뿐만 아니라 사립대학에도 사범대학을 설립 운영함으로써 교원 양성과정이 다양화 되어 있어 자격증을 가진 예비교사들을 대량으로 양성해 내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대학 졸업생들의 임용절벽 논란은 지방의 교육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의 쏠림현상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오히려 지방의 교육청에서는 임용고시에 미달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교사 임용문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중고등학교다. 중고등학교에서의 임용시험은 매년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 교단에 설 수 있다. 매년 엄청난 숫자의 교사 자격을 갖춘 예비교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반면 임용 교사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 오직 교사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노량진을 비롯한 고시촌으로 몰려들어 자신과는 물론 책과 씨름하며 선생님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중등학교의 임용고시는 전공교과와 교육학으로 1차 시험을 치르고 2차에서 수업시연과 심층면접을 통해 최종적으로 합격자를 가려내게 된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보면 사범대학 졸업 첫해에 합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재수나 삼수는 보통이며 일곱 번 여덟 번째 이상의 도전 끝에 교단에 서는 초보 선생님들도 많이 있다.

반면 기간제 교사는 학교에서 정규교사가 출산, 파견, 질병 등으로 자리를 비워야 할 때 그 기간만큼 한시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이다. 물론 학교에서 공개적으로 채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학교마다 채용 방식이 다르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변 사람이나 특정인의 추천에 의해 채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기간제 교사가 비정규직이어서 비정규직을 없앤다는 정책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것은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대한민국 헌법의 평등 가치에도 맞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사태의 실질적 출발점인 최순실의 딸 정유라 특혜를 잘 알고 있다. 국민이 분노한 것은 ‘빽도 실력’이라는 잘못된 풍토였다.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 당국에서는 임용고시를 강화하고 정원을 늘려 선발 인원을 확대해 교사의 결원이 발생했을 때 대기자를 발령함으로써 교육활동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 추진을 강행한다고 하는 것은 이 정부에 또 다른 최순실이 있음에 대한 의혹이 증폭될 수밖에 볼 수 없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저작권자 © 홍천뉴스 / 홍천신문 홍천지역대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