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 홍천민속장 특설무대에서 홍천고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거리음악회를 개최했다. KBS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에서 제119대 명예의 전당에 등극한 것을 기념하는 자축의 의미도 있었지만 더 큰 의미는 문화가 있는 홍천민속장을 만드는데 지역의 학교가 일조하고자 하는 뜻을 갖고 있었다.

홍천고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모두 4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과공부의 빠듯한 일과 속에서 학생들은 동아리활동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합주 연습을 하며 특기를 신장시켜오고 있다. 단원들 중에는 학교 성적이 최상위권인 학생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악기연주만 하는 학생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40명이 넘는 학생들이 각기 다른 종류의 악기를 연주해서 하나의 아름다운 선율로 조화를 이루어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 명 한 명 구성원들의 배려와 협동심 그리고 노력이 어우러져야 가능한 합주다. 오케스트라 단원 학생들은 합주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함양하며 누구보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높여가고 있다.

홍천고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지도하는 음악선생님의 열정이 없었다면 이번 음악회는 애초에 계획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교과 지도와 학교 업무의 과중함에도 쉬는 시간을 반납한 채 학생들을 지도해오고 있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한 음악캠프의 운영이 주옥같은 선율을 연주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홍천시장상인연합회의 후원도 이번 거리음악회를 실시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뙤약볕을 피하기 위해 천막과 그늘막을 설치해주었으며 더위 속에서 연주하는 학생들에게 더위를 식혀주는 화채를 제공하는 등 음악회 개최에 큰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홍천군청 문화관광과에서도 차량지원, 앰프 설치 등 음악회 성공을 위해 총력지원을 해주었다.

모든 행사가 그렇듯 한 두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정성과 뜻을 모았을 때 성공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음악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홍천을 아끼는 사람, 민속장을 아끼는 사람들 모두의 성원이 모아진 결과이다.

홍천고등학교 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거리음악회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1월말 홍천민속장의 같은 장소에서 첫 번째 거리음악회를 실시했다. 지난해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만의 협주로 음악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가 추위에 시린 손가락으로 악기를 다뤄야 하는 학생들이 애를 먹어야 했다.

이번 거리음악회는 무더운 날씨로 학생들이 땀을 흘려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즐겁고 신명나는 마음과 자세로 연주에 임했다. 작지만 민속장날 학교를 벗어나 거리로 나와 지역주민들을 위해 자신들이 틈틈이 익힌 재능 기부를 통해 문화가 있는 장날을 만드는데 기여한다고 하는 자부심이 컸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웅장한 연주에 소프라노 민은홍과 베이스 심기복 씨의 찬조 출연은 거리음악회의 품격을 한껏 더 높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음악계에서 정상권에 있는 두 사람이 민속장의 거리음악회에 출연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음악선생님과의 친분관계도 있겠지만 민속장에 문화를 접목시키려고 하는 큰 뜻을 헤아려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홍천고등학교에서는 매년 거리음악회를 정례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가능하다면 학기별로 한차례씩 기획하고 있다. 문화 예술을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이거나 민속장을 찾는 홍천군민들께서 많은 관심을 갖고 격려해 준다면 장차 지역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학생들이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회를 준비할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테마가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찾아가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다. 홍천은 수도권에서 한 시간대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 지역의 학교인 홍천고등학교에서 시도하고 있는 작은 행사가 수도권 시민들이 우리 고장 홍천에 관심을 갖고 찾게 하는 마중물 같은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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