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식
시인, 홍천문화원 부원장, 국가기록원민간위원

한국인의 식탁은 밥과 반찬으로 이뤄진다. 물론 아침과 점심 저녁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밑반찬에 의한 밥이 주식이다. 요즘이야 식생활이 개선되고 있어 서구화를 많이 따르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아침식사는 집에서 하는 가정이 많다.

아침 메뉴를 보자. 밥에 국과 김치 고추장 조림 나물 등이 있고 가정마다 식성에 따라 다르다. 또 아침식사를 빵과 우유 과일로 대신하는 가정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영양을 논할 게 아니라 그 밥상의 일상을 얘기하고자 한다.

한 가정에서 삼식이는 되지 말자 하는 얘기가 있었다. 즉 아침과 점심 저녁 세끼를 모두 집에서 먹지 말라는 우스갯소리였다. 가장이 정년퇴직을 한 후 아침과 점심 저녁을 모두 집에서 먹지 말고 한끼 정도는 밖에서 먹자는 얘기다.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면 점심은 각자 알아서 해결하자는 뜻이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뜻이 숨어 있다. 전업주부의 수고를 한 끼만이라도 덜어주자는 주장이다. 필자의 주변에 몇몇 지인은 지금도 점심을 꼭 집에서 먹는다.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기도 한다.

필자는 그에 말없이 순종하는 부인에게 존경심이 가기도 한다. 요즘 누가 집에서 점심까지 챙겨준단 말인가. 아침이야 집에서 먹고 낮에는 운동을 한다든지 취미활동을 하고 밖에서 해결하지(직장이 있을 때는 직장에서 해결) 점심까지 집에서 먹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집안일을 챙기는 주부가 일 년에 밥을 해야 하는 경우를 하루 세끼로 치면 1,095회다. 10년이면 10,950회이고 50년이면 54,750번이나 된다. 근사치로 친다 해도 1년이면 천여번의 식사준비를 해야 한다. 엄청난 가사노동이다.

이것은 모두 가족을 위한 당연한 의무로 여기고 묵묵히 가정을 지키는 보이지 않는 크나큰 힘이다. 가족이나 가장들은 아는가? 물론 밖에서 월급타고 아니면 돈 벌어다 주면 그것으로 살림하는 것을 당연시한다면 별 할 말이 없지만 어쩐지 주부의 수고에 대한 가치가 빈약한 것 같다.

요즘은 그래도 일회용품이라든가 마트 시장 등이 발전돼서 식재료 등을 구입하기가 매우 수월하다. 돈만 있으면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부의 입장에서는 다르다. 하루 세끼(두끼의 경우도 많다)를 만들 때 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쌀만 씻어 전기밥솥에 넣으면 알아서 밥을 잘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반찬이 문제다. 매일 똑같은 것을 가족에게 줄 수도 없고 때마다 고심해야 한다. 이것이 주부의 일상 고통 중 하나다. 이는 직접 몇 달 동안 밥을 해본 사람만이 안다.

우리가 흔히 “밥 한다” 하면 실제로 밥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식사 한끼를 말하는데 여기서의 밥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도 안 되는 것 같다. 부식(반찬)이 문제다.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 동창생의 가정형편이 생각난다. 그 친구는 부모와 4형제 중 딸이 하나고 셋이 남자인데 식사 때가 되면 반찬은 겨울이면 김치 하나와 콩나물국이 전부였다.

물론 가정형편(당시 경찰관 가족)은 넉넉지 않은데 4명이나 학교에 다니니 좋은 식단을 마련치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때가 되면 온가족이 둘러 앉아 반찬 한두 가지에도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명랑하게 살았다.

식사에서의 반찬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왜냐하면 요즘 애들(때론 어른도)의 식성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도 손자 2명이 가끔 집에 오면 며느리가 그네들의 식성 때문에 신경 쓰는 것을 자주 보곤 한다.

한국의 주부들은 엄청난 가사노동에 임하고 있다. 육아는 물론 게다가 노인들이라도 모시고 있다면 중노동에 해당된다. 여기다 맞벌이까지 한다면 더욱더 힘들게다. 우리가 자고 나면 대하는 한끼의 식사 그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알고 먹어야 하겠다. 밥상이 차려지기 까지는 주부의 고뇌와 정성이 얼마나 들어갔는가를 알고 고맙게 여기고 감사하게 먹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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