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퀸 김연아의 훈장수여와 관련하여 논란이 뜨겁다. 한 시대를 풍미한, 그것도 국민들에게 환희와 감동,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한 선수에게 규정에 발목이 잡혀 훈장을 수여하지 못한다는 보도에 국민들이 발끈했고, 관계 부처에서는 부랴부랴 특례조항을 적용해 운동선수 최고 훈장인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여키로 했다.

훈장은 특정한 분야에서 국가발전, 국위선양, 국민 사기진작에 혁혁한 공적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국가가 수여하는 최고의 포상이다. 훈장은 명예로서 포상금이 있거나 상품이 수반되지 않는다. 하지만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훈장 그 자체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무엇과도 바꿀 수없는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시대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의 속도는 광속도이어서 찰나의 순간이면 다른 세상이 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에 만든 불합리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려다 뭇매를 맞은 이번 사건이 사회전반에 시사하는 바는 대단히 크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스포츠계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규정, 관행, 관습 등이 있다. 하다못해 작은 친목단체에서도 정관을 살펴보면서 매년 정기모임에서 개정해야 하는 내용들을 찾아 개선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주변 생활 전반에 걸쳐 개선되어야 하는 것은 없는지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우를 반복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차선 자동차 도로의 제한 속도가 60km다. 이 규정이 현실적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요즈음은 승용차의 안전이 점차 확보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도로 상태도 굽어진 곳은 펴고, 좁은 곳은 넓히면서 위험요인을 없애고 있다. 실제 2차선 도로를 60km로 운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로의 정체 현상만 가중될 뿐이다.

과거의 규정에 묶여 개선되지 않는 것은 양심적 범법자를 양산하는 좋지 못한 방법이다. 조속한 개정이 요구된다. 우리 사회 곳곳에 이러한 사례들이 많다. 국민들의 불편을 찾아 개선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차량의 교행이 많지 않은 교차로의 신호등을 없애고 원형 로타리 형태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법 중 하나다.

선수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운동선수가 훈장을 바라보며 운동하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 운동선수의 최고 가치는 입상한 선수에게 수여되는 메달이며,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자신의 종목에서 최고의 경지에 올라 자신의 이름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기를 바라는 선수도 있다.

인기 스포츠의 남자 프로선수들에게 있어 가장 큰 목표는 병역의무 특례를 받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외국의 프로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입장에서 보면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에 병역문제가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어쩌면 이들은 메달이나 훈장보다 ‘병역특례’를 더 원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운동이 직업인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연봉으로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거액을 받기도 한다. 이런 직업적인 선수들은 운동을 통해 많은 돈을 버는 것에 목표가 있다. 그러나 이들도 명예를 매우 중시한다. 운동선수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 에이전트라는 직업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종이에 불과한 훈장이 상징하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국가발전에 기여한 사람이라는 징표이기도 하며 가문의 영광의 상징물이 되기도 한다. 상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받을 사람이 받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 받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금번 세계 최고인 국민적 영웅 김연아 선수의 훈장 사태를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주변에 낡은 규정은 없는지, 개선해야 할 것은 없는지,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내용은 없는지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바꾸어 나가려는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 체육계만의 잘못된 관행이라는 생각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곳에 산재해 있다.

이영욱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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